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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이 사라진 세상에서 ㅣ 동화향기 22
류영진 지음, 임윤미 그림 / 좋은꿈 / 2024년 8월
평점 :
좋은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한국사에서 소위 개화기라고 지칭되는 시대를 살아내야
했었던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을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았는데 관련된 소재를 도입한 작품을 읽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 깨달았답니다.
좋은꿈 출판사 우리나라 동화작가 창작 시리즈 동화향기 신간도서
갓이 사라진 세상에서 그림책은 시대적 현장감은 물론이고
만약 우리 나라 근대화 시기에 내가 자라나는 어린이 시절이었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눈에 들어왔을까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한국사를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늦게 시작한 편이었지만
최소한 전래 동화책을 보아도 항상 보이는 갓을 쓴 남자들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우리 조상님들의 착장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저도 아이들과 갓을 만드는데
한 사람이 하나의 갓을 뚝딱 만들어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 부분으로 나뉘어 만들며 그런 이유로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는
전문적인 갓일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에 정말 신기했어요.

게다가 아버지가 갓장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어서 집안 대대로
갓일을 이어가는 것이 매우 당연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소년 원식이에게는 상투가 잘려 갓이 사라지는 시대상을 통해
가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강제로 시행된 단발령때문에 아버지의 상투가
잘리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원식은 큰 충격을 받게 되는데
소년보다 더 큰 타격을 입으신 아버지는 점점 야위어가시게 되는데...
상투가 사라지니 갓을 쓰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자
달라진 세상에 혼란스러운 원식이의 부모님도
갓일과 학당에 다니며 글공부를 동시에 하는 것을 허락하게
된 것 같고 아마 제가 그 시대의 부모였다고 하여도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라는 일종에 공감대가 형성되더라구요.

물론 이야기를 읽는 아이들은 갓일과 글공부를 동시에 해야하는
원식이가 힘들었겠다면서 안쓰러워했지만 정작 작품 속의 소년은
학당에 다니는 것을 기뻐했었고 우리 애들은 약간 딜레마에 빠진 것 같은
표정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소년이
신기하면서도 낯설고 배움이 즐거울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감탄했죠.
어찌 보면 지금 현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공부는 당연히
학생의 본분이고 공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에 가까운
성년이 되기 전까지의 시간이 공통적으로 부여되는 세상이기 때문에
결핍이 무엇이고 열망이 어떤 것인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에 아니 학당에 가고 싶은 원식이의 바램을 처음에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도서를 읽으면서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답니다.

저는 소년의 아버지 상투가 잘린 단발령이 가장 충격적이었던 반명
우리 아이들은 학당에 가는 것을 아버지가 반쯤 허락한 것 같은 말 한 마디에
설레이면서 즐거워하고 글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원식이의 반응이
최고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고 손꼽았으니
이런 점도 사람 인생의 과정마다 더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는데
그만큼 이 작품이 굉장히 시대상을 생동감 넘치게 잘 묘사했어요.
그래서 마치 지금 문을 열고 나가면 아직 근대화의 시작점에 있는
조선과 대한 제국 사이 어디쯤의 흙먼지 날리는 거리가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으로 한국사 개화기 부분을
학습하기 전에 미리 읽어보면 상당히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