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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시간을 기억해
재키 아주아 크레이머 지음, 신디 더비 그림, 박소연 옮김 / 달리 / 2020년 10월
평점 :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재키 아주아 크레이머 글 / 신디 더비 그림
/ 박소연 옮김 / 달리출판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은 6세 아이가 한동안
생각을 좀 해야겠다고 말을 했을 정도로
아이들에게도 전해지는 묵직한 아픔이 담긴 책입니다.

“어, 이것도 글자 없는 그림책이야?”
책을 처음 펼친 아이가 좋아힙니다.
아이는 이 장면이 뭔지 짐작을 못했지만
아마도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일행을 묘사한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들을 물끄러미 뒤에서 바라보는 고릴라가 있고요.

아빠와 아들은 말없이 앉아 있고,
거대한 고릴라는 그 옆에서 물끄러미 둘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아빠는 옆을 아들은 바닥을 바라보고 있네요.
서로의 아픔이 너무 커서
서로를 품어주기 버거운 모양입니다.

결국 고릴라가 아이 곁에 다가와 말을 걸고
아이가 말을 합니다.
“엄마가 죽었어요.”
음.....
6세 아이는 그제야 이 책의
묵직한 슬픔을 감지한 모양입니다.
옆에 있던 제 손을 확 잡아당기곤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옆에 앉아 있으라더군요. ;;

아이는 아프고 외롭지만,
아빠는 또 살아내야 하니
집안일로 바쁩니다.
아이 눈에만 보이는 고릴라가
아이와 곁을 지키며 아이의 외로움을 달래주고요.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잠드는 동안에도
아빠는 여전히 집안일로 바쁩니다. ㅜㅜ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나는 언제나 네 뒤에 있단다.”
이 문장에도 책을 보던 6세 아이는
깨닫지 못하더군요, 고릴라가 누구인지...

아이의 기분은 언제쯤 다시 좋아질까요?
고릴라는 대답해 줍니다.
“엄마가 여전히 네 곁에 함께라는 걸 깨닫게 되면”
이라고...

그렇게 아이가 고릴라의 모습으로
아이 곁에 머무는 엄마의 도움으로
아픔을 조금씩 받아들여가던 어느날..
아빠를 발견합니다....

아빠와 아들은 드디어 서로를 안아줍니다.
그 둘을 조용히 고릴라가 감싸 안고 있고요.

아빠와 아들이 마주보며 얘기를 하기 시작하니
고릴라가 조금씩 뒤로 물러나네요.

그리고 아름다운 석양이 지는 어느 날
아빠와 아들이 손잡고 집으로 걸아는 모습 멀찌기
고릴라가 저만치 사라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비로소 고릴라는..
엄마는...
제 할 일을 끝내고
가야할 곳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아이가 읽는 동안 힘들어하긴 했지만..
주변에 조금 민감한 아이들 중
이맘때 죽음에 대해 극도로 불안을 느끼는 사례를
종종 접한 적이 있습니다.
무조건 피할 수만은 없는 일..
큰 아이 때도 그랬듯..
저는 정면승부를 택하는 편입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되
죽음이라는 사실에 아이가 갇혀버리지 않도록
덤덤하게 종종.. 죽음을 직면하게 하는 일이
어쩌면 아이가 혼자 가슴에 품고 있다가
폭발적으로 고통과 두려움을 키워내지 않게 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말하지 않는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죠.
그러니 아이와 함께 죽음을
담담히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이 되어주기 좋은 그림책,
<함께한 시간을 기억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