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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평점 :
지금부터의 내일은 책 소개 중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소가 많아 보여서, 책을 펼칠지 말지 고민했다. 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 계열 작품은 너무 딱딱하고 건조하고 퍽퍽하게 느껴지고, 그 때문에 내용 자체도 이해하기 힘들거나 공감하지 못했던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자, 그야말로 단번에 푹 빠지게 된 소설이기도 하다. 하드보일드 계열 미스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몰입해서 읽게 되는 매력과 재미가 있는 작품인 것이다.
스토리 자체는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한 사람이,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수상쩍은 의뢰를 거금의 의뢰금과 함께 맡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초반부에는 무언가 수상해 보이던 것을 조금 조사했더니, 정말로 수상한 부분이 줄줄이 나타나는 것처럼 전개된다. 그리고 그 수상해 보이던 것들도 대부분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법칙 수준의 요소들이어서, 어느새 책을 읽으면서 이번에는 예상이 얼마나 들어맞을지 보는 기분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중반부 들어서, 뻔히 예상되는 것 같던 시나리오와 조금씩 전개가 틀어지기 시작하며, 그때부터 하드보일드 탐정 미스터리의 진수를 내보이기 시작한다.
갖가지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앞에서 진실처럼 나왔던 이야기가 다시 수없이 뒤집힌다.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수시로 터지지만, 그 사건들이 무슨 연관이 있고 어딘가에 수렴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사건의 진상과 진실이 비로소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단순히 진상과 진범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전개 또한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사건에 얽힌 드라마 역시 단순히 사건을 위한 설정 수준이 아니라, 별도의 드라마성을 풍성하게 갖추고 있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미스터리 구성 역시 치밀하고 흥미롭다. 뻔해 보이던 예상을 말 그대로 통째로 뒤엎는 전개가 클라이막스에 나오는데, 알고 보면 단서는 앞부분에서 이미 충분히 제시되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 단서들은 앞부분에서 하나같이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일상적이고 평범하며 별 것 아니라는 듯히 스쳐 지나간 것처럼 언급되어서, 처음 읽을 때에는 눈치채기 힘들다는 점도 신기했다. 후반부에서 예상하지 못한 전개가 줄줄이 나와서 당혹한 사람이 있다면, 후반부 전개 및 결말을 안 채로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재독한다면, 단서가 알고 보면 대놓고 드러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빠짐없이 꾸준히 언급되고 제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드보일드 특유의 장점과 분위기를 그대로 지니면서, 장르의 단점으로 꼽히던 부분은 또다른 장점으로 채워넣은 미스터리 소설이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마저,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작품이나 시리즈를 찾아보고 싶어질 정도로 재미있게 읽게 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