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레시피
대니 라마단 지음, 애나 브론 그림, 권이진 옮김 / 원더박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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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를 위한 레시피

대니 라마단 글/ 애나 브론 그림

/ 권이진 옮김 / 원더박스 출판

 

<엄마를 위한 레시피>

난민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난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대놓고 얘기하고 생각을 강요하는

그런 이야기책은 결코 아닙니다.

   

<엄마를 위한 레시피>의 이야기를 쓴

작가 대니 라마단은

시리아 출신 캐나다인으로

시리아 난민들을 캐나다로 오는 일을

돕는 활동가로도 활동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캐나다의 난민 맞이터의 생활을

자세히 묘사할 수 있었을 테죠.

그리고 그 일상 속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난민들의 어려움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잘 풀어놓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아이와 세계 여러 국가와

그 국가의 수도에 대해 알아보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아이와 시리아의 상황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기에

아이도 그 때 들었던 얘기를 하면서

주인공 살마의 일상에

더 깊이 관심을 기울이더라고요.^^

 

한 때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그리고 여러 맘카페 역시 들썩이게 했던

제주도 난민 입국 문제를 기억합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낯선 난민들에 대해 불안과 혐오를 보냈었는데요.

참 슬펐습니다.

그리고 그 때 결심했습니다.

아이에게 일찍 난민 문제에 대해 알려줘야겠다고..

무지가 혐오를 부르는 아주 큰 요소라는 건

오랜 역사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난민의 탈을 쓴 범죄자들이 물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비율을 따지면

국내에도 범죄자가 있고,

해외에서 입국한 근로자도 있고

(이 중에는 엄연히 엄마들이 선호하는

영어유치원 교사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해외 입국 근로자에 포함시켜야겠죠!)

뭐 등등 얼마든지 있습니다.

! 난민이라고 해서!

그 중에 범죄자가 섞여 있을 가능성이

지대하게 높다는 증거도 없고,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난민 기준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때문에 난민 심사를 통과하는 것 자체가

어마무시하게 어렵습니다.

그 때 논란이 됐던 난민들도 상당수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국내 정착을 못했던 걸로 저는 기억합니다. ㅜㅜ

 

당시 제가 느낀 분위기는

마치 제가 어릴 때 북한 사람들을

죄다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라고 여겼던 것처럼

사람들은 난민들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와 두려움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도 한 때 난민과 다름없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말이죠.

그 세월이 백년 도 안 된 짧은 과거인데 말이죠.

일제 강점기에 만주, 연해주로 떠났던 이들이 그랫고

거기서 시작해서 중앙아시아까지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있고요.

 

하와이를 필두로 해서 아메리카 대륙 곳곳으로

반은 속아서 반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떠난 이민 1세대들도 있었죠.

그들도 당시엔 난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신세였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으로 또 한 번

우리는 이 땅에서 난민과 다를 바 없는

고난의 시절을 보내야 했고,

당시 해외로 나간 많은 이들도

난민과 다를 바 없는 비참한 시절을 견뎌야 햇죠.

 

우리 할아버지 혹은 증조부모

세대의 이야기입니다.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아니죠.

 

누군가 내 가족을,

우리가 좀 가난하고 불행한 역사를 겪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 혹은 예비 범죄자 취급을 한다면

우리 기분이 어떨까요?

  그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이 책은 그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아직 난민 맞이터 숙소에서 거주하고 있는

살마와 엄마는 캐나다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당장 영어가 어렵고요.

엄마는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도 구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 함께 오지 못한 아빠의 캐나다행도

여러 가지로 추진해야 하죠.

한마디로 버거운 삶의 무게가

엄마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첫 시작 페이지는

이렇게 뭔가 비 오는 풍경처럼 우중충합니다.

 

살마는 그렇게 삶의 고단함에 치여

웃음을 잃어버린 엄마의 웃음을

꼭 찾아주고 싶다는 소원이 있는

참 착한 딸입니다.

 

그래서 난민 맞이터 숙소의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죠.

  

그렇게 해서 살마가 찾아낸 방법은

바로 엄마가 좋아하던 시리아 요리를

살마가 엄마에게 해주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살마는 그 요리에 쓰일

식재료들의 영어 명칭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고심 끝에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데요.

