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안보윤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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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진 속 이야기는 대략적인 줄거리와 굵직한 내용만 놓고 보면, 소설로 쓸 만한 극적인 요소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흔하지는 않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어린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며 힘들어하고 고통받는다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처럼 좀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다는 걸 제외하면 능력 등은 평범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이들에게 일어날 법한 일이 묘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진 소설 속 이야기는 겉으로 드러난 사건이 아니라, 선악구분 등 이분법적으로 나누기가 애매한 경계선같은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에서 빛을 발한다. 주인공 남매는 비그그이 단초가 된 사건에서 마냥 순백색같은 티끌 한 점 없는 입장은 절대로 아니었고, 시시비비를 따지면 오히려 그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입장에 가깝다. 그런데 어린 남매가 그 정도 행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가 화낼 만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비극적인 일을 당할 당위성이 생기는 걸까?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이 작품은 다양한 여러 딜레마를 현실의 시선에서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흑백으로 나누기 애매한 지점에서, 회색빛 스펙트럼을 다채롭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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