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고 있잖아 오늘의 젊은 작가 28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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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있잖아의 화자 격인 인물은 끊임없이 말한다.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내 그 목소리를 막아버린다. 대놓고 무시하기도 하고, 아예 입도 열지 못하게 봉쇄하다시피 하기도 한다. 한참 동안 그러다가, 어느새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기는 지경에까지 이른 듯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화자는 끊임없이 말하자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자신만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지금까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면서 대놓고 핀잔이나 줄 분위기인데도 말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겉으로 소리지르고 싸우기라도 했을 상황에서도, 끝끝내 참는다. 그러면 막상 주변에서는 별 말 없는 것을 보니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대수롭게 넘기기 일쑤다. 그 많은 과정이 반복되다시피 하면서, 독자의 눈에는 어느새 그 사람이 조금씩 꾸준히 계속 망가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있잖아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이 연달아 반복되어도, 한 번 시작된 무시는 계속 이어지기만 한다. 마침내 후반부에서, 그 동안 꾹꾹 눌러온 것이 터지고야 말았을 때.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후반부와 결말에 이르렀을 때, 이 작품을 처음부터 한 자 한 자 읽어온 사람이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감정이 북받쳐오르게 되는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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