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차를 찾아라 그린이네 문학책장
정명섭 지음, 장선환 그림 / 그린북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린이네 문학책장]

비차를 찾아라

정명섭 글 / 정선환 그림 / 그린북 출판

 

<비차를 찾아라>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기 전까지

비차라는 것의 존재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우리나라에도

비행물체를 만들어 보려던 사람이 있었다니!

역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선

냉큼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이 배송되고 한동안

주방 입구 테이블 위에 올려놨었는데요.

어느 날 신랑이 그 책을 보더니

어 비차 이야기야?”라며 아는 체를 하더라고요.

비차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세상에서 저만 본인을 헐렁헐렁하게 본다며 ㅋㅋ

타박을 하더라고요. ;;

명색이 국사선생인데 못 들어봤겠냐고요.

문헌에는 비차에 대해 너무 대단하게 표현을 하고 있어서

당대 사람들이 하늘을 난다는 사실에 놀라

과장되게 표현해 놓은 게 아닐까 싶었다고 이야기해 주는데

큰 아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더니

엄마, 그거 나 읽어볼래! 재미있을 것 같아!”라며

책을 냉큼 가져가더라고요. ^^

오오~! 예상치 못했지만 이런 전개, 고마울 수밖에요. ^^

 

그런데 매일 학교에 책 한 권씩 가져가서

읽고 오는 게 일과 중 하나인 아이가

책을 들고 갔다가 돌아와서는

엄마, 읽긴 다 읽었는데, 나한텐 조금 어려웠어.”

라고 하더라고요. ^^;

 

, <비차를 찾아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창작을 가미한 역사동화 혹은 역사 소설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도 저희 아이 연령대보다는

조금 더 높은 연령대 친구들에게

어울리겠다 싶었거든요.

제가 읽어보니 빠르면 초등 4~5학년,

보통은 초등 6학년 정도의 친구들이 읽으면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저희 아이에게도

당연히 아직은 어려울 수 있다고,

1,2년 후에 다시 읽어보면

너도 엄마처럼 흠뻑 빠져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얘길 해주었답니다. ^^

 

저는 <비차를 찾아라>를 펼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바로 다 읽어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일단 소재 자체가 너무 참신하고,

임진왜란이라는 전시 상황 상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기 상황들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에 흡입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죠.

 

아이가 조금은 속상해 하면서

그래도 본인이 읽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책을 펼치고 나섰는데요.

이야기는 임진왜란이 계속되던 어느 날

김제 출신인 정평구와 딸 애진이가

류성용의 명으로 행주산성으로 올라와

비차를 만들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비차 완성을 목전에 둔 그날 밤

산성엔 낯선 침략자들이 나타납니다.

바로 왜군이 보낸 닌자인데요.

 

아이가 동영상 등을 통해 닌자라는 이름은

이미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이번에 이 <비차를 찾아라>를 통해

일본 영주들을 호위하고 비밀스런 명령을 수행하는

일종의 첩자들이란 걸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아이처럼 요즘은 보통 아이들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닌자를 단편적으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인데

아이가 말을 꺼낸 김에 닌자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조금 보충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던 동영상에 등장했던 닌자들의 외모와 역할이

이제야 더 잘 이해가 된다며 좋아하더라고요. ^^

 

하지만 닌자의 등장은 늘 좋은 결과를 낳는 법이 없죠.

이 책, <비차를 찾아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닌자들이 비차에 불을 지르고 난동을 피우고 달아난 후

모두가 정신을 차려보니 비차를 만드는 주역,

애진이의 아빠인 정평구가 사라진 겁니다.

 

류성룡이 보낸 류성룡의 서자, 류형빈은

이 사건의 현장에 뛰어들어 상황을 수습한 후

정평구의 행방을 쫓기로 하는데요.

하지만 조선이 왜군 안에 심어놓은 첩자에 의해

전달받은 메시지는 비자라는 글자 뿐!

