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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스터 -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쓴 아이를 만든다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쓴 아이를 만든다
임포스터 IMPOSTOR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출판
3_4년 전 열심히 명사들의 강연을 쫓아다니던 시절,
#메타인지학습법 저자이신 리사 손 교수님의 강연을
큰 사전 정보 없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전이라 수백 명이 모인 강연장에서
눈물을 훔치며 들을 만큼
진솔하고 솔직한 강연에 매료돼
남몰래 팬이 됐던 기억이 선명한데요.
그 리사 손 교수님이 새로운 책을 출판했다는 소식에
나홀로 팬인 제가 이 책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겠죠? ^^
바로 이 책, <임포스터>입니다.
그리고 책을 받아들고 하루이틀만에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을 들었는데요.
바로 리사 손 교수님의
북토크에 초대됐다는 연락을 받은 거죠.
북토크 시간이 한창 저녁식사 준비를 해야 할 때라
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했는데요.
가족들에게 특별히 꼭 듣고 싶은 강연이 있다고
부탁을 하고 참석을 할 수 있었답니다.
역시나 이전의 경험처럼
정말 소중했던 강연 시간이었는데요.
북토크 현장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은 ‘얇은 가면이 더 위험하다’였습니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대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어느 정도는 가면을 쓰지 않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조금의 진실 위에 얹어 쓴 가면은
완전히 거짓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양심의 가책도 덜 느끼고
그 가면이 가면인지조차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말씀에
저 스스로를 유독 돌아보는 시간이 됐기 때문이겠죠.
강연이 그렇게 좋았고, 인스타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보 취득이 목적이 아니라
팬심으로 팔로우를 하는 분이 쓴 책이었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아닌 척 덮고 살고 있었던 제 삶의 모습이
자꾸 들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죠.
책에서 언급한대로 특히 동양 사람들이
가면을 많이 쓰고 살 수밖에 없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정도는 가면이
오히려 사회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얘길 아이에게 대입했을 때,
정말 가면이 꼭 필요한 걸까?
정말 우리 아이가 가면을 쓰고 살아가도록 만들어도 좋은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보니 선뜻 ‘필요하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지 않더군요.
특히 제가 자주 쓰는 가면은
‘겸손의 가면’인지라
3장의 이야기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저는 사실 지금까지 저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끈임 없이 겸손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제가 그렇게 컸고, 또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는 또래보다 학습하는 내용을 습득하는데
조금 빠른 편인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건방져 보이지 않도록
늘 낮추는 자세를 강조해 왔습니다.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내 아이보다 남의 아이를 추켜세우느라 바빴고,
가장 나쁜 것은 남의 아이를 추켜세우느라
내 아이의 약점이나 모자란 점을 들추는 식으로
대응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직 어린 막내는 발끈하며
제게 신호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내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의 ‘쿨함’, ‘겸손’이라는
가면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신호를 철없게만 치부했던
여러 기억들이 쏟아져 내려
마음이 내내 심란해지기도 했습니다.
부모가 되고 보니 저의 행동 양식을
가장 크게 바꾸게 해주는 원동력은
제 자신의 남은 삶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것입니다.
나의 ‘겸손한 척’ 가면이 내 아이들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사실상 처음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됐습니다.
겸손이 미덕인줄만 알았던 제겐
그 질문 자체가 충격이고 놀라움이었습니다.
물론 리사 손 교수님의 성정이 충분히 느껴질 만큼
최대한 조심스럽게, 최대한 긍정적 방향으로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저의 직설화법으로 풀어보면
이 책은 강력한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가면을 쓰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한 사람들은
메타인지에 이르기가 어렵고,
바로 이런 점들이 자신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사실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타인에 의해 제가 가면을 들킨 개인적 사건이 있었거든요.
그 사건을 계기로 은밀했던 감정을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들켜버린 게
무엇보다 불편하고 짜증나고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처음 가면을 벗은 나 자신 본래의 모습을
스스로 직면한 셈이랄까요.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로
가면은 진짜 내 모습이 아니기에
언제든 어떻게든 들통이 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에필로그에서 리사 손 교수님이
조용조용히 조언한 것처럼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의 모자람과 저의 넘어짐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타인의 잘못은 잘못이고
또 그에 대응하는 나의 잘못도 잘못이었음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됐을 뿐이죠.
인간관계가, 사회생활이,
인정을 한다고,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막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더 맘의 여유를 갖게 만들어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ㅋㅋ
마치 점쟁이를 만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딱 지금 내게 이 책이 주어졌지?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이 책을 만난 게 마치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분들은 저처럼 생각할 여지가 많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임포스터>를 통해
들키는 연습을 미리미리 해나가 볼
기회를 가져보실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