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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기 전에 ㅣ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천루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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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지옥으로 가기 전에
황선미 글 / 천루 그림
/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출판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님의 신작
<지옥으로 가기 전에>를 만나봤습니다.
이 책은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합니다.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내가 김소연진아일 동안>, <나에게 없는 딱 세 가지>
이렇게 4편의 이야기가 앞서 출시가 됐고,
이번에 마지막 편 <지옥으로 가기 전에>가 출시된 거죠.
앞선 이야기들의 책소개를 짧게 보니,
이번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다른 관점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지옥으로 가기 전에>와
같은 시점, 다른 관점의 윤기 이야기가 담긴 거 같아
다음에 이 책을 아이가 다시 보게 될 때는
꼭 같이 읽어보도록 해줘야겠어요.
같은 사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라니,
아이도 색다른 매력을 느낄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지옥으로 가기 전에>를 읽기 전에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얽혀 있긴 하지만 또 독립된 구성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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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기 전에>는 아빠를 따라 2년 간 프랑스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초등학교 5학년 장루이 친구의
학교생활 적응기입니다.
루이는 원래 다니던 사립초등학교로 들어가려 했는데
잘 진행이 되지 않아 몇 달간만
집 주변 공립 초등학교를 다니기로 한 상태인데요.
하지만 학교 생활도 만만치가 않고,
무엇보다 사사건건 간섭을 하고
엄마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려는
엄마와의 갈등으로 루이는
매일, 매일이 답답함의 연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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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을 하지 못한 것 같았는데요.
아마도 아직은 어려서 루이 오빠의 심정이
이해가 충분히 되지 않나 봅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에게도 이내
루이의 마음이 내 마음 같고,
엄마만 보면 화가 나는 ㅜㅜ 날이 곧 올 수도 있겠죠.
이 책 <지옥으로 가기 전에>는
아이보다 엄마인 제게 더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초등 고학년이 돼서
아이가 엄마에게 말대답을 시작하면
‘으이구! 사춘기가 시작됐네 됐어!“라며
한숨을 쉬고 어서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기 마련인데요.
<지옥으로 가기 전에>를 읽으면서
과연 그게 사춘기를 맞은 아이의 잘못이기만 한 건지
곰곰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저희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아이가 커갈수록 자신의 생각도 뚜렷해지고,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당연히 어릴 때부터 쭈욱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고,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아이의 그런 마음의 성장,
몸의 성장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아직 초등학생인데!라는 생각으로
어릴 때 보호해야만 하는 아이 다루듯 하는
그 마음 그대로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으려는
엄마의 성장통이 그 시기 아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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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의 고민은 엄마뿐만이 아닙니다.
잠시 머물다 갈 거란 생각에 친구들과도
거리를 두고,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윤기와는 첫날부터 뭔가 어긋나는 듯 하면서도
자꾸만 끌리는 마음에 힐끗거리기만 할 뿐
쉽게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피구 시간이라는 걸 핑계 삼아
공으로 일부러 윤기의 뒤통수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기는 체육 시간에 있었던 일이라는 이유로
화는 났지만 루이에게 화를 내지 않아,
루이는 더 미안해지고 윤기가 더 마음에 들어버렸습니다.
루이는 원래 다니던 사립초등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곳에는 루이를 괴롭히던
유진이라는 친구와 그 무리가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엄마는 아직 가지도 않은
그 사립초등학교에 적응하라며
억지로 검도학원에 다니라고 종용합니다.
루이는 엄마에게 검도학원을 다니는 대신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조건을 제시해보지만
대번에 무시를 당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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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건 나랑 비슷하다, 그지?
근데 이 엄마는 왜 화를 낼까?”
라며 갸우뚱거리더군요.
저희 아이는 거의 말을 할 수 있을 때부터
뭔가를 하라고 하면 조건을 걸곤 했습니다.
가령 “동영상 10분만 더 보고 꺼!” 하면
“15분만!”이라고 대답을 하는 식이죠.
물론 들어줄만 하면 동의를 해주지만
들어줄 내용이 아니면 저는
“그럼 5분!”이라고 하고
아이는 제가 이렇게 줄여서 말하는 이유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거라는 사실을 알아듣기 때문에
“알았어 10분”이라고 수긍을 하는 식이죠.
그리고 저희 아이도 다니고 싶지 않은데
다니고 있는 학원이 있습니다.
바로 피아노인데요.
시작할 때는 본인이 하고 싶어 시작을 했지만
오래지 않아 흥미를 잃어버려
호시탐탐 관둘 기회를 엿보곤 하죠.
하지만 저도 루이 엄마처럼
‘다 널 위해서’라는 핑계로
계속 다니게 하고 있었네요.
