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 - 세계 지리 문화 이야기 파랑새 영어덜트 3
서해경 지음, 비올라 그림, 류재명 감수 / 파랑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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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

세계 지리 문화 이야기

글 서해경 / 파랑새 출판 /

추천·감수 류재명(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책 제목을 볼 때부터 강하게

끌리는 책들이 있죠.

이 책의 소개를 보는 순간이 딱 그랬습니다.

<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라는

책 소개를 보는 순간이 딱 그랬습니다. ^^

 

표준 시간이 아홉 개나 된다면,

짐작이 가는 나라가 딱 떠오르긴 하죠.

여간 넓지 않고서야 표준시가 9개가 되긴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책의 제목이 던지는 질문보다

세계지리와 문화를 스토리로 어떻게 풀어냈을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책 소개가 정말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책을 펴는 순간 그야말로 술술~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앉은 자리에서

순식간에 책을 읽어냈습니다.

 

상황 설정이 특이하거나, 독특한 게 아니라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 자체가

탁월한 천상 이야기꾼이었습니다.

 

지리를 이야기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한국사, 세계사,

세계사, 세계지리를 그나마 조금 좋아한 편이었지만

저 같은 경우조차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골치 아프고요. 외울 건 많고요.

근데 안 중요한 과목이니 ;;

다들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고 투덜대기 바빴죠.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까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은 저희 때보다

더 바쁜 아이들이니까요.

 

그런 바쁜 아이들에게 세계 각국의

지리와 문화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들려주려면

이야기가 일다 재미있지 않으면

일단 외면을 당하고 말 테니까요.

 

책은 몽골에서 시작해서, 볼리비아에 이르기까지

11개 나라를 여행했던 허풍선이란 인물의

여행담을 허풍선 본인이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처음 몽골 이야기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몽골은 낯설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막 참신하게 느껴지진 않았는데요.

    

풍선의 여행이 제게는 낯선

저 멀리 칠레로 이어지는 순간부터

점점 더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칠레 와인이 가성비가 좋다는 얘긴

와인 문외한인 저도 많이 들어봤는데요.

 

칠레의 북쪽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그 유명한 아타카마 사막,

그리고 동쪽은 세계에서 가장 긴 안데스 산맥,

남쪽은 남극과 연결되고요.

서쪽은 태평양에 면해 있습니다.

그러니 병충해에 시달리지 않아

건강하고 질 좋은 포도가 생산된다는 거죠.

 

머릿속에서 따로따로 분리돼 있던

칠레에 대한 배경지식들이

포도주 하나로 새롭게, 그리고 선명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답니다. ^^

이런 느낌을 싱가포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확실히 느끼게 됐는데요.

싱가포르의 발전상이나,

싱가포르의 테형과 같은 엄격한 법률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한 터라 많은 이들이 알고 있죠.


그런데 그토록 엄격한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 말레이, 인도, 아랍 등의

다민족들이 서울보다 조금 클 뿐인

도시국가에 촘촘히 모여 살아가고 있으니

민족 간, 종교 간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법치가 필요했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통치자의 성향 등 추가적 요인이 많겠지만;;)

이런 도시 국가 싱가포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니

오늘날에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싱가포르만의 사회규범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했고,

미처 몰랐던 싱가포르의 다인종, 다종교 문화 상황을

좀 더 잘 알게 되기도 했답니다. ^^

책 제목에 언급된

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

역시 러시아였습니다.

워낙 동서로 길게 퍼져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토를 자랑하는 국가이니

이런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예전에 큰오빠가 러시아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의 기억이 납니다.

당시가 소련 해체 무렵이었던 터라

국제 전화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

러시아 시베리아 송유관에 뭔가 사고가 터져

아버지가 정말 애타게 국제 전화를 계속 연결한 끝에

큰오빠와 연결이 됐을 때,

큰오빠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버지, 시베리아는 모스크바보다

한국이랑 더 가까워요.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의 무사함을 그렇게 표현했던 거죠.^^

그만큼 우리 가족은 러시아의 국토크기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 돼 있었던 거고요. ^^

끝으로 책 말미에는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얼음이 많은 곳에서 얼음집을 짓고,

소금이 많은 곳에서 소금 집을 짓고,

나무가 많은 곳에서 나무집을 짓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니야?

지리와 문화는, 연결되어 있잖아.”

 

제가 학창시절에 노력대비 암기과목을

조금 잘할 수 있었던 비결도

아마 그런 맥락을 저도 모르게 익히고 있었던

까닭인 것 같은데요.

시험 기간이 되면 세계지도 하나를 그려놓고,

세계사와 세계지리, 한국사와 한국지리는 기본

가끔 도덕과 사회문화는 물론, 지구과학이나 생물까지도

여러 과목들을 한꺼번에 설명하고 공부하던 버릇이 있었거든요.

 

<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

읽고 난다면 세계지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독립적인 분야라기보다는 익히 우리가 알고 있던

여러 배경 지식 속 정보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아이들이 낯선 세계지리나 세계문화를 공부하는

시선이 좀 더 색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여름 방학,

<아홉 개의 시간이 흐르는 나라가 있다고?>를 통해

초등 고학년이나 중등과정의 청소년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책을 읽는 가벼움으로

세계지리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는 건 어떨까요?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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