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 꿈꾸는 문학 12
김문주 지음, 강영지 그림 / 키다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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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물고기 도감

<우해이어보> 이야기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

김문주 글 / 강영지 그림 / 키다리 출판

 

처음엔 그저 널리 알려진 <자산어보>보다

먼저 쓰인 <우해이어보>라는 책이 있었고,

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책소개 글을 보고

<우해이어보>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만나보게 됐는데요.

책을 한 번 펼치자 새벽 동이 트는지도 모르고

단숨에 책을 읽어내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책,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인데요.

지금의 진해 지방에 사는 계동이네 집에

어느 날 나라에 죄를 짓고

유배를 온 양반이 얹혀살기 시작합니다.

힘 없고 무기력해 보이던 김려는

계동이 아버지를 비롯한 이웃들의

따뜻한 배려 덕에 겨우 원기를 회복하는데요.

그런데 이 양반 나리는 참 궁금한 것도 많고

어리숙한 듯 하면서도 생각이 참 반듯한 사람입니다.


관아의 관리들의 눈에 들어 일신을 편히 하는 길 대신

계동이네를 비롯한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

잡지 않으려 했던 붓을 들고

끝까지 그들의 편에 섰다가 고초를 겪기도 하는데요.

하긴 그러니 기득권의 눈 밖에 나 귀양을 오게 됐겠지요. ㅜㅜ

하지만 김려는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탐관오리가 판을 치던

순조 때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의 행동은 기득권 세력에겐

눈엣가시였을 테고,

그래서 그는 성치 않은 몸에도

갖은 고초를 겪게 되고

생각을 정리하던 그의 글들은 모두 불에 태워집니다.

 

다시 한 번 심한 좌절을 느꼈을 김려를 일으켜 세운 건

그가 얹혀살며 보살핌을 받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소일거리처럼 글을 가르쳤던

계동이였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문제가 됐으니

사람 말고 물고기에 대한 얘기를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사람은 본디 다 귀하다고 했으니

물고기도 귀하게 여길 수 있고

불고기에 대해 글을 써주면

더 귀하게 여겨질 것 아니냐며

무기력에 빠진 그를 설득하는데요.

그리고 그를 은근히 놀리고

불편해하던 마을 사람들도

김려가 본인의 몸을 사리지 않고

마을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을 보고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김려가 궁금해 하는 물고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저마다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우해이어보가 탄생하게 되는 거죠.

 

계동와 계동이 마을 이웃들은 물론 허구의 인물입니다.

<우해이어보>를 집필한 김려라는 양반이

어떻게 하다가 어류에 대한 백과를 쓰게 됐는지에 대해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인 거죠.

그런데 정말 충분히 개연성이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 나서 김려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져서

급하게 몇 찾아본 자료만 봐도

작가님이 설정해 놓은 인물들과의 관계가

정말 있었던 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적들에 개연성이 충분합니다.

 

그 시대 신분의 귀천을 따지지 않던 김려와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지쳐가던 백성들 사이에

맺어지는 끈끈한 우정과 신뢰 관계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고래를 매개로 하는

동화 같은 에피소드에선

동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 책의 작가님은

<우해이어보>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

그리고 그 책의 저자의 생을

간단하게라도 찾아본 순간

기분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게 됐습니다.

얼마나 짜릿했을까 싶더라고요.

 

얼마 전에 <비차를 찾아라>라는 책도

읽은 적이 있는데요.

그 책도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처럼

역사 속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작은 단편에서 시작해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야기였는데요.

 

역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소재들을 발굴해

새롭게 반짝반짝 빛나게 다듬는 일!

정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 과정이 벅차고 설렜을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런 작업들이 무척 가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책 말미에 이렇게 우해이어보에 대해 간략히 소개가 되지만

조만간 ‘김려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야말로 잊혀가던 역사에

온기를 불어넣은 거죠.

그만큼 김려라는 사람이 정말 매력적으로

잘 묘사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가치가 소중한 만큼

더 잘 쓰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작가의 말에서도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초등 중학년 이상 청소년부터

저처럼 새로운 역사 이야기거리를 좋아하는 성인들까지도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 말고도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의 가치에 대해

김려라는 사람의 매력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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