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詩로 태어나다
김옥림 지음 / MiraeBook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을 품은 말씀, 환희의 시로 다시 태어나다

법정 로 태어나다

김옥림 지음 / 미래북 출판

 

저는 무늬만 불교신자입니다.

초파일에만 괜한 마음의 찔림으로

절에 가는 날라리 신자이지요.

하지만 부처님께 복을 달라고 빌지는 않습니다.

그게 불교의 근본이 아니라는 것 정도까진 압니다.

엄청난 기복 신앙을 갖고 계신 친정 엄마는

늘 그래서 저를 혼내십니다.

부처님께 엎드려 빌어야 한다고 ;;

늘 그런 엄마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긴 세월을 지켜보다 보니

늘 자식에게 복을 달라고 빌기만 하는 엄마가

깊은 삶의 이치를 깨닫고,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시련을 이겨내며

꿋꿋하고 현명하게 살아내시는 모습을 보며

복을 달라 빌기 위해서라도 매일 절을 찾으며

좋은 법문을 듣고, 마음을 하염없이 갈고 닦다 보면

이치가 새겨지고, 이치대로 살아낼 힘이 생기는 것도 같습니다.

어줍지 않게 불교철학은 기복신앙이 아니라며

종교 자체를 멀리하고 산 저보다 훨씬 더 큰

지혜와 삶의 원동력을 갖고 계신 엄마를 보며

반성을 하게 되곤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이 책을 접하게 됐습니다.

저 같은 날라리 불교신자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법정스님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에,

아마도 그 말씀을 바탕으로

시로 엮었으리라 짐작되는 제목에

조금 덜 어렵고, 조금 더 친근하게

가까이 두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법정, 로 태어나다>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김옥림 작가님이 이 책의 저자입니다.

법정 스님의 말씀들을 모아

그 말씀을 바탕으로 느낀 바를 시로 표현해

책 한 권을 낸 모양입니다.

시집치고는 두께가 상당합니다.

8부로 구분돼 있고,

각 부의 제목은 그 장 주제이기도 하고,

그 부에 소개된 시 중 하나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 부의 제목조차도 시입니다.

우선 ‘1. 너를 꽃이 되게 하라

살펴보면 첫 번째로

우리 함께 볼륨을 낮추자

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맨 먼저 소개됩니다.

아마도 볼륨이 높은 편인 저는 스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리고 이 말씀 하나에서 시작한

작가의 생각의 연장을

인간의 도라는 시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품격을 갖춘 사람은 저 유유한 강물과 같아

있는 듯 없는 듯하나 그 존재가 뚜렷하고

라는 시구에 또 한 번 더

머리를 깊이 조아리게 됩니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말은 줄이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던가요.

지갑은 형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

요즘 갈수록 말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투머치토커였던 저인데 ;;

요즘 갈수록 사람들과의 대화를 적게 하게 됩니다.

나나 잘하면 장한 거라는 생각이

갈수록 크게 느껴져서인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2부에 소개된 법정 스님의 말씀 중

무가치한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삶을

쓰레기 더미에 내던져 버리는 거나 다름이 없다.”

라는 말씀이 소개됩니다.

 

뒤를 이어 시인의

스스로를 낭비한다는 것은이라는 시가 이어집니다.

시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불필요한 것에 자신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라

 

제가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줄이게 된 게

이런 이치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생산적인 업무 차원에서의 회의가 아닌 경우,

흔히 말하는 엄마들의 수다나 단톡 등은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고,

나도 내 의지대로 잘 못 살고,

함께 사는 내 자식도 내 뜻대로 다 따라오지 않는데

잠시 보는, 혹은 랜선에서 만나는 타인이 내 말을 따를까요.

하지만 내가 대화를 하고, 조언을 하는 과정에서

나의 시간과 나의 에너지는 낭비되고 있는 거니까요.

 

또 이 책 <법정, 로 태어나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근간으로 이뤄진 시라서

법정 스님에 대해서도 한 발짝 더

이해를 할 수 있게도 해줍니다.

가령, 4부에서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라는 스님의 말씀이 소개됩니다.

법정스님하면 바로 이어서 떠오르는 단어,

무소유라는 말에 대해 스님이 어찌 생각하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말씀입니다.

 

시인은 이에 대해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이라는

시로 부연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가진 게 없어도

마음이 불편하거나 불행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는 없는 것이 아니라 없음으로 해서

그 어디에도 거리낌이 없는 것이니라

라는 시구가 와 닿습니다.

시인의 말을 반대로 하면,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로 인해서

걸리고 망설이고 고뇌하는 일들이

더 많음을 깨닫습니다.

 

남보다 더 많이 갖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남들은 가졌는데 나는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싶어서

우리는 많은 고통과 불편을

스스로 양산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내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선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스스로 뭔가가 갖고 싶을 때,

-그게 물질적인 것이든 비물질적인 것이든-

왜 갖고 싶은가를 좀 더 깊이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또 법정스님의 말씀 중에는

정말 시같은 말씀들도 참 많습니다.

특히 7부에 그런 말씀들이 많은데

그래서 7부의 제목이

시처럼 너를 살아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랑잎 밟기가 조금은 조심스럽다.

아무렇게나 흩어져 누워 있는 가랑잎 하나에도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넘어다 볼 수 없는

그들만의 질서와 세계가 있을 법하다.”

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은

마치 고뇌하는 시인의 시구처럼

아름답고도 심오하게 자연의 섭리를 전합니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 자연의 깊은 조화와

이에 털끝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인간의 아둔함에 대한 두려움 -.

그 깨달음 또한 엄청난 깊이의 개달음임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게 됩니다.

일개 중생인 우리들은 감히 그런 깨달음조차

느껴본 적이 없기에 이토록 거리낌 없이

자연에 함부로 덤비고 훼손하고 파괴하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법정, 로 태어나다>

스님의 말씀으로 한 번,

시인의 시로 다시 한 번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과 관계 맺는 지혜를 전합니다.

 

마음이 복잡하고 생각이 너무 많아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법정, 로 태어나다>

한 페이지를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짧지만 뚜렷한 지혜를 만날 수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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