그나마 저학년일 때,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있을 때
피아노를 어느 정도는 치도록 해둬야
다른 악기를 배우더라도 수월할 거라는
‘엄마만의 생각’ 때문에 말이죠.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이 역시도
‘딜’에 의한 협상이었습니다.
아이가 절대로 관둘 수 없다고 우기는
영어 학원을 다니려면 피아노는 필수! ㅋㅋ
저도 어릴 때 피아노를 쳐 봤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머지 않아 지루해 할 거라는 걸 ;;
그래서 아이가 꼭 다닌다고 우길 게 뻔한
영어학원에 묶음으로 딜을 성사시킨 거죠. ;;
하지만 아이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걸 알기에
빠르면 올해 중으로,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그만하게 해줄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악보를 보고 피아노를 치는 거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까지만 치면
굳이 오래오래 치게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체르니 40번까지 꾸역꾸역 피아노를 쳤지만
제 자신이 별 흥미가 없으니
지금은 악보나 볼 수 있을까 싶은 상태에 이른 걸
스스로 잘 알기에 딱 기본기만 익히라는 차원에서
조금 푸시를 하고 있는 거라 애써 위안은 해보지만
결국 루이 엄마랑 결론적으로는 다르지 않구나
반성을 하게 됐답니다.
내년 상반기까지라고 생각해뒀던 계획을
아무래도 올해 중 마무리로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서둘러 알아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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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루이와 엄마는 자꾸 엇나가기만 하는데요.
그래도 다행히,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는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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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에게 처음으로 루이가 먼저 말을 걸어
둘은 이전에 벌칙으로 함께 갔던
밀웜에 다시 가게 됐습니다.
오가는 길에 서로에게 쌓였던 오해를 푼 루이와 윤기.
하지만 그 즐거움도 잠시
하루의 일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루이에게
엄마는 전학 날짜가 당겨졌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이제 겨우 친구 하나를 제대로 얻었을 뿐인데 말이죠. ㅜㅜ
이후에도 루이의 반항은 계속됩니다.
심지어 중간고사는 백지 시험지를 내기도 하고,
전학가기 전날은 말도 없이 전화기도 둔 채로
하루 종일 밖을 쏘다니다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루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엄격하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인 저마저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물론 압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속으로
‘얘는 남자 애잖아.
내가 아들을 키웠음 이렇게 노심초사는 안 해’
라고 스스로 변명하고 있는 저!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겠습니다.
사소할 수 있는 일을
엄마의 걱정으로 큰 일을 만들어서
아이를 자극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이가 성장해가고 있다는 걸
자꾸 자꾸 스스로에게 각인시켜
아이의 독립하려는 마음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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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가 드디어 사립초등학교에 전학을 했습니다.
루이를 괴롭히던 유진이가 어김없이 등장해
루이를 툭툭 건드리는데요.
하지만 루이도 유진이도 묘한 차이를 깨닫습니다.
유진이보다 훌쩍 커버린 루이는
키만 컸던 게 아니었습니다.
조금씩 당당해지는 루이를 지켜보노라니
무척이나 대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캐치하지 못하고 있을
루이 엄마를 생각하니
괜히 제가 계속 찔리고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루이와 유진이의 신경전은 책이 끝날 때까지
온전히 마무리가 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루이는 일종의 결전의 날을 앞두고
엄마가 아닌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는데요.
무턱대고 해피엔딩을 말해버리면
이 책을 읽을 나이대의 아이들은
오히려 더 시시하게 느끼긴 할 거 같네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를 돌이켜 보면
저는 분명히 그 때 제가 이미
완전히 다 컸다고 생각했던 게
뚜렷이 기억이 나니까요.
그리고 이 나이대가 되면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들이
더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지자가 돼 주는
나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됐습니다.
그 부분도 미리 마음의 각오를 다져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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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 말미에는 이보연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에 대한 어드바이스가 등장합니다.
아이들에게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를
차근차근 이야기해주고 있어 아이들도 부모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릴 수 있는 기회를 삼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남은 시간,
많이 돌이켜봐야겠습니다.
많이 마음의 각오를 해야겠습니다.
아이의 성장을 외면하지 않고
아이의 성장을 수용하고 지지하는 부모가 돼야겠습니다.
헬리콥터맘도 아닌 드론맘이라 불리는
루이엄마가 같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이들의 성장 동화이지만
어른인 제가 보고 배울 게 더 많았던 이야기,
<지옥으로 가기 전에>!
줄곧 느껴 왔지만 이번에
더욱 강하게 깨닫게 된 사실!
아이들 책을 엄마도 함께 읽어보는 건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지옥으로 가기 전에>
사춘기를 막 시작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사춘기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것 같은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