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마리카 마이얄라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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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의 주인공인 로지는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트랙을, 가장 빠르게 달리는 것만을 하던 경주견이다. 작품 초반부에서는 로지가 하라는 대로만 하고, 그러면서도 가장 잘 해내야 하는 중압감 속에서 일단 시키는 것은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이른바 일탈의 조짐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로지는 시키는 대로 하고, 그것도 속도를 빠르게 제때 잘 내는 일도 잘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지는 달려야 할 곳을 달리다가, 멈춰야 할 도착선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린다. 트랙 끝까지, 그리고 그 너머로.


가혹하게 학대받는 동물을 주제로 삼은 작품은 많지만,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는 그 중에서도 여러 모로 독특하다. 특히 좋은 순위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경주견으로서, 좋은 음식을 마음껏 잘 먹고 잠도 제때 잘 잘 수 있는 환경에 있지만, 하라고 시키는 것을 하는 것 외에는 허용되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좋은 결과까지 내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야만 하는 로지의 입장은 마치 미래가 정해진 삶이 과연 행복하기만 한 거냐고, 우리들에게 묻고 있는 것만 같다. 로지의 심정에 공감하게 될 때, 트랙 밖으로 달려나간 로지의 모습은 경주견의 일탈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활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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