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사전
문학3 엮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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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낯선 단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멋진 문학작품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한자어 등 어렵고 품격 있어 보이는 어휘들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었고, 어려운 것이 무조건 곧 수준 높고 훌륭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갖가지 토속적인 순우리말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일상적인 단어만으로 문학작품을 쓴다면, 왠지 모르게 시시하게 느껴진다는 식의 편견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작하는 사전은 정확히 그 반대에 있는 듯한 책이다.


시작하는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반어법처럼 이 책을 보면서 사전을 찾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일상적이고 자주 쓰이는 단어들만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일상적인 단어들을 통해서, 아름답고 인상적인 시를 빚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른바 문학과는 거리가 멀 듯한 아주 일상적인 풍경이나 주제를 소재로 삼아서, 멋진 시를 만들어내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이 책은 시집으로서도, 시를 짓는 테마북으로서도 깊은 인상을 남기며 다채로운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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