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인문학 23 - 자녀교육 마음가짐을 바꿀 새로운 시선
윤성경 지음 / 이야기공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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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마음가짐을 바꿀 새로운 시선

부모 인문학 23

윤성경 지음 / 이야기공간 출판


책을 원래 빨리 읽는 편입니다.

발췌독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모처럼 저답지 않게

‘느리게 읽기’를 실천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 인문학 23>인데요.


이 책을 만난 건 유독 똥손인 제가

정말 운 좋게 만년필과 함께 책을 함께 받는

인스타그램 선착순 이벤트에 당첨된 덕분입니다.


쓰던 만년필 청소를 한 번 해야지 하면서도

손 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던 와중에

솔직히 거저 주는 만년필이 욕심나서

이벤트에 응모를 했던 건데요.

만년필도 선물 받았겠다,

마침 아이들과 진행하는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게 있어서

아이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스터디북을 작성하는 동안

엄마는 <부모 인문학23>을 한 챕터식 읽고

맘에 드는 문장을 필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덕분에 본의 아니게 느리게 읽기를 하게 된 건데요.


결과적으로 느리게 읽기를 실천한 건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후기를 써야 해서

어제 오늘에 걸쳐 나머지를 다 완독하긴 했지만

당분간 아이들이 스터디북을 작성할 때

한 챕터씩 다시 읽기와 필사를

계속 이어가봐야겠다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한 번에 많은 분량을 읽으면

모든 게 기억이 날 수 없고,

생각은 분산되고, 깊어지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 이른바 육아서를 열심히 읽다가

흥미를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읽기만 하고 곱씹지도 못하는데

실천이 될 리 만무하니,

읽어봐야 무소용이더라!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하루 한 챕터씩 읽고, 일부를 필사한 후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잠자리에 함께 누우니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저절로 생각이란 걸 하게 돼

곱씹는 시간이 길어지니 느낌이 강하게 오래 남더라고요.


그래서 <부모 인문학23>은 개인적으로

느리게 읽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들을 적절히 섞어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 자녀에 대해,

양육이라는 행위에 대해 철학적 고찰을 하고,

이를 대표적 철학자들의 주장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언뜻 보면 수필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마냥 쉽게만 읽히는 책은 아니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대학 때 읽었던 많은 전공서적들을

다시 꺼내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거의 제목만 기억에 남아 있는

#이반일리치의죽음 은 정말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분명 20대 때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었을 그때와

전혀 다른 무언가를 얻게 될 거라는 확신을

이 책을 읽으면서 감히 갖게 됐거든요. ;;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장은 대체로 대부분 한 번쯤은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부모’가 양육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중에서도 2챕터 ‘장자크 루소가 부모에게’ 챕터는

유난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교육을 비인간적인 교육”

이라고 했다는 장자크 루소!

물론 여기에 대해 반박할 말을

저부터도 백만 개쯤 늘어놓을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종종 아이들을 바라보며 느끼던 안쓰러움이,

날카로운 양심처럼 되살아나

저를 각성시키는 문장이었습니다.


아이가 감당하기에, 혹은 아이가 원하기에...

라는 이유를 대며 살벌한 수준의 급행열차에

아이를 태우고 미친 듯이 달려 나가는

지인들이 주변에 제법 있어서 나의 푸시는 양반이다,

주변에 비하면 충분히 속도조절을 하지 않는가,

이건 공부 습관을 잡는 거다,

애써 위로하던 많은 것들에 대해

“진짜?”라는 물음을 던지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자의 이 문장이 

저의 불안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누군가가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데 익숙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편치 않을 수 있다.” 

나는 아이들로 하여금 수동적 삶을 살도록

훈련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꾸 곱씹고 반성하게 됩니다.


물론 정답은 없고,

그렇다고 당장 아이들을 방목하듯 풀어놓고 살 만큼

담대한 엄마도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자기성찰을 한 번쯤 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지 않을까....

곱씹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미약하나마 마음의 브레이크 하나쯤을

새로 얻은 게 아닐까 위안해 봅니다. ;;

또 가장 최근 제 뇌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아비투스(Habitus)”

“인간이 태어나 각자 다른 조건에서 성장하고

이에 따라 사람마다 구별되는 취향이나 성향체계를 형성”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제안합니다.

“오늘만큼은 치열함을 내려놓고 우리가 물려줄 수 있는

품위 있는 아비투스는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이 챕터를 읽은 날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워서

내가 오늘 아이들에게 한 표정, 말, 뉘앙스, 몸짓 등을

하나하나 떠올려보게 됐습니다.

나의 하루는 오늘 아이들에게

어떤 아비투스를 남겼을까...

3장은 가장 공감이 가면서도

숙제를 부여받은 느낌이 강한데요. ;;

저자가 이해를 돕기 위해 제시한 딸과의 갈등 양상이

저희 집과 몹시도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딸 아이!

저희 집 큰아이가 그렇거든요. ;;

아이는 마치 영역표시를 하듯,

언제 어디서 무얼 했는지

누구나 알 수 있을 수준으로

늘 아이 주변은 어수선하기 이를 데가 없고,

따라서 물건을 제 때 찾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 나쁜 습관을 지금 고쳐주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갈 것 같다는 엄마의 걱정과 짜증이

아이와 수없이 마찰을 빚게 하거든요.


저자는 딸과의 이 갈등 문제에 대해

여러 정신분석적 과정을 거쳐

무엇이 문제인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를 진단해 냅니다.

“나의 비합리적인 신념체계에서 비롯된 분노의 감정으로

서로 소통하기 싫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와 상황이 같으면

원인도 같았으면 굳이 제가 더 따로 스스로를

분석하고 따져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제겐 청결을 강요했던 부모님도 안 계시고,

저 스스로도 정리정돈이 가장 힘든 사람이기 때문에

(사실 그래서 더 화가 나기도 합니다.

부끄럽게도 “나처럼 기준이 낮은 사람이 화날 정도면

너는 정도가 정말 심각한 거야!”라고

아이에게 쏘아붙이거든요 ㅜㅜ)


저의 문제는 저 스스로 ‘ABCDE’ 원리에 따라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봐야한다는 숙제가 남게 됐답니다.;;

4장에서는 유발 하리라, 마이클 샐던처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철학자들의 관점으로

부모의 양육에 대한 조언들을 제시합니다.


유발 하리라가 열다섯 소년에게 남길 최선의 조언으로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 것”

을 당부한다는 말도

20세기에 태어나 20세기의 관점에 익숙한 부모로서

강한 울림을 받았고,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수 클리볼드의 조언도 정말이지 묵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강렬히 남는 건

틱낫한 스님의 사상에 빗댄 양육 조언이었습니다.

“부모와 아이는 삶의 도반이다”

“고치를 뚫어주면 나비는 날지 못한다”


완벽하지도 않으면서

마치 모든 걸 알고 있고,

아이의 전 생애를 책임질 수 있을 것처럼

아이에게 강권하는 부모가 돼선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훅! 들었습니다.


분별심으로 훈계하고 끌고 가려고 하기 마련인

부모라는 위치 대신,

“상대방의 자유와 독립을 존중하고 염원하는 태도”

“함께 수행 정진하는 도반”의 자세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


목표로 삼는다는 말을

감히 입 밖에 꺼내기도 민망할 만큼

쉽지 않은 자세라는 걸 알지만

가슴에 깊이 새겨두고 싶은 양육 태도입니다.


<부모 인문학 23>!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갔던

가벼운 물욕으로 만난 책이었지만

오래 곁에 두고 곱씹어봐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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