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젠더 - 우린 모두 달라!
오누키 시오리 지음, 송지현 옮김,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감수 / 예림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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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달라!

어린이 젠더

오누키 시오리 글 / 무라타 에리 그림

/ 마쓰오카 소시 감수

/ 송지현 옮김 / 예림당 출판

/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한국어판 감수


사회에 만연한 성 고정관념 타파에

평소에도 관심이 많은 엄마라서

유아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에 대해 다루는 책이면

일단 만나고 보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한 번 고정관념으로 자리를 잡으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고정관념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계속

노출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평소 얘기를 해준다고 해도

엄마 뿐만이 아니라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이에 대해 확인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구나! 싶었던

이 책 <어린이 젠더>를 만나봤습니다.

책은 형식은 글밥책 형식이지만

내용은 사실상 그림책 수준으로

큰 그림과 짧은 글로 구성돼 있어서

유치부나 초등 저학년도 읽어볼 수 있는 수준인데요.

초등 저학년인 막내는 책 두께가 두껍다며 거부를 해서

큰아이가 읽어보게 됐답니다. ;;

큰아이가 책을 펼치자마자

“이거 딱 내 얘기네! 고마워 엄마!”하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시작부터 좋아하는 색깔, 옷 종류에 대한

성 고정관념 이야기가 등장했더라고요.


저희 큰아이는 여자아이지만 파란색을 좋아하고

치마보다 바지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엄마인 저나, 여동생은 천생

여자 스타일을 좋아하는 터라

취향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옷 스타일은 최대한 아이에게 맞춰 주는 편인데요.


종종 엄마 스타일대로 입힐 때도 있고,

치마를 사줄 때도 있지만

여자니까! 하고 사주는 게 아니라

엄마 맘에 들어서 샀다거나,

너는 늘 새 옷을 입지만 동생은

늘 물려주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새 옷을 입을 기회가 적으니

동생이 물려받아 입어도

속상하지 않은 옷들도 입어달라고

솔직하게 부탁을 하는 편입니다.


큰아이 성향이 이렇다 보니

둘째아이도 여자라서 분홍이 좋은 게 아니라

사람마다 분홍을 좋아할 수도 있고,

파랑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지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또 언니의 영향을 아무래도 받게 되니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핑크지만

두 번째 좋아하는 색은 또 파랑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성 고정관념에는 이렇게

귀여운 수준의 문제만 있는 게 아니죠.

여자애들은 뒷담화를 즐긴다거나

이른바 여자에 대한 남자의 벽치기가 미화된다거나 하는

미디어를 통해 수시로 제공되는

나쁜 성 고정관념은 더 큰 문제가 되죠.


저희 집에는 TV가 없고,

학습만화 이외의 만화는 아직 노출은 안 한 터라

아이가 여러 매체들에서 이런 게 나온다는 것 자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터라

아이가 오히려 TV에선 이렇게 나오는 거냐고 물어봤는데요.


먼저 노출이 되고 뒤늦게

그런 것들이 나쁘다고 배우는 것보다

이렇게 책을 통해서 먼저 옳지 않은 것들을 배우고

나중에 잘못된 매체에 노출되는 게

훨씬 좋은 순서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기회에 아이가 여러 매체에서

어떤 잘못된 성 고정관념을 표현하는지

알게 된 것도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또 엄마, 아빠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다행히 저희는 현재는 반쪽짜리이긴 하나

대체적으로 맞벌이 환경이기도 하고,

엄마가 체력이 약한 늙은 엄마라

아빠의 육아 분담이 상당히 큰 편이라

저희 아이들에겐 이 부분에서도 편견이 적은 편입니다.


아빠가 요리는 잘 하지 않지만

그건 아빠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거고

짜파게티나 팬케이크 같은 아빠가 할 줄 아는

메뉴들은 정기적으로 아빠가 만들어 주고 있고

설거지나 청소 등도 최대한 분담해서 해주는 편이거든요.


또 육아휴직도 과감히 했던 아빠인지라

아이가 오히려 육아휴직을 다른 아빠들은

안 하는 거냐며 물어보더라고요. ;;

이 외에도 조심스럽지만

제가 꾸준히 아이들에게 노출시켜주고 있는 건

다양한 가족관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당연히 아이들이 동성애자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들,

동성 간 가족을 이룬 사람들을

혐오와 멸시로 바라보는 사람은

안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큰 편이라

이 부분도 꾸준히 노출을 해주었기에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도 크게 놀라지는 않더라고요.

키스 해링이 동성애자였다는 걸

은근슬쩍 노출했던 그림책 얘길 먼저 꺼내기도 하고요. ^^

또 마지막 장에는

성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고정관념 중

잘못된 것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가령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이나

학교에서 산만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학교를 관두고 싶다고 할 때

대처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기존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A라고 생각하고 말한다고 해서

A가 진실이거나 진리일 순 없다는

<어린이 젠더>가 전하는 메시지!


아이들보다 우리 어린들이 먼저 읽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


<어린이 젠더>는 지금까지 제가 다양한 책을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고정관념 타파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책으로 깔끔히 정리돼 있어

이 부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어린이 젠더>를 아이에게 권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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