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러제트 - 세상을 바꾼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 2020년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수상작
데이비드 로버츠 지음, 신인수 옮김, 이진옥 감수, 초등성평등연구회 추천 / 대교북스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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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러제트

세상을 바꾼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

데이비드 로버츠 글 그림 / 신인수 옮김

/ 이진옥 감수 / 초등성평등연구회추천

/ 대교북스주니어 출판

 

202147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바로 서울 및 부산시장을 비롯해,

여러 이유로 공석이 된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을

다시 뽑는 보궐선거가 열리는 날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엔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지 않긴 하지만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는 여러 가지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어,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누가 당선될지

저도 관심 있게 선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답니다.

 

그런데 통상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선거 자체도 사실 투표율이 낮은 편인데요.

불과 몇 백 년 전만 해도

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엄청난 투쟁과 희생을 치른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겠죠?

 

국정운영이 지배계급의

소유물이었던 봉건제를 갈아엎고

시민들 스스로가 국가의 주인이 되는

시대를 연 것도 피와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혁명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그 혁명이 쟁취해낸 보편적 시민의 권리가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죠.

그래서 여성들도 맹렬한 투쟁으로

참정권을 획득해 냈습니다.

우리나라는 근대 국가로 볼 수 있는

대한제국이 제대로 자리 잡지도 못하고

일제 강점기를 겪다가 독립을 하게 되면서

처음부터 여성참정권이 부여된 채로

현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됐죠.

통상 다른 나라들이 여성 참정권 부여를 놓고

혼돈의 과도기를 겪었을 시기,

우리나라는 대한제국의 쇠락과

일제 강점기를 겪느라

여성 참정권에 대한 논란의 시기를

뛰어넘게 된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 여러 나라들은 대부분

여성 참정권을 놓고

남성과 여성의 첨예한 대립을 겪었습니다.

남성중심 사회가 자신들만의 권리라고 우기며

움켜쥐고 있던 참정권을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로 쟁취해 내기까지

그 고단하고, 치열했던 투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 바로

지난 해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우수상을 수상한

<서프러제트>입니다.

 

100% 엄마의 사심을 담아

<서프러제트>를 딸아이에게 권했습니다.

두 딸이 거창한 페미니스트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성별의 벽에 갇히지 않는

당당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길 바라고,

또한 같은 이유로

성 고정관념이란 색안경을 끼고

타인을 바라보지 않고,

어떤 형태의 성차별도 가하지도 않고,

성차별을 당하고도 무기력하게

고개 숙이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아주 큰 편입니다.

 

또한,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고 투영하는데 망설임 없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또한

아주, 아주 큽니다.

 

그런 두 가지 바람이 모두 충족되는 책이

바로 이 <서프러제트>입니다.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아이가 엄마의 바람대로 자라주는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마중물이 돼 줄 순 있을 거란

기대로 아이에게 책을 권했습니다.

일단 아이가 책을 후루룩 넘겨보더니

글밥이 많고 어려운 내용인 것 같지만

일러스트가 맘에 들어서

책을 읽어보겠다고 승낙을 했습니다. ;;

요즘 저희 아이의 장래희망 중엔

일러스트레이터가 포함돼 있거든요. ^^

물론 아이가 이 책을 한 번 읽고 

다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조금 일찍 

꾸준히 접하며 계속 자신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편견들이 형성되기 전에!

  

그럼 이름조차 낯선 서프러제트는 어떤 책일까요?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여성 참정권 쟁취 역사를

최대한 초등학생 눈높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도입부에는 참정권 운동가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참정권 운동가 중에서도 여성참정권 운동가

서프러지스트(suffragist)’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참정권 혹은 투표권을 뜻하는 ‘suffrage’에서 나온 말이죠.

 

저도 아이 덕에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배우기도 했는데요.

그 중 하나로 일부 서프러지스트는

1500년대에 땅을 가진 영국 여성들은

선거에 투표를 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조선 중기로 접어들기 이전엔

우리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높았다는

역사적 근거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참고로 이 책의 이야기는 주로

영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요.

작가인 데이비드 로버츠가

영국 출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국이 무척 치열한 여성 참정권 투쟁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먼저 비폭력적 투쟁을 지향했던

서프러지스트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이들은 주로 여성참정권단체전국연합(NUWSS)’ 소속이지요.

이 말은 폭력적 투쟁을 벌인 이들도 있다는 뜻이겠죠?

네 있었습니다!

그들은 여성사회정치연합(WSPU)’ 소속으로 활동한 이들로

서프러지스트(suffragist)’와 달리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고 불렸습니다.

 

책 제목이 서프러지스트가 아니고

서프러제트인걸 보면 짐작이 되겠지만

그래서 책은 폭력적 수단도 마다 하지 않고

여성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활약상을 좀 더 많이 다룹니다.

