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고정순 그림, 배수아 옮김,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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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나는 사람이 되었어요!”

안데르센 글 / 고정순 그림 / 배수아 옮김

/ 김지은 해설 / 길벗어린이 출판

 

안데르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미운 오리 새끼>,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수많은 동화의 작가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저는 안데르센의 작품,

<그림자>의 존재 자체에 대해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림자> 책 소개를 얼핏 보자마자

그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나보게 된 그림책, <그림자>

일단 대충 훑어봐도 저희 집 둘째

꼬맹이가 볼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밥도 많은 데다가 그림들도 거의 잿빛이라

검은 색을 유난히 안 좋아하는 저희 둘째에겐

줘봐야 펼쳐보지도 않을 거니까요.

그래서 9세 큰 아이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권해 주었는데요.

아이가 책을 읽더니 난색을 표하며

책을 다시 들고 왔습니다.

엄마, 이거 너무 어려워! 못 읽겠어!”

종종 아이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어서

당연히 그만 읽어도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슬쩍 물어봤지요.

대충 어떤 스토리이기에 어렵게 느껴졌냐고요.

보통 이런 질문을 하면

아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줄거리 정도는 읊어주는 편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아이가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그림자가 공주랑 결혼한다는 얘기만

정확히 기억이 난다고 말하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기에

아이가 이렇게 어려워했던 걸까요?

책을 읽어보고 나서

아이에게 훅~! 미안해졌습니다.

세상에 제가 먼저 읽어볼 걸 그랬어요!

제가 먼저 읽어봤다면

저는 절대로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기보다

전형적인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북반구에 살던 어느 학자가

태양이 작렬하는 남반구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신비로운 2층집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는데요.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따라다니지만

빛의 방향에 따라 문제의 2층집을 넘나들기도 하는

그림자에게 2층집을 등여다 보고 와서

자신에게 본 것들을 얘기해주면

쓸모 있는 그림자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건네게 되는데요.

 

그날 밤!

실제로 그림자는 학자를 떠나게 됩니다.

깜짝 놀란 학자는 그림자를 불러보지만

애초의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고,

그림자의 뿌리에서 다시 자라나는 그림자를 키워

학자는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날 밤!

그림자가 돌아왔습니다.

완전히 사람의 형상을 한 데다

심지어 엄청나게 화려한 면모를 띄고 말이죠.

 

그리고 그림자는 주인이 요구했던 대로

주인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의 여정을

들려주는데요.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건

그림자가 부자가 된 과정이었습니다.

그림자는 세상 곳곳에

아무 경계도 받지 않고 스며들 수 있는

그림자 고유의 본성을 이용해,

세상 모든 사람의 이중적 모습들을

낱낱이 파악하고,

이를 무기로 사람들을 협박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심지어 사람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게 된 거죠.

 

그리고 이상을 쫓느라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무기력한 학자에게 간헐적으로 찾아와

학자에게 엄청난 유혹을 합니다.

멋진 온천 여행을 함께 떠나자는 거죠.

경비는 모두 부자가 된 그림자가 부담하고 말이죠.

 

다만!

학자가 사람 행세를 하는 그림자의 그림자가 돼

여행에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말이죠.

 

처음엔 거부하던 학자도

결국 암담한 현실이 계속되며

그림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는데요.

그리고 여행의 과정에서 학자는

그림자와 우정을 쌓았다고 생각한 어느 시점에

진짜 형제처럼 존칭을 생략하자고 제안하는데요.

그림자는 이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학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너라고 부르고 싶군요.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바가

절반은 이루어진 것 아닌가요?”

라고 말이죠.

 

학자는 졸지에 일방적 하대를 당하게 된 거죠.

그렇게 완벽하게 주객이 전도된 여행에서

저희 아이가 말한 대로

그림자는 왕위를 물려받을 예정인

공주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리고 교묘하게 공주를 현혹해

공주와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림자가 된 학자가

자신의 비밀을 공주에게 털어놓을까봐

공주가 그림자가 된 학자를 광인으로 믿도록

현혹하고 마는데요.

공주는 그 말을 믿고 이렇게 말합니다.

불쌍한 그림자!

그런 불행을 겪다니,

굉인으로 한평생을 보내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텐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자들의 목숨을 고통 없이

끊어주는 일이 필요한 것도 같아요.”

 

과연 학자였다가 온전히 그림자로 전락하고 만

주인공은 어떻게 될까요?

그 결말은 <그림자>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죠?

 

이렇게 <그림자>는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해 부끄럽도록

냉혹하게 파헤치기도 하고,

인간이 얼마나 유혹에 약한

나약한 존재인지도 깨닫게 하고

한 대상에 대한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이나 동정이

얼마나 무모하고 때론 위험한지도 깨닫게 해줍니다.

 

이런 철학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니

아이가 그토록 이야기를 어려워 한 거죠.

 

책을 읽고 나니,

아이가 이 책을 잘 읽었다고 하거나

이해했다고 말을 했으면

오히려 걱정이 됐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문해력이 유행이죠.

이 책은 바로 그 문해력을 가늠할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초등 저학년 수준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

그 아이들은 그저 글자를 읽는데 그칠 겁니다.

저희 아이보다 조금 더

줄거리를 잘 설명할 순 있겠지만 말이죠.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읽었다고 하는

10세 미만의 아이가 있다면

... 저라면 오히려 아이의 독해실력을

진지하게 의심하고 고민에 빠질 것 같습니다.

책 뒤쪽엔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인 김지은 평론가가 정리한

이 작품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포함돼 있는데요.

저희 아이 말론 이 부분도 얖부분은 이해가 됐지만

뒷 부분은 이해하기 좀 어려웠다고 했는데요.

그 역시 제대로 읽은 거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여하튼 이 작품 해설을 읽고 나면

그림자와 학자 간의 호칭 문제가

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책을 덮고 나서 2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곰곰이 안데르센 동화를 떠올려 보니

지금까지 아이들의 그림책이라고만 생각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의 줄거리 속에

인생을 바라보는 안데르센의 관점이

희미하게나마 떠오르고,

그 안의 공통점들이 짐작됐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든 생각은

이 그림자라는 책도

아이들 눈높이로 각색을 한 책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럼 내가 알던 수많은 안데르센 동화의 원작도

어쩌면 이번에 읽은 <그림자>만큼이나

깊이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조만간 안데르센의 원작을

찾아 읽어봐야겠습니다.

 

길벗출판사에서 출판한

안데르센의 <그림자>!

이 책은 그림책임에 분명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입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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