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림 엄마
한지혜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 그림 엄마에는 많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굳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 언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다른 면이 많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 그것도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마냥 평온하고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엄마를 주제로 불편한 기분이 들 법한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엄마와 서로 악다구니를 쓰면서 툭하면 싸우는 사이라면, 차라리 그냥 외면해버리고 말자는 심정으로 쉽게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물 그림 엄마 속에서 묘사되는 엄마의 모습과 감정은 중층적이고 복잡해서, 그렇게 칼로 자르듯이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하고 처량해 보이지만,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가족을 위해 활동하며 노력하다가 어느새 겉모습이 시들어버린 모습이라는 것에 생각이 닿고, 그래서 미안한 감정을 가지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어머니를 둔 사람이 또 부러워지는 기분이 문득 들고는 하는, 그런 양가적인 감정을 정면에서 묘사하고 바라보는 책인 것이다.


이른바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요소는 없어 보여도, 그러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여도, 다른 인기 많은 어머니와 바꾸고 싶지는 않은 존재. 그게 바로 엄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느꼈고, 물 그림 엄마 속의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겪고 생각하며 들려주는 바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