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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영원했다
정지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평점 :
모든 것은 영원했다라는 제목을 보면, 마치 찬란한 보석처럼 영구불변하는 현상이라도 다루고 있을 것만 같다. 개인저긍로 그런 이야기를 예상하고 이 책을 펼쳤기에, 도입부를 지나기도 전에 꽤 당혹했다. 영원이라는 말은 고사하고, 지금은 사라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잊힌 옛 시절의 이야기 같은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원히 존재하고 기억되기는커녕, 있었다는 것조차 이미 잊혀진 느낌마저 풍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영원히 흔적이 남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설사 세상은 옛날 이야기쯤으로 인식하고 흘려버린다고 해도, 당사자와 그 주변인물, 그리고 그 흔적을 비롯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며, 그것만으로도 영원히 의미가 있게 될 이야기인 것이다. '모든 것은 사라지기 전까지 영원했다'는 논리가 은근히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언뜻 보면 어차피 사라지게 될 것이고 그 전까지나 기억될 것이라는 의미처럼 보이지만, 사라진 뒤에도 영원히 흔적을 찾지 못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언뜻 보면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사라질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이미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어디에선가는 기억되고,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이야기를 잔잔하고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