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버린 도시, 서울
방서현 지음 / 문이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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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제가 서울에 살고 있을 때 전 가장 불행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 비로소 서울을 떠나

아니, 서울을 버린 후에야 비로소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문이당 출판사의 신간도서 방서현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 제목을 보는 순간

십년도 더 전에 서울을 버리던 그 날이 생각났어요.​

아이러니한 것이 서울에 거주할 때는 그렇게 애증의

대상이었던 서울이 시간이 지나 밥 먹듯이 들락날락하게

된 지금은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해야 할 일도

하나 둘이 아니고 예전보다 더 구석구석 방문하곤 하죠.


왜 이렇게 서울에 대해 내가 너그러워졌는가를 돌아보니

서울 시민이었던 때는 세상이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서

매사 불평 불만을 갖고 어둠이 드리워져 있던 제 얼굴이

소위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긴 지금은 그런 현실의 압박에서

과거보다는 자유로워지면서 일종의 여유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책 속 주인공은 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으려 노력해요.


어찌 보면 서울이라는 수저 계급론이 강력하게 발동하는

장소를 떠나 숲으로 간 주인공 남자아이의

행동이 가장 큰 해결책이 아니었는가 생각되는데 저 역시도

그렇게 서울을 버린 이후로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놨었고

설령 서울을 버리고 다른 어딘가로 떠나도

변함없이 가난이 짓누를지 모르나 깨우침을 얻는다면

소년도 저와 같이 모순투성이 삶을 이겨낼 수 있겠다 싶었죠.


작품 속 주인공은 도인 할아버지를 만나 깨달음을 얻었지만

전 그런 훌륭한 멘토를 현실에서 뵐 수 없었고

그 대신 독서라는 간접 경험으로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전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제는 더이상 서울을 미워하지 않게 되었으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대한민국의 수도를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의 저자분은

정작 시골과 지방 도시에서 자란 유년기 기억을 가진

분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으셨는지

감탄하면서 읽게 만든 섬세한 묘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상상으로는 수용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일반적인 사람일텐데 이만큼의 세계관을 구축하셨다는 점을 보면

역시 작가님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고 수저 계급론에 입각한 각각의

지역에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다양하고 각양각색의 군상들로 그려지는 것도 재미있었답니다.​

다만 안쓰러운 것은 아직 어린 아이가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사회

계급에 따른 빈부 격차를 온 몸으로 느끼고 그로 인해서

고통 받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고 계급론에 따른

동네들을 묘사하는 어린이의 시선 역시도 매우 예리함이 느껴져요.

혹시 우리 아이들도 이런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번쯤

이 주제로 대화나누고 싶지만 아직은 너무 어린 것 같고

성인이 되었을 때 아니면 이런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는 순간

대화를 나누기 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게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말로 하는 의견 피력보다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으로 좋은 작품을 함께 읽어 보고

간접 경험하고 난 후 대화하는 방식도 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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