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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라 살아남았습니다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지음, 김지연 옮김, 이정모 감수 / 한빛라이프 / 2021년 7월
평점 :
이기적이라 살아남았습니다
얍삽한데 귀엽고 치열한데 슬픈 66종의 생물 도감
이마이즈미 다다아키 글 / 모리마쓰 데루오 그림
/ 김지연 옮김 / 이정모 감수 / 한빛라이프 출판
큰아이가 어릴 때부터 정색한 과학백과 류는
도무지 보려고 하질 않았는데요.
그리고 사실 태양계, 우주 분야를 제외하곤
그다지 과학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아이가 그래도 꾸준히 보는 과학 관련 책은
생물들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특정한 주제로 생물들의 특색을 소개하는 책들인데요.
그렇다 보니 엄마 입장에서는 그렇게라도
과학책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이런 책들이 보이면 최대한 만나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잖아요.
작은 단편적인 지식들이 모여서
언젠가는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 나가길 기대하며 말이죠. ;;
그러던 와중에 최근 제 레이더망에 잡힌
또 하나의 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
<이기적이라 살아남았습니다>입니다.
생물들의 생존 본능에 대해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인간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조금 어패가 있긴 하지만 ;;
엄마는 어떤 특성을 소개할지 짐작이 됐지만
아이는 제목을 보고 바로 호기심이 발동해서
책을 펴자마자 초 집중 모드로 읽어내더라고요. ^^
책은 생물을 총 6종으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는데요.
포유류, 조류, 바다 생물과 파충류,
곤충, 벌레잡이 식물, 바이러스 등입니다.
그럼 먼저 포유류부터 살펴볼까요?
저희 아이가 포유류 중에서
가장 주목한 동물은 바로 미어캣인데요.
우선 누구나 다 아는 두 발로 우뚝 선
특유의 미어캣 삽화가 눈에 띕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미어캣에 대한 짤막한 정보가 제공되고요.
아이도 동물원에 가서 미어캣을 보기도 했던 터라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미어캣의 행동은
미처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며 흥분을 했는데요. ;;
바로 감시병 역할을 하는 미어캣이
두 발로 우뚝 서 보초를 서다가
적을 발견하면 소리를 지르게 되는데
문제는 그 때 다른 동료들은
위험을 알려준 친구를 두고
안전한 굴속으로 줄행랑을 쳐버리는 거죠. ;;
책을 본 아이가 어떻게 모두를 위해
위험을 알려준 친구를 두고 이럴 수가 있느냐며
흥분을 하며 설명을 하더라고요. ;;
그래서 엄마가 조금 부연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혹시 전체 구성원들이 위험을 알려 준
미어캣 옆을 지키고 있어줘도
다 같이 죽을 수밖에 없고,
한 명이라도 친구에게 미안해 얼쩡거린다면
얼쩡거린 미어캣까지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요.
전체 구성원을 생각하면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한의 득을 보는 방향으로
생물은 진화를 해야만
오래 종족을 유지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요.
동물의 세계를 인간의 눈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요. ;;
하지만 아이가 다시 한 번 흥분을 하며
펼쳐 보여준 페이지가 있는데요.
바로 2장 조류 파트에 등장하는 ‘검독수리’입니다.
검독수리는 2개의 알을 낳는데
먼저 태어난 첫째가 뒤이어 태어난 동생을
부리로 쪼아 죽인다고 합니다.
한정된 먹이를 독차지하려는 본능이라고 해요.
그래서 먹이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두 마리 모두 살아남기도 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이건 정말 나쁜 거라고,
막 흥분을 하더라고요.
미어캣처럼 내버려두고 먼저 도망치는 건
무서워서 그럴 수도 있고,
위험을 알린 미어캣도 위험을 알리고
빠륵게 도망가면 잘 하면 살 수도 있는 거지만
이건 일부러 친구도 아니고
동생을 직접 죽이는 거 아니냐고요.
“나는 있지. 정말로 내가 죽게 되더라도
동생을 죽여서 살지는 않을 거야!”라며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지는 큰따님 ;;
ㅎㅎ 원래 참 감성이 풍부한 아이입니다. ;;
꼬꼬맹이 시절 석양을 보고 눈물을 짓는 걸 보고
시터 이모님이 기함을 했을 정도로 아이니까요. ;;
그래서 다시 차근차근 설명해주었습니다.
모든 검독수리가 너처럼
먹이를 조금씩만 먹더라도
같이 생존하는 걸 선택한다면
먹이가 부족할 땐 두 마리의 새끼 독수리 모두
끝까지 살아남을 수 없을 수도 있다고요.
그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검독수리는 극단적으로
멸종하게 될 수도 있으니
먹이가 부족할 때는 어쩔 수 없이
하나라도 제대로 살아남아
종족 보존을 하기 위한 선택인 거라고요.
근데 사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참 인간의 잣대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본능이긴 했습니다. ;;
그렇다고 막 이렇게 심각한 이기심을 드러내는
생물들만 소개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곤충류에서 소개되는 생물 중
‘톱니뿔매미’ 같은 경우는
사실 이기적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소소한 특색을 드러낼 뿐이니까요. ;;
톱니뿔매미는 머리에 아주 위협적으로 보이는
톱니 모양의 뿔을 갖고 있다고 해요.
게다가 날개에는 거대한 눈알 무늬를 띄고 있고요.
그러니 천적들이 보기엔 엄청 큰 눈과 뿔을 가진
괴물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정작 이 톱니로는 얇은 나뭇잎 한 장도
자를 수가 없다고 해요.
그야말로 ‘위장술’일 뿐인 거죠.
‘톱니뿔매미’의 특징을 읽고 아이가 말하길
“살아남기 위해 겁을 주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어”
라고 했는데요.
그래서 알려주었습니다.
현대 과학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동물에게 있어서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가장 최우선 과제라고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을 인간의 도덕적 눈으로 봐선 안 된다고요.
아마도 우리 인류도 오래 전에는
적자생존의 온갖 습성을 갖고 있었을 테고,
인간이 불과 도구를 사용하면서
삶의 질이 올라가면서
네가 죽어야 내가 살아남는다!
같은 적자생존이 꼭 필요한 건 아니게 됐을 때
비로소 도덕이나 공존, 배려, 이타심이 생겼을 거라고요.
동시에 인간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동족을 살상하는 일은 잘 없지만
(그보다 못한 이유로 살인이나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죠.)
다른 많은 동식물을 먹고,
심지어 무분별한 개발로
생태계와 지구를 괴롭히고 있으니
자연계 전체로 보면 인간이 가장 이기적일 수도 있다고요. ;;
아이에게 설명을 하다 보니
이기적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면 ‘생존’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이 땅의 모든 생물들이 적어도 사람보다는
더 나은 생명들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
좀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생존 본능’에 충실한
생물들의 독특한 행동양식을 소개하고 있는
<이기적이라 살아남았습니다>는
아이가 혼자 읽도록 두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읽고
해당 생물의 행동특성을 한 번 더 부연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태계의 법칙을
단순한 인간의 시선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며 읽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