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속의 나무 집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5
존 클라센 그림, 테드 쿠저 글,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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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5

나무 속의 나무 집

존 클라센 그림 / 테드 쿠저 글

/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출판

 

네버랜드 세계의 걸작 그림책 시리즈의 275번째 이야기

<나무 속의 나무 집>을 만나 보았습니다.

 

이 책은 <내 모자 어디 갔을까?>를 시작으로

모자 시리즈로 유명한

존 클라센이 그림을 그린 책이라는 게

책 소개의 주요 포인트였는데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은 저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책의 글을 쓴

테드 쿠저 작가라는 이름도 꼭 기억하고 싶어졌습니다.

절제된 그림이 글의 여운을

더 살려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지만

스토리가 전하는 여운 역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도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어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더니,

이건 좀 슬픈 이야기야, 그래서 맘이 좀 안 좋아

라고 말을 할 정도로

어린 아이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어느 가족이 집을 지은 것으로 시작됩니다.

빼곡하게 나무가 심어진 지역의 일부를 싹 잘라내고

가족은 집을 한 채 지었습니다.

그 집엔 아빠와 어린 남매가 살았는데요.

아빠는 정말 부지런히 잔디를 깎고, 새싹을 뽑으며

이 집을 가꾸고 보살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고, 집을 떠나자

아버지만 혼자 쓸쓸히 남았습니다.

늙고 외로워진 아버지는 더 이상 집을 가꿀

여력이 없었기에 아이들이 있는 도시로 떠나기로 하는데요.

 

아이가 이 페이지를 가리키며

엄마, 내가 어른이 돼도 나랑 같이 살자!

엄마아빠만 집에 두고 가진 않을게

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이 아빠 얼굴이 안 보이는데 왠지 슬픈 거 같아

그림과 글의 힘은 7세 아이에게도

아이들을 떠나보낸 늙은 부모의

쓸쓸함을 공감하도록 만들어주더군요!

이게 좋은 그림책의 힘이겠죠!

직접 말하지 않아도, 직접 표현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삶과 순리에 대한 공감!

그렇게 아버지마저 집을 떠나고 세월이 흐르자

집과 집 주변의 풍경은 조금씩 변해갑니다.

아버지는 집을 팔기 위해 내놓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처음 집을 지었을 무렵 말끔하던 주변 풍경과 달리

집 주변은 점점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집은 폐가의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아버지가 가끔 와서 손을 보려 애 썼지만

원래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세 제 형체를 잃어버리기 마련이죠.

그리고 아버지마저 더 이상 이 집을 찾지 않게 됐을 때

이 집을 지탱해 준 건 애초 집의 영역을 침범해

여기저기 허락 없이 자라던 나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들은 집을

공중으로 들어올리기에 이릅니다.

아버지가 정성껏 가꾸었던 나무 집은

그렇게 나무들에 의해 다시

나무의 일부로 돌아간 겁니다.

 

아이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는 집인데

나무들이랑 같이 있게 된 건 다행이야.

그래서 내가 슬펐지만 울진 않은 거야.”

 

책에는 아버지의 시간과

나무의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듯 집을 가꾸는 아버지는

아이들과 자신의 터전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며 풀 한 포기, 새싹 한 올

허락하지 않고 부지런히 돌보았습니다.

하지만 세월의 순리를 거스를 순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집을 떠나고 아버지는 늙고

더 이상 나무 집은 쓸모가 없어진 거죠.

하지만 나무 집이 들어서기 전

애초에 그 땅은 나무들의 땅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떠난 뒤, 인간이 아닌 나무들이

이 나무 집을 지탱하고 지켜주었고,

마침내 낡고, 망가진 나무 집에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거죠.

나무이면서도 집이기도 한

<나무 속의 나무 집>을 말이죠.

 

어른인 엄마에게도 긴 여운을 남겨주는

<나무 속의 나무 집>,

오래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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