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웅진책마을 109
박정애 지음, 유시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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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책마을 109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박정애 글 / 유시연 그림 / 웅진주니어 출판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독특한 이야기입니다.

소재 자체가 흔치 않은 소재라서

더욱 눈길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저희 아이도 책을 펼친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단숨에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을 덮고는 제게 말했습니다.

이건 무척 슬픈 이야기야.

엄마도 꼭 읽어봐! 꼭 통일이 되면 좋겠다.”

 

네 이 이야기는 북한과 관련이 있습니다.

귀순자, 탈북자, 새터민을 거쳐

지금은 공식적으로 북한이탈주민으로 불러야 한다는 그들.

책의 주인공 옥련이도 북한이탈주민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이야기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의

남한 정착기를 다루는 반면,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탈북 이전, 옥련이가 북한에서 겪었던

특별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북한을 벗어나 남한 땅에 정착한 옥련이가

학교 숙제를 위해 비무장지대 관련 다큐를 보다가

한쪽 귀가 성치 않은 반달가슴곰을 보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대체 왜?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바로 그 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개마고원 근처에서

자신을 낳자마자 돌아가신 엄마대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옥련이가

어느 봄날, 어미와 형제들이 죽고 홀로 남은

곰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엄마 대신 자신을 키운 것처럼

옥련이도 봄에 만나 봄이라고 이름 붙여준 곰을

염소젖을 먹이며 지극정성으로 키웁니다.

그리고 여름에 만나 여름이라 부르는 풍산개와 봄이,

그리고 옥련이는 또래 친구 없는 산동네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정을 나눕니다.

곰과 사람, 강아지와 곰이라는 경계 따위는

전혀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는 존재가 돼 주었는데요.

그 사이사이 묘사되는 북한의 사정과

북한의 말들이 무척 생경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허투루 이 책을 쓰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묘사에도 표현에도

정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이 눈에는 그런 디테일까진 보이지 않겠지만

북한의 표현들이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었나 봅니다.

엄마 아매가 할머니래,

엄마가 말해준 할매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재미있다

네 다른 듯 낯설기도 하고,

어딘가 닮은 듯도 합니다.

하지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죠.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한민족이니까요.

유난히 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개마고원의 가을 어느 날,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사냥꾼들의 총탄에 여름이가 죽고,

봄이는 귀 한쪽을 상하게 됩니다.

그나마 잡혀가는 봄이를 옥련이가

필사적으로 막아선 덕분에 그나마

봄이라도 구한 게 천만다행입니다.

 

하지만 마냥 슬퍼하기만 할 수 없는 옥련이.

어느새 개마고원엔 겨울이 찾아오고

겨우내 땔감을 도둑맞고,

이웃집 더부살이로 겨울을 겨우 나고

온갖 우여곡절이 옥련이네를 덮칩니다.

게다가 겨우 겨울을 이겨냈나 싶었더니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렇게 하나 둘 떠나보내고 난 어느날

할머니는 큰 결심을 합니다.

옥련이를 남으로 보내기로 한 거죠.

당국에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치듯 북을 떠나 남한에 자리 잡은

아빠에게 가기로 한 옥련이는

마지막으로 봄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옥련이에게 얘기해준 그대로

봄이에게도 다짐을 합니다.

봄아, 죽지 마. 죽더라도 늙어서 죽어야 해.

그거 하나만 약속하자.”

그리고 저기 멀리, 남쪽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봄이와 이별을 하게 된 건데요.

 

이야기가 시작될 때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던 귀를 다친 곰,

그 곰이 정말 봄이라면,

북쪽 끝 개마고원에 살던 봄이가

옥련이가 한 말을 알아듣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와

비무장지대에까지 온 걸까요?

여러 궁금증을 품은 채 이야기는

옥련이의 가장 큰 소원 이야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초등시절엔 수없이 읊조리던 그 말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하지만 어느덧 지금 세대에겐

무척 생소한 말이 돼 버렸을 그 말.

 

하지만 이 책,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읽은 저희 딸은 제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막연하게나마 통일의 필요성을 인식했습니다.

엄마, 옥련이처럼 북한에 살다가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이 많아?

가족들은 북한에 있고? 봄이처럼?”

 

봄이와 옥련이의 이별보다

더 절절한 이별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전쟁세대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우리는 자꾸 잊고 삽니다.

북한 정권을 제외하고 북에 사는 수많은 이들이

바로 우리 이웃이고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ㅜㅜ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바로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 테지요.

봄이와 옥련이가 만나길 바라는

안타까운 심정 이상으로,

우리는, 우리 다음 세대는

남과 북의 통일을 염원해야 합니다.

염원해도 이루기 쉽지 않은 목표이기에

더욱 염원해야 합니다.

우리가 바라고 바라지 않으면

거저 주어질 리 없는

국제적 역학 관계에 놓인 남과 북이니까요.

점점 잊혀가는 그 감정을

지금 세대에게 다시 일깨워주는

<잎갈나무 숲에서 봄이를 만났다>!

더 많은 친구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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