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 벗겼다, 끝나지 않는 전쟁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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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시리즈의 전쟁편입니다. 역사에 남은 여러 전쟁들을 통해서, 역사적 사건의 흐름과 그 여파, 연관된 사건 등 다양하고 폭넓은 테마를 다룹니다. 세계사는 어렵게 느껴지기 십상인 분야이고, 전쟁은 더더욱 그런데, 이 책은 세계사 속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전쟁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거나 관심받을 법한 주제란, 대개 단순히 유명한 인물끼리 전투를 벌였다거나, 아주 이례적으로 인원이 적은 군대가 대군을 물리쳤다는 사례 정도에만 국한될 때가 많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나가더라도, 유명한 작품에서 중요한 명장면의 배경 소재가 되는 등 전쟁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어도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요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벌거벗은 세계사 전쟁편은 단순히 대중적으로 유명한 전쟁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는 덜할지라도 세계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기게 된 전쟁에 대해서도 두루 조명한다는 특색을 지닌 책입니다. 그것도 전쟁의 역사나 배경지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전쟁의 여러 요소에 대해서도 폭넓고 다채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쓰면서 말입니다.


벌거벗은 세계아 전쟁편에 실린 전쟁 이야기의 상당수는 외교 등의 전쟁 외적인 노력으로는 도저히 그 전쟁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전쟁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렇게 사이가 나빠진 원인이나,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이유 등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알아야 한다고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맛깔나는 문체로 술술 읽히는 글로 써내려가서, 잘 읽히는 글을 몰입해서 읽으면 어느새 역사적 전쟁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첫 챕터인 백년전쟁과 잔 다르크 이야기에서부터, 이 책의 이런 장점이 잘 느껴집니다. 백년전쟁은 잔 다르크의 활약이 워낙 유명한 나머지, 전설 속 주인공같은 소녀가 군대를 이끌고 나라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영웅담으로만 알려진 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백년전쟁의 사회적 영향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며, 동시에 이해하기 쉽도록 술술 풀어내면서 재미있게 읽히는 글로 써냅니다. 백년전쟁 이전 프랑스의 역사는 지역색이 강했지만 백년전쟁이 계기가 되어서 같은 나라라는 인식이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는 대목은, 전쟁에 대해서 역사적 배경지식과 사회적 요소 등을 동시에 알고 있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 책은 그런 다양하고 복합적인 내용을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풀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장점은 다른 전쟁 이야기에도 쭉 이어집니다.


이 책은 전쟁의 영웅담 같은 부분에는 거의 주목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전쟁이 그 지역의 세력 구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현재에도 남아 있는지, 현재에도 남아 있다면 어떤 식인지 등에 대해서 분석합니다. 그 과정에서, 전쟁이란 그저 옛날에 싸운 사건일뿐만 아니라, 전쟁의 여파가 쭉 이어지는 연결고리 내지 시초같은 사건이라는 것을 여러 모로 처절하면서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도록 독자를 안내합니다. 명색이 역사를 다루면서 내용 태반이 20세기의 사건인 것은 역사의 측면에서 보자면 편중된 구성일지 몰라도, 전쟁의 여파를 다룬다는 관점에서는 납득할 만하고 수긍되는 구성입니다. 20세기 전쟁의 상당수가 물리적,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의미의 전쟁이 끝난 뒤에도 큰 상처를 남겼으며, 아직도 그 여파가 이어져 그 지역이 불안하거나 갈등이 생기는 사례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이런 사례는 현재의 시사와 직결되는 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런 관점과 내용을 비중 높게 다루면서, 전쟁의 상처가 봉합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아직까지도 전쟁이 이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전쟁이란 이야기하기에 즐거운 주제는 절대 아닙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주제 역시 아닙니다. 하지만 동시에, 즐거운 주제도 아니고 어려운 주제라는 이유로 마냥 무시하고 없는 셈 치기만 하면 되는 주제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 책은 여러 전쟁에 대해서, 제대로 의미 있게 이야기하려면 먼저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들려줍니다. 전쟁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현재 세계에서의 영향 등 다양한 분야에 얽힌 전쟁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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