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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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의 도입부는 디테일한 부분에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흔한 유령 건물 이야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유령이 나온다는 건물이 있다! 그러면 등장인물의 선택은? 대개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유령을 피하기 위해 절대 다가가지 않는것, 신경 쓰지 않거나 몰라서 유령 이야기가 없는 건물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그리고 유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직접 들어가는 것.


대불 호텔의 유령 도입부에서도 주요 등장인물이 이 세 가지 중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하며 읽는 독자가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도입부가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저 세 가지 선택지에 중점을 준다면 중요할 부분은 소략하게 지나가고, 유령이 나온다는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 보다 높은 비중으로 다룬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될 즈음, 이 책의 유령 이야기에서 중요한 건 유령 그 자체라는 것이 부각되면서, 독특한 분위기와 필치의 스토리가 시작된다.


대불 호텔에는 왜 유령이 나오는 것일까? 흔한 괴담처럼 무슨 억울한 사연이 있어서, 장화홍련 설화처럼 억울함을 알리고 풀어달라고 하기 위해서 유령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억울한 사연은 대체 어떤 것인가? 대불호텔의 유령은 유령이 나타나는 사연 자체를 조사하는 듯하다가, 그 사연이 더없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는 것을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애초에 유령의 사연 자체가 하나만이 아니고, 그나마도 여러 관점에서 각자 자기 시선에서만 바라보고 정리한 이야기가 각자의 시선에서 나오니, 마구 뒤엉킨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엉킨 듯한 복잡한 상황에서도, 확실히 사실인 것과 절대 사실이 아닌 것을 조금씩 추려내고 정리하다 보면 점차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유령 이야기의 진상이 드러나게 될 때, 처음부터 진상만 덜렁 이야기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복잡미묘한 재미와 여운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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