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보다 뇌과학 - 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만프레드 슈피처.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치 지음, 박종대 옮김 / 더난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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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유보다 뇌과학

만프레드 슈피처, 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 지음

/ 박종대 옮김/

더난콘텐츠그룹 출판

<우유보다 뇌과학>!

처음에 제목을 보고 오잉? 무슨 말일까?

무척 궁금증이 생겼는데요.

한 마디로 단순히 아이에게 우유만 주어선 안 되고

아이의 뇌발달을 온전히 이해하고

뇌발달에 맞게 양육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

 

<우유보다 뇌과학은>

우리 아이들의 뇌발달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읽었던 아이 발달에 관한 내용,

아이의 학습, 아이의 언어 등등

정말 많은 내용들이 망라돼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저자는 독일 뇌과학계의 일인자로 불린다는

만프레드 슈피처와

소아과 의사이자 뇌 연구가인 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입니다.

특히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는 현재 올름대학교 정신병원장이기도 하고

독일의 <정신과 뇌>라는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동했으며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런 다양한 이력 때문인지

전문적인 내용이 상당히 소개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책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어 설명하는 친절한 글과

적절한 심리실험 내용 소개 등으로

누가 읽어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구성돼 있더라고요.

먼저 <1장 아기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에서는

아이의 탄생에서부터 12개월까지 발달 단계별

아이의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뱃속에서부터 엄마에게서 맡은

특유의 냄새를 기억한다는 실험이라든가,

아이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방법, 거울뉴런의 존재,

그리고 갓 세상을 접한 아기의 뇌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서는

2세 아이들의 뇌 활동에 대해 소개합니다.

갓 태어난 1년에 대한 설명에 비해

얼추 대중해 봐도 족히

두 배는 될 것 같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그 연령대 아이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실로 엄청나지요.

 

일단 마냥 누워 있거나 고작 앉아 있던 시기에서 벗어나

스스로 걷기 시작하면서 접하는 세상의 반경 자체가 달라지니까요.

게다가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바로 이 때니까요.

자녀를 키워 보신 분이라면,

이맘 때 아이들을 떠올려 보면

정말 매일 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죠.

오늘은 서고, 이내 발을 떼고,

그러다 금세 뒤뚱뒤뚱 걸어 나가고

그리고 그 때부터 엄마는 한 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되죠.

뭐든 열어보고 먹어보고 뒤집어 보고 잡아당겨 보고 ;;

 

특히 언어발달에 관해서라면

정말 알 수 없는 외계어나 남발하던 아이는 어디 가고

엄마 아빠에서 시작해서 단어나 겨우 말하던 아이가

두어 단어를 이어 말하나 싶다가

순식간에 문장으로 말을 시작해

엄마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하니까요. ;;

 

하지만 뇌 과학 전문가인 저자는

아이의 이 놀라운 언어발달에 힘입어

이 때 다계국어를 접하게 해주려는 엄마들에게

단호히 말합니다.

이 시기엔 DVD나 영상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이 시기 아이들의 말은 상호 작용하는 대상과

그 말이 쓰이는 상황, 사물 등

자신을 둘러싼 세상 안에서 언어를 습득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전달에 불과한 영상물을 보는 것만으로는

아이에게 자극이 될 수 없다고 말이죠!

그에 대한 연구의 예로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대한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 봤을 법한

가슴 아픈 루마니아 탁아시설의 예가 등장합니다.

 

고아원에서 충분한 영양과 보호를 받고 자랐음에도

적어도 위탁가정에 자란 아이들에 비해서도

지적 발달 정도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제 때 먹이고, 제 때 기저귀를 갈아주고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거죠.

언어 발달이든 정서 발달이든

그건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능력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교감하고 느끼는 상호 작용을 통해

비로소 제대로 완성될 수 있다는 것.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온전한 세계다.”

 

내 아이를 영어 잘 하는 아이,

다개국어 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더라도

적어도 생후 2돌까진 충분한 사랑과

가족과의 대화 교감 소통을 만끽하게 한 후

뭔가를 시도하더라도 해야 한다는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명심해야 할 명제인 것 같습니다.

<3장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세상>에서는

유치원에 다니는 이른바 미취학 아동기 아이들의

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도 앞부분은 언어발달, 언어 습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뇌 과학자가 보는 모국어 외의

두 번째 언어를 배우기 적당한 나이는 언제일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적어도 미취학 아동기 때는 아니라고.

 

적어도 모국어를 어느 정도는 충분히 익힌

예닐곱 살 때가 적당하다고요.

우리와 다른 만 나이를 고려하고,

취학 나이가 7세 정도인 점을 굳이 감안해

우리나라에 대입해 본다면

5세 이후 정도는 돼야

2외국어를 접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저희집 둘째 아이가 지금 딱 5세인데요.

요즘 저희 아이가 정말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그 말이 무슨 말이야?”입니다. ;;

 

엄마가 지금까지 늘 쓰던 말들도

최근에는 단어 하나를 콕 집어서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를 묻는 거죠.

 

책을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까지는 대충 눈치와 어림짐작으로 이해하고 넘겼으나

이제는 구체적 어휘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는 뜻인 거 같더라고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모국어에 능숙해진 이후가

저자가 말한 외국어 학습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전 연령대를 걸쳐서

꾸준히 강조하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노는 것이 학습이라는 명제인데요.

