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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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셰어하우스>는 전체적으로 발랄하고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이야기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나올 법한 상황으로 시작되고,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사람이 기대할 법한 전개가 연달아 나온다. 하지만 마냥 달달하지만은 않고,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이런저런 갈등과 문제, 사고 등도 이야기에 깊이 연계되면서, <셰어하우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낸다. 현실감 있는 로맨스를 그려내면서, 현실에 있을 법한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고 로맨틱한 결말을 맞으면서 더욱 낭만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셰어하우스>라는 제목처럼, 이야기 자체는 셰어하우스에서 시작된다. 티피와 리언이 같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리언은 갑자기 월 350달러 정도의 돈이 필요해졌다. 따로 일을 추가로 더 할 수는 없는 상황. 그래서 셰어하우스라는 아이디어를 택한다. 자신은 규칙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집을 비우니, 그 시간 동안만 방을 사용하는 대가로 그 정도의 집세를 받으면 아주 적당하겠다고. 그리고 티피는 마침 그 때, 아무리 불편한 조건이어도 적당한 환경에 집세만 싸다면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각오로 셋방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이 둘은 그렇게 서로 연결되었다. 서로 얼굴을 볼 일은 없을 거라고 믿으면서, 바로 그렇게 때문에 무심하게 안심하면서.


티피와 리언은 처음에는 셰어하우스 계약 같은 사무적인 이야기만 할 것 같았다. 처음에는 서로의 전화번호도 제대로 모르는 수준이었고, 그냥 할 말이 있으면 쪽지를 남겼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넋두리를 하고 싶을 때 넋두리를 하는 등 서로 조금씩 속을 터 놓는 사이가 되어간다. 그리고 시간은 달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덕에 서로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고, 어느새 서로 메모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메모 대화는 어느덧 직접 만나고 싶은 사이가 되면서, 직접 만나 서로 감정과 유대감을 쌓아가는 이야기로 변해간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도와주고 싶다는 감정에서 출발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은 분명히 그랬다. 자신은 간단하게 할 수 있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생각하는 일이, 상대에게는 아주 큰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메모를 주고받으며 깨닫게 되었을 때. 이 부분의 심리 묘사는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듯하다. 내가 아주 약간의 수고를 해도 상대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 정도의 수고를 감수할 정도의 의미가 나에게는 있고, 그 정도의 존재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조금씩 인연이 시작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리언과 티피 사이의 사이는 아주 조금씩 가까워진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으면 너무나도 찬찬히 진행되기에, 오히려 조금씩 꾸준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어느새 돌이켜보고 처음 시작 대목과 비교해보면, 티피와 리언의 사이의 감정이 꾸준히 쭉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이게 된다. 한순간에 확 불타오르는 것은 아니고, 마치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며 언젠가는 상대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받는 사람이 되듯이,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서로에게 안도감을 주는 관계가 되고, 그것이 어느덧 로맨틱한 감정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언뜻 밋밋해 보이거나 이야기 진행이 느리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극적인 한순간이 계기가 되어 확 불타오르는 사랑과는 또다른 감동과 낭만을 안겨준다.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형성된 사랑에는 깊이와 믿음, 그리고 유대와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티피와 리언은 바로 그런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셰어하우스>는 티피와 리언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티피가 리언을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이야길이기도 하다. 티피에게는 분위기에 휩쓸리게 만드는 저스틴이라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저스틴과 헤어지고 저스틴은 다른 여자와 헤어지면서 제 갈길을 가는 것 같았다. 이 소설 자체가 바로 그 대목에서 시작되니까.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이 스토리는 거의 초반부부터 조금씩 복선이 깔리기 시작하더니, 후반부에서 그야말로 폭발해버리고 만다. 저스틴은 티피가 대형 행사의 주최 멤버가 되었을 때 다짜고짜 공개적으로 청혼한 것이다.


티피는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어서 오히려 멍하니 있는다. 그리고 그 광경은 어느새 영상으로 촬영되었고, 티피가 저스틴의 청혼에 승낙하는 것처럼 편집되어 여기저기에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너무나 어이없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은 것을, 거절하지 않았으니 승낙한 거라는 식으로 만들어버린 상황. 게다가 나중에는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 밝혀지니, 저스틴은 티피에게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쭉 감시하고, 티피의 주변 사람에게 돈을 주면서 이러저러하게 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이것을 모두 로맨틱한 이벤트를 만들기 위한 낭만적인 배려심쯤으로 포장하면서, 오히려 티피에게 들이댄다.


원하지도 않는 것을 들이대면서, 오히려 배려한다는 식으로 큰소리를 치는 상황.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에, 짜증이 솟아오르는 상황. 티피는 이에 대해서 더없이 통쾌하게 대처한다. 그리고 티피의 선택과 행동은 그야말로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저스틴의 행동을 거창하고 낭만적인 이벤트쯤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 티피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셰어하우스의 사랑 이야기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스틴이 티피에게 한 것은 낭만적인 이벤트도 다정한 배려도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것을 밀어붙이고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셰어하우스>는 더없이 통쾌한 기분을 선물해주게 될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있기에 더욱 감동적인 사랑이 조금씩 진전되다 마침내 이루어지는, 감동적이고 낭만적인 로맨스 스토리와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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