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어린 시민군 스콜라 어린이문고 34
양인자 지음, 홍연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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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라 어린이 문고 34]

오월의 어린 시민군

양인자 글 / 홍연시 그림 / 위즈덤하우스 출판

 

표지만 봐도, 제목만 봐도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

<오월의 어린 시민군>입니다.

 

이 책의 책 소개를 보자마자

이 책은 소장해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저희 아이들이 어려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걸 알았지만

잘 갖고 있다가 꼭!

읽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시 큰아이에게 책을 넌지시 건네 줬더니,

엄마, 이거 좀 무서워, 끝까지 못 읽겠어하더라고요.

, 이 책은 그 정도의 무게감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 친구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805월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그날의 이야기를 아이들도 알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수많은 당연한 권리와 자유가

어떤 희생과 참상을 딛고 얻은 성과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월의 어린 시민군>은 광주에 살고 있던

찬호네 가족을 중심으로

5.18 민주화 항쟁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장난꾸러기 찬호와,

조용조용하지만 찬호와 너무 찰떡궁합인 현조.

그런 현조가 이사를 가기 며칠 전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세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총성이 울린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지켜야 할 대한민국 군인이,

대한민국 국민을 향해 총을 쏜 겁니다.

세 들어 살던 현조 네가 이사를 간다고

주인집이었던 찬호 엄마가 한 상 제대로 차려

송별 파티를 준비하는 대목처럼

그런 어처구니없는, 상상 밖의 사건이 벌어진 와중에도

사람들은 또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묘사를 통해

수십 년 세월 광주의 폭도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얼마나 평범한 일상을 살던

우리 이웃과 똑같은 사람들이었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학생들을, 시위대를 도울 수밖에 없었는지,

왜 지극히 장난꾸러기이고

세상 물정 모르던 찬호나 현조 같은 아이들마저

시민군의 활동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몫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분자분 그려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그날,

도청을 지키던 이들의 마지막 호소문에서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ㅜㅜ

저는 내내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오랜 세월 그들의 억울함을 몰라줘서

그것만으로도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현조와 같은 가슴앓이를 하게 만든 게

다름 아닌 나였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래 울었습니다. ㅜㅜ

 

저는 고향이 대구입니다.

그래서 몰랐습니다.

정말로 몰랐습니다.

1980년 광주의 그날에 대해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단 하나의 진실도 몰랐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좀 많이 기억하는 편인데요.

그 시기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광주에 무장공비가 나타났다고,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엄마가 지하실에 라면이며 밀가루 같은

비상식량을 사다놓았던 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대학시절 아주 가까운 지인이 광주 출신이었습니다.

저보다 2살 많던 지인은

당시 광주를 제법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육교 위에서 탱크가 지나가는 걸 지켜보며

우와~! 감탄을 하기도 하고,

총을 든 군인들이 트럭에 가득 탄 채

시내 도로를 돌아다니는 것도 직접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는

아버지가 엄마가 싸주신 주먹밥을 잔뜩 들고 집을 나가서고

어머니는 지인의 형제들을 안방에 몰아놓고

그 위로 엄청 두꺼운 솜이불들을 가득 덮고

아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그 위로 지인의 어머님이 이불을 감싸 안고 엎드려

엉엉 우시던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겨우 스무 살 남짓했던 저는

5.18에 대한 영상을 보고, 지인들의 얘기를 듣고

그야말로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통곡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책에나 나오는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스무 해를 겨우 살아낸 젊은 아이들의 기억 속에

같은 시기 같은 사건이

이토록 다르게 기억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저는 제가 행여나 다시

권력이, 언론이 마음대로 주입하는 정보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깨어 있으려

노력이라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아픈 역사를 선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를 직시하고,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고

지나간 일이라며 어영부영 덮고 넘어가면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해

여태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듯이

부작용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5.18이나 세월호 얘기가 나오면

어떤 이들은 말합니다.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요.

그 말은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를 구차한 거지같다고 비웃으며 말이죠.


우리가 그런 무 개념한 국민이 되지 않으려면

피해자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진실을 드러내고 규명을 하고,

처벌을 하고, 사과를 하고, 보상을 해야 합니다.

권력이, 기득권이 휘두른 횡포에 대해

그만하면 됐다는 말은

피해자들만이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굳이?’라는 생각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러운 역사는 자랑스러운 역사대로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는 또 그대로

아이들에게 바르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게 진짜 역사교육의 목적이지요.

 

교과서의 역사적 사건을 읊을 줄 아는

아이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른 역사의식을 갖은 아이,

역사를 배우는 참 의미를 아는 아이,

역사의 교훈을 곱씹을 줄 아는 아이로 키우는 게

궁극적인 역사교육의 이유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꼭 아이에게 언제가 되더라도

<오월의 어린 시민군>을 다시 읽도록 해줄 생각입니다.

 

교과서에서 몇 줄 언급되는 내용이 아니라

진짜 있었음직한 그날의 이야기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최대한 절제해가며

풀어놓은 이야기이기에

아이가 조금이라도 진실에 가깝게 5.18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 책, <오월의 어린 시민군>을 꼭 다시 읽게 해줄 생각입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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