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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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는 언뜻 보면 아주 작은 스케일을 다루는 것 같다. 이 소설에서 공간적 배경은 철도역이나 그 부근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 별로 없으며, 그런 장면을 제외해도 이 책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거의 그대로일 정도이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스케일은 굉장히 큰데, 3대에 걸쳐 이어진 여러 가족과 핏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오랫동안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한국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아우른다. 이 책은 제목이나 책 소개 등만 보면 한 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온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내용 자체는 그런 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철도원 삼대는 사실상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토리가 아니라, 3대 동안 대를 거듭할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을 철도원 쪽 가족들의 눈에서 바라보고, 철도원 가족들이 얽힌 부분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서 절묘하기 그지없는 지점은, 한국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아는 만큼 보이면서도, 모르면 모르는 대로 등장인물의 감정선 등의 내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1919년 3월 1일 곳곳에서 함성 소리가 들렸다는 식의 말만 해도, 3.1운동에 대해 알고 있다면 바로 그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절묘한 서술이 교차되고 거듭되면서, 이 작품만의 색다른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작게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고, 크게는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해낸 절묘한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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