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날개를 달고 에밀리 디킨슨, 세상을 만나다 산하작은아이들 66
제니퍼 번 지음, 베카 스태트랜더 그림, 박혜란 옮김 / 산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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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개를 달고

에밀리 디킨슨, 세상을 만나다

제니퍼 번 글 / 베카 스태트랜더 그림

/ 박혜란 옮김 / 산하 출판


<시의 날개를 달고>

표지만 보아도 뭔가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시 한 구절이 떠오를 것만 같습니다.

 

에밀리 디킨슨,

저는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시를 아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사실 익숙한 이름은 아니었는데요.

그래도 뭔가 그녀의 시 세계가

일상생활에 발 딛고 선 듯한 사실적 표현보다는

사색의 세계를 추구한 시인이었겠구나

짐작할 수 있는 표지였습니다.

 

저는 시 중에서도 외국 시는

정말 거의 접해 본 적이 없는데요.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로 쓴 시를

한국 사람인 제가 이해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

 

외국인이 쓴 시를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

혹은 외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 옮긴다면

얼마나 제대로 옮길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도 늘 했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이나 태백산맥 같은 소설을 읽을 때도

경상도 출신인 제가 도저히 고스란히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짐작은 되는 찰진 전라도 사투리와 욕설?들을

온전히 느끼지 못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는데요.

 

소설이 그러한데 시는 오죽할까..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살펴본 후엔 조금 믿음이 생겼습니다.

바로 박혜란 번역가님의 경력을 확인했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영어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빠져

기존 전공까지 바꿔가며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연구한 분의 번역이라면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시인의 정서와 생각과 감정을

가장 가까운 우리말로 옮겨 놓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물론 이 책은 시집이 아닙니다.

에밀리 디킨슨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략히 알려주는

일종의 그림책 위인전이지요.


에밀리 디킨슨은

디킨슨 저택에서 태어났다는 걸 보면

제법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모양입니다.

 

이렇게 책은 전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를 소개하는 사이사이에

그녀가 남긴 시의 일부들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흘려 쓴 듯한 궁서체?

혹은 필기체 형태로 진하게 적힌 내용들이

에밀리 디킨슨이 남긴 시의 일부더라고요.

 

빛은 나를 무서워하지 않아

나는 나비를 잘 알아.....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시냇물은 더 크게 웃지

 

디킨슨은 세상사보단

자연 속 존재들이나

자신의 생각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 맞나 봅니다.


그리고 에밀리 디킨슨은

책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혼의 가장 강한 친구는 책이랍니다.”

라는 말을 남긴 모양이에요.

이렇게 또 멋진 명언을 만나게 되네요.^^

 

세상사는 그녀를 힘들게 하는 일이 더 많았던 모양입니다.

종교도 학교도, 때로는 가족도...


그래서 그녀의 선택은

나는 등불을 들고 밖으로 나가 나 자신을 찾아다닌다.”
라며 세상과 점점 멀어지고

자신의 내면세계에 집중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하얀 옷을 입고 집안에 은둔하기만 하는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이라는 세상의 손가락질 속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60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말이죠.

 

그녀의 생애가 좀 궁금해져서

따로 찾아봤더니 생전에 그녀가 발표한 시는

고작 7편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익명으로 발표한 시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날 어떻게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널리 알려지게 된 걸까요?

심지어 그녀의 이야기는 영화로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말이죠.


 

그건 그녀가 죽고 난 후 그녀의 동생이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수많은 시뭉치들을 세상에 내놓은 덕분이라고 합니다.

비로소 에밀리의 시가

언어의 날개를 타고 온 세상으로

퍼지게 된 거죠.

 

아무래도 글자를 최대한 축약한

그림 중심의 위인전이다 보니

책 맨 뒤에는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습니다.


또 하나

<시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안내문이 있는데요.

시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읽고, 쓰고, 나누기!

저도 잘 실천하지 못한 시 세계 입문법!

꼭 기억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시는 특히 초등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접하는 게 무척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지금은 시를 즐기지 않지만

적어도 고등학교 때까진

항상 시를 쓰는 문예반 소녀였으니까요.

 

시는 언어의 가장 아름답고 극적이고

적확하고, 풍부한 표현을

매일매일 연구하는 시인들이 쓴 글이니

글의 표현력을 기르거나

리듬감 있고 맛깔난 글을 쓰는 훈련을 하는데

사실 이보다 좋은 장르는 없을 거예요.

 

저 역시도 비록 학창시절 풋내기 문학소녀에 불과했지만

간혹 감성적인 글쓰기가 필요할 때,

혹은 같은 뜻의 단어라도 어감과 느낌의

묘한 차이를 활용해야 할 때

한때나마 문학소녀였던 시절의 도움을 받곤 하니까요.

 

저희 아이는 본인이 시를 잘 쓰는 줄 아는데요.

ㅎㅎ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

엄마가 무심결에 해준 칭찬 한 마디를 계기로

문학소녀를 거쳐 글을 쓰는 일로

아직까지 밥벌이를 하고 있는 터라

아이가 무심코 뱉었던 말을 살짝~ 다듬어서

아이 스스로 시 한 편을 쓰게 만들었더니,

그담부턴 자기가 뭔가 예쁜 말만 했다 싶으면

그걸 시로 만들어 보겠다고 끙끙거리곤 하거든요.

제대로 작전 성공인 셈이지요. ^^

 

저희 아이도 이 <시의 날개를 달고>를 읽고

앞으로도 더욱 더 시의 매력에 빠져주길 기대해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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