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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민트 맛 소녀시대 - 20세기 소녀의 레트로 만화영화 에세이
백설희 지음 / 참새책방 / 2025년 3월
평점 :
소위 대한민국 만화 영화의 황금기라고 지칭되는 시기를
공유했던 세대는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다채로운 장르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와 비교하면 우리 다음 세대들은 만화 영화이외에도 매우
다양한 소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많아져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들만큼의 정서적 결착력은 없더군요.

생각하기 나름에 따라서 불행할 이유보다는 행복할만한 일도
많았던 것 같지만 도통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던 저의
유년 시절에 거의 유일한 행복은 만화영화와 만화책이었죠.
사실 집안이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이라서 아버지가 계실 때는
절대 텔레비젼 시청을 할 수 없었고 퇴근하시기 전에
아주 짧은 시간 그것도 엄마도 부재중일 때만 볼 수 있었으니
제가 가진 추억의 조각은 또래보다 매우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모든 친구들이 매일 저녁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만화
영화를 보지 못하게 제한한 것이 반작용으로 작동하여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만화라는 장르를 절대 내려놓지 못하게
된 것은 원망해야 할지 아니면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네요.
하여튼 저에게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에 보았지만 너무 조각
조각 파편 형태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수많은 작품들을
적절하게 끼워 맞출 수 있게 도와준 참새책방 출판사의 신간도서
20세기 소녀의 레트로 만화영화 에세이 나의 민트 맛 소녀시대

티비 시청 시간이 제한적이라서 한번도 보지 못하고 친구들의
이야기로만 들었던 작품도 있었고 정말 좋아했지만
몇 번 볼 수 없어서 그 결말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했던
만화 영화도 있었기에 읽으면서 많이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아마 지금의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공유하고 있는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만화 영화를 텔레비젼으로 볼 때 본방사수
한다는 개념 자체가 약간 시대착오적일 수 있는
다양한 시청각 매체가 존재하는 것이 현재라서 더 특이하겠죠.
전 만화 영화보다 만화책을 보는 것이 더 자유로웠던 집안
분위기 때문에 티비를 켜고 자유롭게 본방 사수할 수 있었던
친구들이 부러웠고 이 도서의 저자분은 심지어 엄마와
함께 방송을 보면서 감상까지 나눌 수 있는 가정 환경이었기에
아마 지금도 이렇게 저서까지 낼 수 있었나보다 생각했답니다.
게다가 똑같은 작품을 두고 이렇게나 극명하게 다른 감상을
갖고 있을 수 있구나라고 신기하게 생각했던 2020 우주의 원더키디
관련 내용들은 비교적 저보다 자유롭게 만화 영화를 볼 수 있는
허용적인 부모님께 자라났던 소녀와 무조건 못 보게만 하고 몰래 몰래
봐야해서 거의 몇 편 보지 못했던 저와는 전혀 다른
소감과 기억을 갖고 있었는데 전 작가님과 정반대로 이 작품 덕분에
신비주의와 우주적 세계관에 관심이 생겨 지금도 좋아하거든요.
설령 나와 전혀 다른 기억과 순간들을 소환한다고 하여도 이상하게
반가웠던 만화영화 에세이북으로 반드시 일치하지 않아도
심지어 그것이 이질적이어도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작품들 제목만
보아도 설레이던 우리의 유년기가 지금도 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