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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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은 돌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책입니다. 마냥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모습과, 그 희생을 끝없이 찬미하는 내용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면, 이 책을 보고 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사람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사회문제를 폭로하는 책이라고 해도 납득이 될 정도로 가감 없이 상세하면서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떨 때 특히 힘든지, 특히 힘들 때 어떤 생각이 들고 어떤 기분이 되면서 갈등하게 되고 약해지는지 등에 대해서 더없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은 그 힘든 상황을 견디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계속 돌보는 선택을 하는 모습 역시 보여줍니다. 힘들고, 그만두고 싶고, 때로는 공연히 짜증내고 싶어지는 등 별의별 기분이 들지만, 그것은 돌보는 사람에게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이 약해서 생기는 일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아주 평범하며,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인간상에, 독자 자신도 얼마든지 공감하며 동조할 수 있고 때로는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책은 거기에서, 단순히 일상적 풍경을 묘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돌보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인간상이라는 것에서,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특출난 재주나 자원 등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하찮은 일이 절대 아니며 오히려 존경받을 일이자 특별히 감사받을 자격이 있는 일이라는 것도 잘 느껴지도록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입니다.


이 책 속에서는 돌본다는 공통적인 테마 아래에서, 다양한 돌보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좁게는 어머니가 갓 낳은 갓난아기를 모친으로서 양육하는 스케일의 이야기에, 크게는 순전히 헌신적인 봉사정신만으로 힘든 타인을 돕는 일에 선뜻 나서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한 번 돌보는 역할을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건 더없이 무책임한 일이자, 돌봄을 받던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타격으로 남는 행동이 될 거라는 것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선택권이 있건 없건, 한 번 돌보기로 시작한 일은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계속하게 되는 이야기 역시 생생한 묘사와 함께 소설 형태로 전개되고 나타납니다.


일단은 소설 장르로 출간된 책에 소설 형식을 띠고 있지만, 주변이나 뉴스의 미담 등에서 아주 자주 보이는 이야기이기에, 비일상적이나 비현실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대신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헌신적이며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지, 한 명이 다른 사람을 정성으로 돌보겠다고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돌보면서 갈등 수준으로 힘들어하고 여러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갈등과 고민을 극복하고 계속 타인을 돕는 모습에 존경해야겠다는 생각과, 그것을 마냥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더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게 됩니다. 물질적인 지원 등,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해 직접 나서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지는 않을까요? 적어도 마음의 짐이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는 있지 않을까요? 도와주거나, 재주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랍시고 무시하지 않거나, 적어도 당연하게 여기며 간과해버리는 행동만은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생각하고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돌보는 마음은 일상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법하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정말로 일어나고 있을 법한 흔한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게 당연한 일상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느끼게 해 주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뒤 어떤 행동에 나서야 마땅하고 바람직할지는,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몫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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