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상과 시인 아저씨 생각하는 숲 27
박상률 지음, 윤미숙 그림 / 시공주니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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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상과 시인 아저씨

박상률 글 / 윤미숙 그림 / 시공 주니어 출판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별 기대 없이 무방비 상태로 읽었다가

왈칵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이가 깜짝 놀라 달려와 위로해주는 통에

겨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었네요.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를 읽은 저희 집 풍경입니다.

처음엔 저희 아이가 먼저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더니,

엄마 이거 좀 슬픈데 독특하고 음.. 하여간 특이해.

엄마도 읽으면 아~ 할 거야

라고 말해주더군요.

 

아이가 잘 읽었다니 그걸로 됐다, 솔직히 그러고 말았는데,

이게 몇 살을 대상으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느낄 바가 많은 책입니다.

제 일에 대해 열정과 에너지가

사그라들다 못해 소멸할 지경에 이른

저 스스로를 엄청 반성하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개밥상과 시인 아저씨>의 화자는

시인 아저씨가 키우는 개입니다.

한때는 단란했을지도 모르는 가정을 꾸렸던 아저씨는

언제부턴가 시골마을에 들어와 화자인 진돗개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데요.

 

몸은 어딘가 아프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며 그나마 있던

시인의 집과, 퇴직금까지 모두 위자료로 가져가고

아저씨는 근근이 생활을 유지해 갑니다.

가끔 옆집 사는 할머니와 소통을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사는 누나가 시인을 방문할 뿐

시인 아저씨는 대부분의 시간을

화자인 진돗개와 함께 보냅니다.

그냥 반려견 수준이 아닙니다.

진짜 식구(食口)’입니다.

정서적으로도 그렇기도 하지만

주변의 어떤 핀잔과 호들갑에도

시인 아저씨는 개와 한 상에서 밥을 먹으니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식구인 겁니다.

 

심지어 자신의 죽음 이후에 대한

법적 서류를 작성할 때조차

엄연한 보호자로 진돗개의 발도장까지 찍게할 정도로

둘은 서로에게 보호자로서 의지하며

식구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시인 아저씨는 수시로 떠오르는 시상과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에 대한 느낌과 생각,

시를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진돗개에게 들려줍니다.

 

그래서 진돗개는 시를 좀 압니다.

아니, 사람보다 어쩜 더 잘 아는지도 모릅니다.

진돗개의 눈에도 한심하게 비친

시인 아저씨의 팬이라는 아줌마들이 들이닥쳐

스쳐가는 바람처럼, 하나의 놀잇감처럼, 장식품처럼

시를 소비하려는 모습을 읽으면서

씁쓸하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리도록 부끄러웠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의 열정은

온 데 간 데 없이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지금의 저를 돌아보며 마음이 많이 부대꼈습니다.

그리고 사실 아직도 많이 부대껴서

별로 부담감 느끼지 않았고

어렵지 않던 서평 쓰는 일이 지금 참 어렵습니다.

시인 아저씨의 병세가 악화되고

너무나 쓸쓸히 죽어간 후

세상은 뒤늦게 그의 죽음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호들갑을 떨고

그의 죽음은 물론 살아남은 화자, 진돗개까지

오로지 상품으로서 바라보며 함부로 떠들어 댑니다.


또 화들짝 놀라 멈칫하게 됩니다.

세상 누구보다 모난 돌로 살았던 저였지만

일을 하면서 만나는 취재원들 앞에

절대 을의 입장으로 엎드리고 조아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태생적으로 제가 하는 일이 그런 맥락의 일이었음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지만,

다시 한 번 활자를 통해 적나라하게

제가 몸담은 업계의 생리를 직면하고 나니

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

말이 넘치려고 합니다.

자칫 일기가 될 지경입니다.

 

그냥 진심으로 많은 분들에게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작가님이 시에서부터 청소년문학, 희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깊이 쌓은 연륜으로 써낸,

시 같으면서도 소설 같고

재미있고 유쾌하고, 기발하면서도 처연하고 아픈

좋은 작품을 만나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더구나 아이들이 아니라 본인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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