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에디터스 컬렉션 10
장 폴 사르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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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장 폴 사르트르 /

임호경 옮김 / 문예출판사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만나봤습니다.

<구토>는 대학시절 배웠던 실존주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사실 학부 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던 제겐

사실상 실존주의=사르트르=구토라는 공식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구토에서 잊히지 않는 대목은

이야기 초반에 등장합니다.

 

바로 조금 전에 나는 내 방으로 들어오려다가 갑자기 딱 멈췄는데, 왜냐하면 일종의 개성 같은 것으로 내 주의를 끈 어떤 차가운 물체가 손에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손바닥을 펼치고 내려다보았다. 난 단지 문손잡이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라는 대목입니다.


당시로선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 구토증상..

막연하게 친구들과 강의실 문이나,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실존적 구토가 일어난다며

20대 특유의 해맑은 장난만 쳤던

부끄러운 기억만 선명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구토란 무엇일까요?

왜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오로지 책의 주인공인 로캉탱만

수시로, 불현 듯 구토를 느끼는 것일까요?

그 의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 소설 <구토>이자

그 의문의 해답을 제시하는 과정이

아마도 사르트르가 말하고자 했던,

오늘날 실존주의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그의 세계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서양철학을 어설프게나마 공부해본 저의 느낌은

동양 철학자들은 대체로

인간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반해

서양철학자들은 대부분 과의 한 판 승부를 펼치는데

온 생을 바치는 투사들 같았습니다.

 

나의 생각을 극한의 끝까지 몰아붙이지 못하는

저 같은 범인들에게 신은,

심지어 기본적으로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 ;;

때로는 있으면 좋겠고,

심지어 있다고 믿고 싶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시기도 있고,

대부분의 멀쩡한 시간엔

신이 어디 있어! 우연이 있을 뿐!’이라고

별 고민 없이 완전 반대되는 지론으로

살아가더라도 사는 것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것 자체가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자들에겐

그게 그렇게 공존할 수가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신을 부정했던 사르트르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신의 섭리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존재를 증명해줄 것인가!

인간은 의식적으로 직시하고,

언어로서 규정함으로써

나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의식합니다.

하지만, 언어로 규정되지 않는,

존재 그 자체, 그냥 거기에 있는 것들을

제대로 직면하는 순간,

로캉탱은, 사르트르는

그 부조리한 감정으로 인해

구토를 느끼게 된다는 거죠.

그리고 그 구토를 파헤치고, 극복하기 위해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지만,

글의 초창기에 그의 구토증상을

홀연히 멈추게 해주었던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며

로캉탱은 책의 말미,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자신의 의식, 정신을

재즈음악이나, 책을 통해 물질화 해내면

그것을 온전히 감상하는 누군가에 의해

창작자의 존재감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

 

나도 한번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물론 어떤 음악은 아닐 테고…… 다른 장르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어떤 책이어야 하리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까.”

 

이런 이유로 사르트르는

단순히 철학자이자 작가로 남기 위해

<구토>라는 소설을 남긴 모양입니다.

 

사르트르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역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생리현상은 물론 인간관계, 사회적 책무

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흐름이 끊기지 않은 채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며

<구토>를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그 흐물텅하고 불명확하지만

또 어쩌면 잡힐 것만 같기도 한

사르트르의 의식 흐름을

끊어짐 없이 온전히 따라간다면

이보다는 나은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정말 할 수 있는 게 맞을까?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그 때나 지금이나

<구토>는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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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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