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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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출판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만났습니다.

책의 띠지에 적힌 글자가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 책을 통해 내 맘도

좀 잘 닦여서 반짝반짝 빛나주기를~

민망하게도 처음 그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이 책을 쓴 정여울 작가님을

업무상 짧게 접촉해본 일이 있습니다.

워낙 오래 전이고 짧았던 접촉이라

온전히 기억에 남진 않지만

참 성실하고 선량했다! 라는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저희가 뭔가 급히 부탁을 했고,

뭔가 똑 떨어지지 않은 내용을

인터뷰해주길 원했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무척 성실히 임해주었다는

어렴풋한 기억만 남아 있지요.

 

근데 아마도 십년도 더 전의 일이라

그 때는 말이 좀 어려웠습니다.

저희 직업군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그렇게 어려운 표현을 안 써도 되는데

6학년도 알아듣도록 좀 더

쉽게 말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조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중간에 한 번도 접촉해보거나

글을 본 적 없이 이번에 처음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통해 정여울 작가님의 글을 대면하게 됐는데요.

물론 그 때는 말이었고, 지금은 글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긴 세월을 거치면서

더 많이 다듬어지고, 갈고 닦아

한결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문장들로 채워진

글들에 부러움이 한껏 밀려 왔습니다.

 

한 사람은 이토록 성장했는데

나는 과연 얼마나 성장했던가!

성장은커녕 더 멀찌기 퇴보만 한 것 같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기도 했고요. ;;

저는 대체로 책을 볼 때

목차를 꼭 챙겨보는 편인데요.

거의 소설만 읽던 젊은 시절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비문학을 더 많이 보게 되면서

책을 좀 더 구조적으로

좀 더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

갖게 된 습관인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엔 목차가 없습니다.

굳이 살펴본다면 목차는 아니지만

이 책은 365개의 글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요일을 표시하고 있는데

각 요일의 주제들이 구분돼 있다는 걸

알려주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은 그야말로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책장을 후루룩 넘겨보다가

그날, 그 순간에 당기는 제목을 발견하면

그 페이지를 읽는 식으로 읽고 있는데요.

때로는 읽다 보면

저번에 봤던 페이지네?’ 하는 경우도 있지만

뭐 그러면 어떤가요. ^^

비슷한 기분의 날이었나 보죠. ^^

책의 구성은 그야말로 간결합니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001로 시작해 365번까지의 글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글은 모두 딱 한 페이지입니다.

, 이거 맞추기 정말 어려웠겠다!

그 생각부터 들었는데요. ;;

보통 글쓰기가 두려운 사람들은

긴 글을 쓰라면 두려워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공포감만 벗어던지고 나면

사실 대중없이 길게 늘여 쓰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 주어진 분량만큼만!! 글을 쓰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죠.

더구나 다루는 주제에 비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복잡하거나 심오하다면 더욱!

그런데 세상에 사람의 심리를 얘기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심오한 게 있을까요? ;;

그러니 이 짧은 한 페이지의 글을

분량에 맞게 쓰려고 얼마나 많이 퇴고했을까?

ㅎㅎㅎㅎㅎ

직업병이 있는 저로선

이런 생각이 강렬히 들었습니다.;;

 

여하튼 첫 번째 심리수업 이야기는

꿈에 관한 겁니다.

우리 인간에게 꿈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도록 해줍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놓쳐버린 그 모든 생각과 감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

예전부터 사람들과 꿈을 주제로 대화를 할 때면

저는 늘 할 말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꿈을 꾸지 않거나,

혹은 전~~~~ 기억하지 못하거든요.

유아기를 벗어난 이후부터

잠에서 깨서 꿈의 영향을 받거나

꿈이 기억에 남아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

 

그런 저에게 정여울 작가의 이 마지막 문장은

꽤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안의 무의식들을 너무 억눌러

꿈에서조차 힘을 내지 못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이렇게 바쁘게 내모는지,

내가 왜 이렇게 바쁘지 않은 상황을 못 견디는지

언젠가부터 내 안에서 들려오던

목소리에 이제는 좀 귀 기울여야겠단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만들었습니다.

월요일 심리학의 조언을 뒤로 하고

2일과 3일째 문장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002.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쓸 수 있는 힘에서

정여울 작가가 말하는 첫 단락에

저는 절대로 공감하는 편입니다.

 

만약 교육의 힘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작가가 말하는 교육은 학교 교육이나 거장교육은 물론,

사람들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들 모두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아이의 성장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다 못해

아이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부모라는 얘길 정말 많이 접합니다.

물론 완전히 부정할 순 없겠죠.

