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평점 :
판타지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거의 대부분
배경 자체가 외국이거나 아니면 가상의 세상인 경우가
많아서 뭔가 항상 아쉬웠는데 북레시피 출판사의
신간도서 밤의 학교 장편소설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이미
알고 있는 한국사의 한가운데로 타임슬림하는 작품이었어요.

이미 역사가 스포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모두 잘 알고 있는
한국사 속에서 만약이라는 가정 한 스푼을 살짝 곁들인다면 과연
어떤 재미와 반전이 생겨나게 될 것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가끔 과거를 비틀고 싶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는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고 상상은 자유이니 저 역시도 하곤 했었죠.

작품 속 아이들이 시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시작한 장소가
본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라는 점도 뭔가 청춘 감각이
가득하면서 그와 동시에 생생한 현장감까지도 느껴졌어요.
아무리 시간을 넘나든다고 하여도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고 이미
단정 지어 버린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점도 없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과거도 누군가의 개입으로 그 정도까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반전도 그런 반전이 없겠죠?

게다가 시간 여행을 떠날 때 밤의 학교에서 세 친구가 과거로
끌려 들어간다는 설정은 매우 신선한데 혼자도 아니고
친구들과 함께라면 두려움도 어느 정도 사라지고 뭔가 든든한
느낌이 들어서 독서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가 편안했답니다.
왜냐면 시간을 넘나드는 여행 장소가 소위 우리 민족의 암흑기라고
평가 받는 을사늑약부터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 한가운데를
누벼야 하는 시기였고 잊혀진 독립운동 그리고 선조들의 희생과
용기를 맨 몸으로 총칼 앞에 서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죠.

인류사 어떤 국가이든 절체절명의 시기는 존재하는 법이지만 우리가
외세의 압박 속에서도 나라를 잃은 적이 없었는데 일제 강점기라는 차마
돌이키기도 싫은 과거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고통이 존재했는지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우리들이 이 작품으로나마 유추해볼 수 있답니다.
한국사 수업 시간에 간략한 연대별 중요 키워드 정도로만 인식했던
독립운동 하셨던 위인들의 이름과 관련 용어들이 이야기 속에서 등장
할때마다 아이들이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등장하는구나라는 말을
연발했었는데 신흥무관학교 교가를 접한 순간이 바로 그러하였죠.
나라 잃은 슬픔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그 분들의 희생도 필요하지
않았을텐데라는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으나
그만큼 심장 떨리게 그들의 시간 여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는
우리 아이들의 소감처럼 놀라운 여행의 시작이 선사했던
설레임 만큼이나 복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던 빛나고 아름다우나
쓸쓸하고 참혹했던 한국사의 과거 한 조각을 들여다본 기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