여기서 더 들어가면

놀이처럼 만들어진 학습 말고

진짜 놀이 자체가 중요한 거라고 강조를 하고 있죠.

 

그러면서 저자가 슬며시 제시하는 교육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동일 연령으로 묶어 학습을 시키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거죠.

사실, 이런 교육 모델에 대해서는

최근 여러 나라에서 실험이 되고 있고,

그 성과가 뛰어나다는 걸 저도 여러 루트에서 접해 봤는데요.

물론 그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금세 접목될 거란 기대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교육열로 들끓는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이루기 어려운 모델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또래 집단 내에서 앞서느냐 뒤처지느냐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내 아이에게 맞고, 내 아이 속도에 맞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학년 개념을 배제한 여러 연령대의 통합 학습 모델은

결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또 반대로

그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제도일 수도 있고,

, 저 출산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는 우리나라 여건 상

가정 내에서 형제 관계를 경험해보기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만큼

더욱 절실히 필요한 교육환경이 아닐까

저는 개인적으로 크게 동의하는 교육 모델이었습니다.

그리고 운동과 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저도 여러 루트를 통해 접해본 적이 있습니다.

운동화를 신은 뇌라던가, 0교시 체육의 비밀 같은 주제어로 검색해보면

아마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예시들을 만나볼 수 있으실 텐데요.

 

한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뇌가 활성화되고 행복한 상태가 되려면

적절한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죠.
 

이런 모토들이 등장한 지는 제법 오래 된 편이라서

우리 정부도 학교 체육 활성화 방안이 초중고 모든 학년에

정착하도록 노력해온 지도 한참이 됐으니까요.

 

<4장 모든 것이 아이를 만든다>에서는

초등부 아이들의 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저희 큰 아이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더 관심 있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저는 이 중에서 <좌절은 필요하다>라는

소제목이 특히 눈에 띄었는데요.

요즘 자존감, 자기효능감, 그릿 등등의 말들이 넘치면서

간혹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아이의 기를 죽이지 않는 것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부모들이 느는 건 아닐까 ;; 하는 생각을

간혹 하게 하는 사건들을 접할 때가 있는데요.

 

자존감이나 그릿 같은 것들은

상처를 받지 않게 만드는 게 아니라

상처를 받더라도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털고 일어나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가질 수 있는 마음의 힘 같은 거죠.

 

그러니, 좌절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어릴 때부터

이왕이면 가정에서부터

크게 상처받지 않고

긍정적으로 좌절하는 경험!

하게 만들어야 하죠.

 

저희 큰 아이도 신체발달은 현격히 늦은데 반해

언어나 인지 발달이 또래보다 좀 빨랐습니다.

게다가 완벽주의도 있고, 욕심도 있는 아이지요.

그래서 뭔가 지적을 받거나, 틀리거나 실패하는 걸

용납하질 못했습니다.

처음 문제집을 풀 때 틀린 답에 줄을 한 번 그었다가

거의 경기 수준으로

집안이 발칵 뒤집히게 울었던 날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 아이와

발달 정도가 비슷했던 자녀를 키우신 원장님을 만나

많은 인생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도 역시 긍정적 좌절

어려서부터 잘 경험하고

또 그걸 극복해내는 경험치를

꼭 갖게 해주라는 조언이었답니다.

저희 아이가 아직도 그러느냐고요?

물론 아닙니다. ;;

매번 그러기엔 틀리는 답들이 ㅋㅋ

너무 많기도 하니 체력적으로도 그러긴 힘들고요. ;;

 

무엇보다 본인이 이젠 잘 압니다.

문제 하나 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요.

 

아이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틀렸다고 발버둥 칠 때마다

저는 아이를 꼭 안고

말하고 또 말해 주었습니다.

 

틀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은 배우는 과정이니 얼마든지 틀려도 좋다,

하지만 왜 틀렸는지 아는 건 중요하고

가능하면 다음에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최고다!

 

세상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히 잘해내는 일은 없다,

세상 가장 위대한 사람도 모든 걸 완벽히 잘해내진 못한다.

 

이건 거의 저희 집에선 주술과 같은 말입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네 엄마!”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엄마가 그만두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가 알아들을 거라는 믿음으로

아이가 알아들을 때까지

늘 일관 되게 말해주면

아이도 세뇌당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그 말을 믿고 그 말에 의지하게도 됩니다.

 

저희 아이는 그래서 뭔가 실수를 해서

기분이 나빠지려 할 때,

잘 못하는 일이라서 도전하기 싫어질 때,

늘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노력하면 최고가 될 순 없을지 몰라도

더 나아지는 건 확실해! 아자! 아자!”

 

그러면 저는 도전하는 모습 자체를 칭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실패하고 좌절하면서도 아이는 즐거워하거든요.

눈꼽만큼이라도 더 나아지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요.

지금 저희 아이는 그 마음으로 줄넘기에 도전하고 있고,

윗몸 일으키기에 도전하고 있답니다. ^^;

그래서 도전하는 아이가 자랑스럽습니다. ^^

 

이처럼 <우유보다 뇌과학>

마치 뇌의 발달 단계에 대해 알려주는

아동발달 교양서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양육 지침서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부모의 올바른 양육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부모 지침서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 그 모든 것들을

깨닫고 고민하고 이해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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