 

이 말을 들은 애진이는

닌자들이 아버지 정평구를 어디로 끌고 갔을지,

그곳에 접근하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비책을 알려준 후,

자신도 꼭 데라가 달라고 조르게 됩니다.

애진이가 내놓은 비책은 바로

피난민으로 꾸며 비차를 만들기 좋은 비자나무가 많은

순천으로 갈 때 피난민 행세를 하자는 것이었는데요.

왜냐하면 곳곳에 왜구와 조선군이 산재해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이들의 임무를

외부에 최대한 알려선 안 되는 데다,

순천은 왜구에 의해 점령된 지역이었기 때문이죠.

 

때문에 애진이의 힌트를 참고한 류형빈은

내부 첩자까지 고려해 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 중 일부를 선발하고

애진이를 남자아이로 분장시켜 동행하며

비차와 정평구의 존재를 찾아 나서기로 한 겁니다.

죄수들의 동원이라는 설정을 보니

문득 영화 실미도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사실 비윤리적이긴 하지만,

아주 좋은 비밀 유지 방법일 순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비밀 결사대는 무사히 순천에 도착하고,

각자가 지닌 장기를 발휘해

순천을 장악한 왜구들의 동태를 파악해 나가는데요.

여하튼 그렇게 순천에서 각종 정보를 모으며

비차를 만드는 정평구를 찾을 방법을 모색하던 어느 날,

일행은 야밤에 하늘을 나는 비차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아이는 이 페이지가 책을 읽으며 가장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페이지였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직접 읽어보시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


이쯤 되니 아이가 핵심 줄거리는 거의 다 알고 있는데

왜 어렵다고 했을지 문득 궁금했습니다.

일단 말이 어려워, 대충 줄거리는 알겠는데

어려운 말이 많아서 막 재미있다고 느껴지진 않았어.”

라는 게 아이의 답변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역사가 어려운 이유 중 큰 요소가 바로

평소 접할 일이 별로 없는 용어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니까요.

일본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은데, 왜구라고 하고

해군은 알지만 수군은 낯선 법이니까요.

더구나 전쟁 중이니 포위, 명나라, 삼지창, 해자 같은 말들은

한국사 입문 단계인 아이에겐 낯선 용어일 수밖에요.

그래도 아이가 요즘 한국사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관련한 책들을 종종 읽고 있는 만큼

조금 시기가 지나면 그 한계를 뛰어넘어

이 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

그리고 간혹 주위에서 한글책이든 영어책이든 

아이 수준을 넘어서는 책을

아이에게 읽도록 무리하게 권하는 부모님들을 보게 되는데요.

책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최고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책의 줄거리를 말할 수 있다고 해서

아이가 그 책을 제대로 소화한 건 결코 아닌 법이니까요.

저희 아이에게도 지금 이 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앞으로 역사를 좀 더 다양하게 접하고 나서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된다,

스스로 읽겠다고 도전해서 끝까지 읽어낸 것만으로

정말 대단한 거다 등등 아이가 의기소침해지지 않도록

양껏 사기를 북돋아주었답니다. ;;  

    

이야기로 돌아와 비차의 비행을 본 것이 왜 중요하냐면

비차가 하늘을 난다는 건

애진이의 아버지 정평구가 살아 있다는 뜻이고

동시에 왜군에 협력해 비차를 만들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비차의 존재를 알게 된 일행은

비로소 비차의 행방을 쫓을

거의 유일한 희망이 있는

운명의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렇게나 왜군을 싫어한 정평구가 대체 왜!

왜군을 돕는 일을 하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왜군에 침투해 비자라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첩자의 존재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왜군은 왜 그토록 비차를 가지려고 했을까요?

무엇보다 애진이는 무사히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요?

 

참신한 역사의 작은 소재 하나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

흥미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

<비차를 찾아라>!

역사에 관심이 많은 초등 중학년 이상 학생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해드리고 싶네요.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