바로 식재료들을 일일이

그림으로 그리는 겁니다.

  

그런데 식재료를 사오지만

중요한 향신료가 빠졌습니다.

난관에 부딪쳐 고군분투하는

살마를 보면서 저희 아이가

나중에 엄마가 힘들어할 때 자신도 직접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요리를 해주겠다며

좋아하는 요리가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

아직은 어리기에 조금 더 크면 해주기로 약속했지만

저도 아이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날이 온다면

정말 감격적일 것 같습니다.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더라고요. ^^

실망하는 살마에게 난민 맞이터 사람들은

제 일처럼 나서서 살마의 난관들을

하나씩 해결해주고, 조언해주는데요.

  

그 과정에서 살마는

자꾸만 시리아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조금은 접고, 이제 적응해 살아가야 할

캐나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너른 마음을 조금 갖게 됩니다.

  

그렇게 온갖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완성한 요리, 풀 샤미가 완성됩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풀샤미...

이 때 살마가 엄마에게 한 말에

저는 그만 울컥 하고 말았는데요.

화내지 마 엄마

.....

화를 내다니요..

아이가 얼마나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인데요.

 

고백하건데 저희 아이들도 가끔 제게

이런 식으로 전혀 화낼 일이 아닌 상황에서,

혹은 본인들이 전혀 사과할 일이 아닌 상황에서

화내지 말라거나,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언제 그러느냐 하면

엄마가 예민하게 굴 때죠.

아이들 때문도 아니고, 회사 일 때문에 ㅜㅜ

 

그래서 살마가 이 순간에 왜

화내지마 엄마라고 말했을지가

충분히 짐작이 됐습니다. ㅜㅜㅜㅜ

  

하지만 다행히 엄마는 웃음을 되찾습니다.

아주 환하게 웃는 엄마의 표정 보이시나요?

    

저희 딸이 뽑은 이 책의 최고의 장면은

바로 이 페이지입니다.

엄마가 다시 살마를 재워주면서

따스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죠.

 

나도 엄마가 웃으면서 우리랑

같이 누워서 재워줄 때가 제일 행복해

그럼요.

아이들이 바라는 건

그리 대단한 게 아닙니다.

어디를 가고 뭔가를 꼭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엄마 아빠랑 가족이 모두 함께

웃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죠.

 

제가 올해 상반기까지

초등학생 친구들을 상대한 일을 했었는데요.

그 때 깨달았던 사실이

초등학교 중학년까지도

즐거웠던 여행을 물어보면

어디에 가서 뭘 봐서 좋았다는 얘길 하는

친구가 드물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까지 갔는데, 가장 좋았던 기억이

호텔 수영장에서 온 식구가

재미있게 물장난을 치며 놀았다거나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해변에서 모래놀이를 했던 때가

행복했다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미국과 유럽이 중요한 게 아니었던 거죠.

물론 미국 가는 비행기 안,

유럽 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은

얘기들을 꼭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행복했던 건

온 가족이 함께 즐겁게 뭔가를 했던 순간일뿐

거기가 무슨 해변이었는지,

거리에 어떤 풍경과 랜드마크가 있었는지

잘 기억도 못하더라고요.

그런 건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돼야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대답한다는 걸

그 때 제대로 확인했었습니다. ;;

 

코로나로 어디 여행도 나들이도

조심스러운 때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살마의 엄마처럼 조금 더 맘의 여유를 갖고

아이들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가장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겁니다.

 

, 난만들의 삶도

우리가 사는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우리와 같은 삶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

그 역시도 기억해야겠죠.

 

<엄마를 위한 레시피>

그렇게 지극히 평범한 살마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난민들이 외국에서 정착하는 것만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주고,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소박한 꿈을 꾼다는 사실을

조용히~ 나직히~ 이야기해 줍니다.

 

난민.. 그들은 결코 괴물이 아닙니다.

우리의 도움과,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평범한 이웃들일 뿐입니다.

<엄마를 위한 레시피>

그 지극히 당연하고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아이들이,

보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고

난민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선,

관대한 시선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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