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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네 고추밭 소동 ㅣ 민들레 그림책 10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길벗어린이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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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그림책 10
짱구네 고추밭 소동
권정생 글 / 김용철 그림 /
/ 길벗어린이 출판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만나봤습니다.
이미 작고하신 작가님의 작품이니
아마 새롭게 리뉴얼돼 나온 모양입니다.
사실 저는 권정생 작가님의 작품을
이 책 이전엔 만나본 적이 없는데요.
그 유명한 <강아지똥>도 아직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읽고 나서
아이가 아니라 저 개인적으로
권정생 작가님의 그림책을 소장해야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밀려들 정도로 감탄을 금치 못한 독서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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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네 고추밭 소동>은
한여름 어느 고추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경쾌한 톤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묘사가 정말 눈길을 끄는 그림책이었습니다.
글도 분야가 있기 마련인데,
각 분야 진짜 대가들에게서만 볼 수 있던,
그러니까 지금 핫한 이들이 아니라
오랜 세월 그 분야에서 그 이름을 들으면
해당 분야 웬만한 베테랑들조차도
‘선생님’이라는 말을 이름 뒤에 저절로 붙이는 수준으로
긴 세월 꾸준히 활동하며 갈고 닦고 증명해온 대가의
필력을 오랜만에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습니다.
대가들의 글은 기발한 아이디어 때문이나
화려한 미사여구 때문에 눈에 띄는 게 아니죠.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은 담담한 묘사에도
알 수 없는 힘으로 마음이 요동합니다.
하지만 결코 그 표현이
과하거나 부족해 겉도는 일이 없습니다.
말로는 콕 짚어낼 수 없는 그 절묘한 균형감,
그게 바로 대가들이 지닌 필력이지요.
과하지 않고, 도드라지지 않으면서
저 같은 사람이 단점을 익히 알고 노력해도
좀처럼 이루지 못하는
‘어깨 힘 빼고 쓰는’ 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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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작가님의 <짱구네 고추밭 소동>을 읽으며
바로 그 무시무시한 필력을 느꼈습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제가 십여 년 전
우연히 접한 한 문장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소름이 돋고 무릎이 꺾였던 그날처럼
아이 어깨 너머로 보다가
화들짝 놀라 다시 읽고 다시 읽었던 페이지가
바로 두 번째 장의 문장들입니다.
지나치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아닌데도
그 시절 고단했을 짱구네 엄마와 누나의 모습이,
농사의 ㄴ도 모르는 저의 뇌리에서조차
선연하게 그려지고,
그 고생을 눈으로 본 듯 뭉클하게 만드는 힘!
게다가 간혹 그림책 작가나 동시 작가들 중
의욕이 과히 넘쳐서 우리말을
너무 ‘우리말’이라고 힘주어 표현해
우리말 밖에 안 보이게 만드는 경우들과 달리
스리슬쩍 힘주지 않고 고운 우리말들을,
소박하게 잘도 살려 놓았습니다.
문장, 문장, 단어, 단어가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으니
다른 분들은 이 문장들을 보고
‘대체 왜?’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5줄입니다.
그래서 차마 옮겨 적지도 못하겠습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릴 뿐입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 경계를 지켜내는 힘!에
집중하며 음미해보셔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마저 살펴보면
사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렇게 밭을 힘겹게 일군 짱구네 엄마가 아닙니다.
주인공은 바로 그 고추밭의 고추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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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코끼리 코를 닮은 고추들이
푸르다 못해 완연히 붉어지는 과정이
야무지게 잘도 표현돼 있습니다. 아이도
“그러고 보니 고추가 코끼리 코랑 닮았네,
근데 끝이 너무 뾰족하긴 하다.
엄마처럼 끄트머리를 톡 잘라내면
더 비슷하긴 하고 말이야!”
라며 적절한 묘사에 감탄을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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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고추도둑이 짱구네 고추밭에도 나타나고 마는데요.
모두가 잠든 어두운 밤!
고추도둑을 막을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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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곳엔 고추들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짱구 엄마와 누나의
땀과 노력을 알기에
고추들이 부글부글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들 쥐 한 마리가 나타나 바스락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도둑이 바위에 부딪히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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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들로 꽉 들어 차 있던 자루가 폭발하고,
고추들은 하늘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아이가 이 장면을 보더니
“고추들이 정말정말 화가 나서 폭발해 버렸나봐!
도둑이 너무 매웠겠다!”라며 무척이나 통쾌해 하더라고요.
그럼 과연 이 고추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짱구네 엄마와 누나는 다음날
어떤 모습의 고추밭을 만나게 될까요?
그 결과는 <짱구네 고추밭 소동>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좋겠죠? ^^
아이도 아이지만
엄마가 더 감탄하고 탄복한
대가의 필력을 확연히 느낀 그림책
<짱구네 고추밭 소동>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