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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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호승은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로 유명한 시인이 새롭게 내놓은 시집은 이때까지 유명했던 대표작을 기억한다면, 다소 생뚱맞은 느낌마저 준다. 적어도 첫인상은 그렇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순교를 추념하는 등의 종교적 이미지에 훨씬 더 가까운 시들이 다수 선보인 것이다.


종교적 메시지를 전면에 드러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기피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은데, 정호승 시인의 이번 신작 시집도 자칫 비슷한 걱정이 들게 할 수 있다. 시에서 다루는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줄 것 같고,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는 무언가 딱딱하고 경도된 느낌을 줄 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런 선입견이나 추측은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시집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적으로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을 만한 차원에 도달한 여러 종교인들의 드높은 품성 그 자체이며, 그것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 등의 감정과도 직결되는 것이다.


외우려면 외울 수 있을 정도로 글의 길이는 짧고, 어려운 단어도 거의 쓰이지 않는 작품들이다. 언뜻 보면 왠지 모르게 만만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일단 읽고 감상하고 곱씹기 시작하면,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감명깊고 깊이 있는 여운을 남기는 시들을 <당신을 찾아서>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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