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키큰하늘 9
조현미 지음, 김주경 그림 / 잇츠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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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우수출판 콘텐츠 선정작

[키큰하늘] 09. 슬리퍼

조현미 글 / 김주경 그림 / 잇츠북

#그래책이야 시리즈를 통해

처음 잇츠북 출판사를 알게 됐지만

최근 저희 큰아이가 더 자주 접하는 건

[키큰하늘] 시리즈인데요.


[키큰하늘]은

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들을 위한

#성장동화 시리즈입니다.

[그래책이야] 시리즈를 읽는 사이

저희 아이도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거겠죠. ^^

최근 [키큰하늘] 시리즈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바로 이 책, <슬리퍼>입니다.


사실, 아이가 책을 읽겠다고

학교에 가져간 지 한참이지만

요즘 학교 연말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친구들과 계속 모임을 갖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가

계속 책을 갖고 오지 않는 바람에

후기 약속을 조금이라도 지키기 위해

오늘 새벽배송으로 부랴부랴

책을 구입해 이 후기를 쓰고 있는데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이 두 권이 돼 버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한 권은 저희 아이 또래를 키우는

지인에게 선물해야겠어요. ^^


처음 책을 봤을땐

표지에도 나와 있는 보라색 슬리퍼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소재라

책 제목이 <슬리퍼>겠거니 생각했는데요.


아이가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제일 처음 물어본 말이 바로

"엄마 이 슬리퍼가 무슨 슬리퍼인지 알아?"

였답니다.


책의 제목인 슬리퍼는

slipper와 sleeper라는

두 가지 의미 모두가 포함돼 있었더라고요.

책의 주인공 연우는

부모님의 이혼 후

아빠가 해외에 나가 일을 하면서

할머니, 고모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혼 당시

엄마와 살기로 했던 철우가

엄마의 재혼으로 할머니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됐는데요.


몇 년 만에 만난 동생은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형인 연우보다 덩치도 더 클 뿐더러

반항기로 가득한

그야말로 사고뭉치였습니다.


심지어 가족들이 모처럼

외식을 하기로 한 연우 생일날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려서

할머니가 호출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말았는데요

할머니가 손이 발이 되게 빌고

가족 모두 겨우 집으로 돌아온 후

철우가 혼나는 사이

연우는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잠에서 깨자마자

눈이 마주친 철우는

의문 투성이 말을 던지며

비아냥거리기 바빴는데요.

그날 이후 연우는 철우와 트러블이 있을 때마다

마치 기절을 하듯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는 일을 반복해서 겪게 됩니다.

연우는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급기야 철우는 할머니와,

연우는 고모와 당분간 떨어져 지내도록

조치를 취하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이 통보를 들은 철우는

연우가 모아놓은 용돈을 훔쳐

가출을 하고 만답니다.


책에 대해 얘기를 해주던 저희 큰아이가

"엄마, 여기까지 들으니

철우가 분명히 물건도 훔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나쁜 아이 같지?

근데 나는 이상하게 철우에게

맘이 쓰이고 안쓰러웠거든.

왠지 철우가 연우를 싫어하는 게

아닐 것 같았단 말야.

근데 그게 확실하다는 걸 알게 된 사건이 있어"

아이가 가리킨 건 바로 이 장면,

세상 그 누구보다 유독 형인 연우에게만

더 까칠하게 굴던 철우였지만

함께 어울리던 친구가 연우 욕을 하자

철우가 버럭 화를 내는 장면인데요.


이 대화를 통해 연우는

어린 시절 자신을 그렇게 따랐던 철우가

왜 그토록 자신을 모질게 대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된답니다.

왜 철우가 자신에게 그토록 모질게 굴었는지,

자신은 왜 툭하면 잠에 빠져드는지,

그렇게 잠이 들 때면 눈에 아른거리던

슬리퍼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차츰차츰 알아가게 되는데요.


그 과정은 연우가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꽁꽁 싸매놨던

자신의 부끄럽고 아픈 과거와

직면하는 과정이었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여러분도

<슬리퍼>를 직접 읽고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키큰하늘] 시리즈의

아홉 번째 이야기, <슬리퍼>는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서 수시로 겪을 수 있는

딱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내적 갈등과 회피기제를

이혼가정의 형제가 겪는 갈등이라는

소재 안에 절묘하게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이 우수콘텐츠 수상작인지

충분히 알겠더라고요.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해주는 아이에겐

자세히 말하지 못했지만

저희 아이에게도 연우 같은

면모가 조금 있는데요.


저희 큰아이는 뭔가 잘못을 해서

제게 혼나고 나면

뒤돌아서기가 무섭게

언제 그랬냐는 듯 너무도 해맑고, 밝게

일상으로 되돌아 가는 경향이 있거든요.


처음엔 그런 아이를 보며

아직 화가 나 있는 저는

왜 저렇게 단순한가,

눈치가 없는 건가,

혼난 게 대수롭지 않은 건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더 화가 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연우가 잠으로 회피를 했듯이

저희 아이도 그런 밝은 모습으로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정말 즐거워서라기보다

다급하게 분위기 전환을 하려는 거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닫고 나니

아이 마음이 헤아려져

화를 낸 제가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해서

화가 나기는커녕 미안해지더라고요.

연우도, 철우도 다행히

가족과 전문가의 도움 아래

조금씩 관계를 회복해가게 되는데요.


맛있는 걸 먹으면 즐겁고,

잠이 오면 짜증을 내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점점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기 시작하는

10대 시작 시점의 아이들에게

공감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슬리퍼>!


슬슬 사춘기의 징조를 보이는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이 책 <슬리퍼>를 아이에게 슬며시 권해 보세요~


이 책은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인 저에게도 큰 울림이 있었는데요.


아이에게 내색하지 않았던

아이의 방어기제에 대해

이번 기회에 한 번 얘기해봐야겠단

용기를 얻게 됐거든요.


아이가 그렇게 방어기제를 보인 것의 시작점은

제가 화를 냈기 때문이라는 사실 자체를

드러내는 걸 피하고 싶어서

저도 아이에게 터놓고

얘길 못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금까지는 아이가 피하고 싶어하니

피해주는 거라고 애써 생각해 왔더라고요. ㅜㅜ)


자신의 좋은 모습뿐 아니라

부끄러운 모습까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것,

저녁 시간에 아이와 함께

제가 깨달은 점에 대해 먼저 얘기하며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봐야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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