서프러제트들은 말 대신 행동으로!’라는 구호 아래

여성에게 참정권을 쉽게 내놓지 않는

남성중심의 사회를 향해 무력시위를 펼쳐갑니다.

각종 주요 건물들의 유리창을 깨버리기도 하고,

국회의사당에 몰래 침투해

여성에게 투표권을!'이라고 외치다가

끌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투쟁의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네요. ㅜㅜ

 

아이가 책을 읽다가 물어봤습니다.

엄마, 이렇게 남한테 피해를 줘도 돼?”

당연한 물음이겠지요.

투쟁에 있어 폭력을 허용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아직 초등 저학년인 아이와

깊이 논쟁하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서

때로는 옳지 않아도, 혹은 불법이라도

저질러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그 결정은 본인이 깊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래도 갸웃거리는 아이에게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독립운동들을 떠올려 보라고 했더니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해주더군요.

물론, 저 역시도 서프러제트의 투쟁 방식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긴 조심스럽지만

역사의 발전에는 특정한 시기

투사가 필요하기도 하다는 점은 인정하는 편이니까요.

 

그렇게 위법을 무릅쓰고 투쟁을 벌였으니

그들이 옥고를 치른 건 당연하겠죠?

그런데 그들은 감옥에 끌려가서도

단식투쟁의 방법으로 세상에 맞섰는데요.

끔찍하게도 당시 정부는

단식투쟁을 벌이는 이들의 입을 강제로 열어

깔때기와 고무관을 이용해

목구멍으로, 때론 콧구멍으로도

유동식을 강제로 주입시키기도 했답니다. ㅜㅜ

단식투쟁으로 사망하게 되면

더 큰 불씨나 논란을 야기할까 두려웠던 거죠.

이런 강제 주입의 후유증으로

많은 여성들이 옥고를 치르고 나와

일찍 사망하는 등 큰 고통을 겪은 건

당연한 결과였겠죠.

... 권력이란...

작고 여려서 늘 남성이 보호해줘야 해서

참정권도 부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면서

동시에 자신들만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그 작고 여린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힘으로 제압하려 했으니

그 논리가 빈약하기 짝이 없음을

그들 스스로 입증했던 셈입니다.

 

이 외에도 서프러제트들은

우체통에 테러를 가하기도 하고,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는 원칙 아래서

남성들의 재산을 잃게 만들기 위해

방화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미술관에 습격해

예술작품을 훼손한 이들도 있었죠.

 

남성 사회가 서프러제트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렇게 해서라도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겠죠.

그러던 와중에 1893년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1918년 영국에선 30세 이상의

일부 조건을 갖춘 여성에 한해 참정권이 인정됐다가,

1928년 마침내 모든 성인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됩니다.

 

그런데 사실 그 투표권이 부여된 결정적 계기는

서프러지스트의 비폭력 운동이나

서프러제트의 폭력투쟁 덕분만은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서프러제트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여성참정권 부여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일까요?

그 해답은 이 책 <서프러제트>를 통해

직접 확인해 보는 게 가장 좋겠죠? ^^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의 길고 고단한,

때로는 처절하고 위험한 투쟁이 없었다면

기득권 세력이 자발적으로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진 않았을 거라는 사실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겠죠!

 

이렇게 오늘날에는 지극히 당연한,

한 번도 의문을 품을 일조차 없는

여성 참정권에 얽힌

엄청난 역사적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서프러제트>!

이 땅의 많은 소녀들은 꼭 한 번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도

결코 투표권을 함부로 포기하는 일 없는,

정치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는,

진정으로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자양분을 길렀으면 좋겠습니다.

 

1970년대 생인 저는 성인이 된 이후 거의 줄곧

여자치고는 정치에 관심이 많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여자치고는이라는 상황 덕분에?

일을 할 때 남들이 잘 안 하려는 일감들이

제겐 자주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 면도 있지요.

 

하지만 여자치고는이라니요!

시민은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습니다.

국민이,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순간

나라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걸 당대에 확인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우리 이웃에 존재하기도 하지요.

이 땅의 투표권의 절반을 여성이 지니고 있습니다.

남성의 투표권은 2장이고

여성의 투표권은 1장이지 않지요!

그러니 모든 여성이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중한 나의 한 표를 신중하게, 반드시 행사해야 합니다.

 

따뜻한 봄빛 가득할 47일 수요일!

보궐선거가 이뤄지는 모든 지역

여성분들이, 어머님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시길 기원합니다!

엄마의 그 행보 하나하나를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자랄 테니까요!

 

이왕이면 투표하러 가기 전

아이들과 이 책 <서프러제트>

읽어보고 얘기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죠?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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