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오라 그래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9
정복현 지음, 김주경 그림 / 서유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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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재 어린이 문학선 두리번

#난민 #인권 #차별 #평화

누구든 오라 그래

정복현 글 / 김주경 그림 / 서유재 출판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난민문제에 대해 논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어쩌면 참 늦지만, 어쩌면 이제라도

논쟁이 벌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그동안 국제적 위상의 성장에 비해

난민 문제에 대해 아주 많이 무관심했으니까요.

지리적 이유도 있을 테고,

단일민족 국가라는 개념이 작용한 탓도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누구든 오라 그래>

시의적절한 내용의 책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오는 이라크에서 온 전쟁난민입니다.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파출소로 불려온

라오 부모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왜 라오네 부모님이 파출소로 오게 됐는지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요.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아빠의 신신당부로 친구들이 까닭 없이

시비를 걸고, 부당한 행동을 해도

라오는 꾹 참고 넘어가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생태공원으로 체험학습을 나갔다가

늘 라오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선지가

자랑을 하기 위해 가져온 선지 아빠의

금메달을 잃어버리는 사건에 얽히게 되고 마는데요.

 

이 사건을 최대한 공평하게 해결하려던

담임 선생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지네 부모님이 개입을 하면서

급기야 경찰까지 개입하게 되고 만 거죠.

 

사건을 보면서 참 많이 씁쓸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특별 입국한 400명 남짓의 일행들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많은 사실들이 밝혀져서

여론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정부가 작전을 진행하는 동안 최대한 말을 아꼈던 초창기

제 주위에서도 무턱대고 수용 반대를 외치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슬람 세력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ㅜㅜ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

과격한 세력들이 다른 종교에 비해

많은 편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모든 이슬람인들이

공격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런 논리로 접근한다면 위험하지 않은 종교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막말로 전 국민의 안전을 깡그리 무시하고

지난해 8.15집회를 개최했던 집단은

일부 극단적인 기독교인이었는데,

그것만 보고 세계 모든 기독교인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기독교를 꺼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한들

기독교를 이유로 차별을 일삼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선 일어나지 않죠.

저는 이슬람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교를 믿는 것만으로도

준 테러집단 취급하는 건 말도 안 되는 건데

이슬람교에 한정해서 우리는 자주 그런 우를 범합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건, 적어도 탈레반의 이념에

반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인 건데,

우리나라가 실시한 재건 사업을 도왔던 터라

남아 있으면 부역자라는 이름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지극히 일부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지인의 논리에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과정에서

그런 피의 숙청 과정을 거치기도 했죠.

일제 강점기, 지금 우리가 참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이나 러시아조차도 일제 치하에서

난민처럼 다른 나라를 떠돌며

지금으로 따지면 일본에 테러를 감행했던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을 못 본 척 눈감아 주고

뒤에서 응원하거나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 이슬람 세력을 비교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하기도 하더군요.

왜일까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그 옛날 우리의 자랑스러운 독립투사나,

세계 각지로 흩어진 이민 1세대, 강제이주 동포들이

위험한 인물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시절, 타국의 국민들의 눈에 비친

나라 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 우리 눈에 비친 이슬람 세력과

과연 얼마나 달라 보였을까요?

 

막상 우리나라에 발을 내딛은

400여명의 정체가 밝혀진 지금도

그 지인은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은 없지만

400명이 채 안 되는 인원 중

영유아를 포함한 아동의 100명이 넘고

가족 단위로 따지면 70여 가족 밖에 안 되는 이들이

5천만 대한민국에 정착해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말을 여전히 할지 의문입니다.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

모든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명확하지 않은 정보만을 기반으로

선입견을 가지고 나쁜 쪽으로만 여론몰이를 하는

일부 언론이나 온라인상의 일부 세력들에게 휘둘려

자신도 모르게 타인을 선동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왜 그게 선동인지도 자각하지 못하는 지인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겠단 생각을 하던 중이라

<누구든 오라 그래>는 더욱 반가웠습니다.

 

지나친 난민 수용으로 인해 야기되는

유럽 사회의 갈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난민 문제는 불편해도 계속 접근하고

토론하고 대면하고 직시해야 하는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고립된 채로 외따로 살아갈 수 없고

언제까지나 난민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난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난민문제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 아닐까 합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도 언제 난민 신세로

전 세계를 떠돌지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우리가 난민을 바라보는 그 시선으로

세계 각국이 우리를 바라보게 될 지도 모르는 게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면

라오가 금메달을 잃어버렸다고 우기며

5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고소를 진행하겠다는 선지네 가족.

하지만 라오네 부모님은 아무리 일을 해도

500만원을 빌려서라도 구하기 힘든 난민 가족입니다.

 

라오에겐 이 답답한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곳이 있습니다.

마을의 어느 버려진 집의 마당에 축구공을 주우러 들렀다가

과거 이라크에서 정원 꾸미는 일을 하던

아버지에게서 배운 솜씨로

버려진 정원을 조금씩 손수 다듬어 왔던 라오.

그런 라오의 노력으로 다시 태어난 정원의 모습에 감동한

집 주인 할아버지가 라오에게 언제라도

정원을 방문해도 된다고 허락을 해주었기 때문인데요.

이곳 정원을 매개로 금메달 분실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선지네 가족이 왜 그토록

유난히 라오네 가족에게 민감하게 대했는지도

대화를 통해 뒤늦게 밝혀집니다.

과연 라오네 가족은

금메달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 결과는 <누구는 오라 그래>를 직접 읽고

확인해보시는 게 제일 좋겠죠?

 

제가 알던 지인도 이슬람교

믿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고

그 때 직접 겪은 불편과 차이가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해

이슬람인들을 이슬람 세력으로

생각하게 된 케이스인 것 같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설득하는데 실패했지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차이와 차별을 구별하지 못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대화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본 많은 이슬람인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 입을 통해 확인한 진실은

우리가 이른바 서양인을 제외한

다른 여타의 외국인에게 가한 차별과 홀대는

과연 우리가 선진국을 운운해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참혹하고 슬플 정도입니다.

지금은 조금 더 나아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제가 이 땅의 많은 이방인들을 만나던 시절만 해도

이슬람 세력보다 더 위험하고 무서운 건 우리들이었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말이죠.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내 아이가 만약 대입 논술 시험에서

해당 사회적 논란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제를 만났을 때

그 아이가 써야 할 모범답안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겠느냐고요.

그 답변과 자신의 신념이 다르지 않게 키우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부모가 평소 이슬람인들을 무턱대고 경계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홀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아이가 아무리 머리가 굵어

교과서적인 정답을 알게 되더라도

과연 진심이 담긴 모범답안을 쓸 수 있을까요?

진심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잘 드러나는 법인데 말이죠.

우리는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너는 시험지에 정답만 이렇게 써!

이런 부끄러운 말을 해야 하는 부모는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일찍부터 <누구든 오라 그래>와 같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고민해볼 수 있는

책들을 접하게 해주고

아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는 과정이

꼭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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