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리 우드러프 외 지음, 린지 미드 엮음, 김현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메건 다움 외 지음 / 린지 미드 엮음

/ 김현수 옮김 / 소담출판사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는 잘 안 봅니다.”

이 말을 대충 한 20년쯤 수시로 말하고 다녔던 편입니다.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스스로 판단하길 좋아했던 편이라

내 인생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는 조언에

귀 기울일 생각이 없었고,

남의 인생이 어떤지 따위 관심도 없었지요.

하지만 뭔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는 잘 안 보지만

으로 말끝이 살짝 바뀌어

예외적?으로 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가

사실, 이미 예외적이라고 보긴 민망할 정도로

조금씩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제 누군가에게 충고를 해줘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에

왜 오히려 다른 사람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의 삶에 귀 기울이게 됐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자꾸 손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나의 가치판단이 매번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누군가의 말조차도 배울 가치가 있다는 걸

너무도 늦게 깨닫는 중인 듯 싶기도 합니다.

치기어린 시절이 비로소 지나가고 있는 셈이죠. ;;

그런 일련의 변화 속에 만나보게 된 책이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입니다.

이 책은 부제를 보자마자 훅~! 끌린 책입니다.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말하는 특별한 마흔의 이야기

마흔의 문턱을 지나 이제 50이 더 가까워진 시점,

다른 사람들이 되돌아본 마흔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습니다.

책은 15인의 여성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쓴 마흔에 대한 회상이 담겨 있습니다.

결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이혼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고,

싱글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내가 가지 않은 길, 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 길,

그 어딘가에 서 있는 그녀들의 회상에

때로는 키득키득 웃고,

때로는 같이 한숨 쉬면서 읽다보니

그리 적지 않은 분량인 거 같은데

잡자마자 후루룩 읽어내게 되더라고요. ^^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야기는

사는 건 똑같은데 집세만 올랐지라는

제목의 글입니다.

저자 메건 다움은 결혼은 해봤으나,

아이는 없이 돌고 돌아 다시 20대 무렵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그녀와 달리

아직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고,

(사실 마흔에 거의 다다라서야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니 정말 앞날은 모를 일이죠. ㅋㅋ)

또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어서

마흔의 중반을 넘어선 지금

완전히 20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있진 않지만

20대 때와는 또 다른 이유로

수시로 노트북 앞에 앉아 있곤 하니,

잠시 혹독한 육아의 시간을 지나고 난

나의 모습도 사실 그다지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

굳이 따지자면 타이핑의 대가로

돈을 받느냐, 책을 받느냐의 차이랄까 ;;

 

생각보다 나의 인생이

 

그리 대반전의 역사를 써내려가지도 않았고,

불혹이라고 불리는 마흔을 넘어섰지만,

자잘한 문제들에 시달리고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30대엔 그것들이 좀

고통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사십대를 넘기니 이 또한 받아들여지는

조금의 여유는 얻게 되더라고요.

그게 마흔을 넘기며 얻은 가장 큰

삶의 교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또 이 에피소드를 읽으며

사람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본인의 본성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

내가 답메일을 보내지 않은 이유

읽으면서 내내 키득 키득대며 읽은 에피소드입니다.

이제 마흔 일곱이라는 나이가

(물론 만 나이겠지만) 반갑기도 했고,

엄마로서, 워킹맘으로서 살아가는

그녀의 정신없는 삶의 행적이

너무도 공감됐거든요.

특히 지난 한 해,

생애 가장 강력하게!

거의 재택근무로만 업무를 해왔던 터라 더욱!

아마도 마감원고의 답 메일을 보내고 싶었으나

매번 사사로우나 엄마로서는 또 중요한

여러 가지 일상적인 방해들로 인해

지연되는 과정을

천연덕스럽게ㅋㅋㅋㅋㅋㅋ

잘도 표현해 놓았거든요.

최근 저의 업무 파트너가 전화할 때마다 하필

첫 마디가 뛰지 마!” “! 흘러!”

뭐 이런 외마디 비명으로 시작하는 통에

저도 참 민만하고 미안할 때가 많지만

KJ 델 안토니아보다 훨씬 어린

10대 미만의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저로서는

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니까요.

예전에 싱글로 일을 할 때는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지 못하는

기혼들에 대해서 무척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지요.

사실은 그렇게나 가정에 얽매일 거면

애나 보지 일하러 왜 나왔냐고 속으로

수태 욕지기를 내뱉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요즘은 그렇게 제가

무시하고, 경멸하고, 싫어했던

당시 파트너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심정입니다.

삶은 그렇게 무 자르듯 잘라지지 않으니까요.

또 내가 아무리 내 일을 사랑한다 한들,

그 일이 얼마나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라고 한들

가족이라는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해내야만 할 무엇이 되긴 어렵다는 것을

(물론 서로에 소홀한 경우는 다반사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제대로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몰랐습니다. 몰라서 그랬습니다.

정말로 겪어본 적이 없기에 몰라

저질렀던 많은 만행들이 미안합니다. ㅜㅜ

그리고 이 또한 제가 얻은 큰 삶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지 않았다면

평생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선택한 길,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현상들을

끝까지 이해해주지 않고 이 악물고 적대적으로

살았을 가능성이 높아서

지금의 삶이 버겁고 힘들긴 하지만

감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애써 위로의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며 말이죠.

 

“~당신은 부디 나를 용서하길 바란다.

나는 이미 나를 용서했다.”

그녀의 마지막 말처럼

저 역시 저에게 좀 더 관대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은유의 작가,

앨리슨 윈 스코치는

40대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 역시 반성을 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그렇게 많지 않은 저지만,

많은 엄마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집안의 모든 대소사들의 스케줄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함에 대해

신랑에게 불평을 토로하는 편이지만

(하지만 저는 작가와 달리,

신랑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자주 주지시키는 편이고,

고맙게도 해야 할 일을 정해주면 큰 불평 없이

해내는 남편을 만났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을 내가 다 해낸다는

불평을 하며 다른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나 혼자 꾸역꾸역 끼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주위에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나를 아끼고 걱정하고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보게 됐습니다.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를 쓴

수진 림은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에세이는 일러스트입니다. ^^

그리고 그 일러스트를 보면서도

며칠 전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또 히죽히죽 웃게 되기도 했습니다.

마흔이 넘으면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하게 됩니다. ^^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니까요.

내 몸의 지방 덩어리를 떼어내는데

20대 때보다 더 혹독한 노력을 기울여야 해서

일정 정도는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태는

개선돼야 함이 분명하지만;;)

마흔..

20대에 바라본 마흔보다는

그리 대단한 무엇은 없지만,

20대 때 알지 못했던

자잘하지만 소중한 많은 것들을

다시 얻고 깨달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마흔을 앞두고 있거나,

마흔을 넘기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를 읽으며

한 번쯤 자신의 마흔을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에피소드에 어떤 공감을 하게 될 것 같나요?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