하지만 저 자신을 돌아보면

저희 부모님의 자식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케이스로 자란 터라

부모의 영향이 그토록 지대한가에

저는 늘 의문을 품거든요. ;;

통상적인 범주에서라면

저의 부모님과 같은 분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가졌음직한 신념 혹은 가치관과

저의 가치관은 거의 반대 끝쯤에

위치해 있는 편이거든요. ;;

여러 많은 형제 중에서도

유난히, 강렬히, 여전히! ^^;

그래서 저는 정여울 작가가 한 말처럼

저를 스쳐지나간 교육들의 우연한 상호작용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스스로 교육받기를 좋아하기만 한다면,

교육의 기회를 캐치해내는 노력을 좀만 더 기울인다면

어떤 대학을 나오고,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고,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통상의 범주 밖 또 다른 나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저는 아직도 여전히 믿는 편입니다.

부모님이 어떻게 저에게 교육받기를 좋아하게끔

성장시켜주셨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고,

가장 알고 싶은 영역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그건 제가 가진

정말 흔치 않은 장점 중 하나임을 알기에

그 방법을 안다면 아이들에게

! 물려주고 싶으니까요. ^^;

그래서 못난 엄마 영향에

휘둘리진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003.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 돌보기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여울 작가 본인의 부모님과의 관계를

담담하게 털어놓은 글을 보며

드러낼 만큼 치유가 됐음을

알 수 있었고 부러웠거든요.

그게 얼마나 쉽지 않은 용기인지

조금은 짐작이 가니까요.

 

저도 주변 지인들에겐 개인사를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물어보면, 혹은 얘기하다 보면

크게 감추는 것 없이 대체로 가리는 것 없이

술술 거의 다 말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게 불특정 다수일 때는

....

좀 생각이 달라집니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니고,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또 무엇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타와 오해와 손가락질이 두렵고

아마도 그로부터 초연해질 만큼

단단하진 못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031. 낭독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다

개인적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은 페이지입니다.

지난해 11월 첫날부터

온라인 카페 챌린지로

필사를 시작했는데요.

 

처음 시작은 메말라 가는

저의 언어습관에 물을 좀 주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필사가

아이과 함께 하는 필사가 되고,

언제부턴가 아이가 매일 필사한

동시를 낭송해줍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매일 꾸준히 뭘 하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제가

아이와 함께 하는 필사와 낭송만큼은

결코 중단하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시간이 이유도 모른 채 좋았습니다.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던 심리수업이었습니다.

 

‘079. 상처 있는 사람이 더욱 매혹적이다

이 페이지 역시 시선이

오래 머물렀던 페이지였습니다.

책을 읽기 며칠 전 남편과도

유사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저는 지금의 제가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최소한의 깨달음과 감사를 알게 된 데에는

단연코 살면서 겪었던

상처들과 시련들 덕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제가 엄마이다 보니,

내 아이들은 이런 시련 따위 겪지 않고

삶의 지혜와 혜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편에게 한 적이 있는데요.

개인적인 경험 뿐 아니라

20여년 주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개인 사연을 끌어내야 하는

경험들을 많이 하다 보니

큰 시련을 겪지 않은 사람들보단

큰 시련을 겪되 헤쳐 나온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야나 판단의 깊이가

확실히 다르다는 걸 수시로 느끼곤 했지만

내 아이들이 성숙한 인간이 되길 바라면서도

깊은 아픔을 겪길 (그리고 일어서길)

바라지는 못하는 게 또 엄마의 마음이라

남편에게 핀잔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여울 작가가 언급한 트라우마 사전

조만간 읽어봐야겠습니다.

‘159. 감사의 마음으로 아픔을 치유하다

역시 많이 공감이 간 내용인데요.

저도 작가가 소개하는 영화 아밀리에

무척이나 따뜻하게 봤기도 했고요.

그리고 스스로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가르는 가장 큰 변화가 바로

감사할 줄 아는 것이라는 걸

늘 느끼고 있거든요.

과거엔 분명 여러 면에서

지금보다 가진 게 더 많았음에도

많은 것을 잃고, 포기하고, 체념한 지금보다

훨씬 덜 행복하고,

훨씬 더 까칠했던 사람이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죠.

 

또 주위를 둘러봐도

유난히 불만이 많고, 불안이 많은 사람들은

바로 그 감사를 1번으로 앞세울 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수시로 깨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상에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세상 누군들 고민거리, 근심거리, 속상한 일이 없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요소들만

들여다보고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너무 많은 이점과 장점들은

전혀 떠올리지도 않고,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고 말이죠.

그런 사람을 대할 때면

예전엔 지적 혹은 직시를 하게 해줬는데

이제는 저 역시 어느 부분에선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닌지

반성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나나 잘하자!인 거죠. ;;

 

이렇게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당기는 페이지를 펼치기만 하면

정여울 작가의 조근 조근한 조언들이

따뜻하게 나를 위로하고,

때로는 나로 하여금 일상을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워킹맘의 일상 속에서

이 두툼한 책,

<1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수업 365>

앞으로 오래 작은 안식이자 나침반이 돼 줄 것 같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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