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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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역작이란 평가를 받은 일본 실사

영화 국보의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저는 실제로 일본에 가서 가부키와 노, 분라쿠를 직접 관람까지

예약해서 관람할 정도의 열정을 가졌기 때문에 남다르게 다가왔는데

전 세계 모든 예술 공연이 가진 특별한 가치를 존중하고 싶어요.​

요시다 슈이치의 장편소설 국보 (상) 권에서는 청춘편이라는

부제처럼 주인공들의 성장기와 유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어떻게 그들이 국보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고 그 과정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죠.


국보라는 최고의 예술 극치에 이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뛰어넘어야만 했던 두 남자의 일생일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의 전편은 캐릭터가 갖고 있는 서사를 촘촘하게 보여준답니다.​

일본의 전통 연극인 가부키에는 여성 배역을 연기하는 전문 배우

온나가타가 존재하는데 이 역할을 그야말로 백미 중의 백미로 매우

중요하고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뛰어난 재능을 필요로 하거든요.


어찌 보면 타고난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는 살리에르를 연상시키는

구조이지만 야쿠자 집안의 아들 키쿠오와 달리 가부키 명문가 고귀한 혈통을

갖고 있는 슌스케는 살리에르와는 또 다른 번뇌에 고통스러워합니다.​

가부키 명문가 하나이 한지로의 아들 슌스케는 가문을 이을 중요한

후계자인데 그는 야쿠자 집안의 아들인 키쿠오가 갖고 있는 타고난 재능

지독하리만큼 아름답고 매혹적인 외모와 능력은 없었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슌스케라면 얼마만큼의 절망감을 수시로 느껴야 했을지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괴롭기는 혈통이 중요한 가부키 세계에 대한 원망으로

고통스러운 키쿠오의 입장도 또 다른 의미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가부키라는 장르는 재능과 집안 피를 모두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마치 양쪽의 날개 하나씩을 나눠 갖고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있는 두 남자의 성장기

그리고 청춘이라는 불완전한 시기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한 묘사로 잘 그려내고 있었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 본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들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기에 누구를

악역이라 할 수도 없고 누구를 너무하다고 탓할 수도 없는

매우 강력한 서사는 물론이고 내용적인 설득력을 갖고 있답니다.

만약 내가 막강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하여도 그것과는 완전 별개로

근본 없는 자라는 이유로 배제된다면 그 절망감은

이미 근본 금수저 가부키 명문가에서 태어나 영광의 자리가

보장된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란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그 모든 미묘한 심리와 사실을 조화롭게 전개하더라구요.​

가부키는 일본 전통 정서를 특유의 미학으로 승화시키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최고로 생각하는데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를 섬세하게

매우 잘 묘사한 작품으로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내고자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올려 연기에 매진하는 인물들을 보면 예술적 광기

그 자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를 생각해보게 할 정도죠.

옆 집의 꽃이 더 붉다는 말이 일본 속담에 있는데 바로 그 상황이

이 소설 속 두 남자의 모습인 것 같은데 서로 같은 것 같지만 너무나도

다른 그들의 예술 집착은 광기까지 느껴질 정도인지라 과연

하 편에서는 어떻게 이 모든 갈등이 봉합될런지 기대만발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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