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 - 빌 커닝햄에 대하여
데보라 블루멘탈 지음, 마샤 디언스 그림, 이정아 옮김 / 우리동네책공장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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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담는 거리의 예술가

빌 커닝햄에 대하여

글 데보라 블루멘탈 / 그림 마샤 디언스

옮긴이 이정아 / 우리동네 책공장 출판

 
저는 패션에 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빌 커닝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패션의 도 모르는 제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라면!

정말 유명한 게 맞습니다.;; ㅋㅋ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접해보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저희 아이도 위인전은 읽었지요.

하지만 조금씩 색다른 노력들을 하고 있음에도

전집으로 구성된 위인전들은 여전히 조금 뻔한 사람들과

뻔한 이야기 구성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단편처럼 접해볼 수 있는 위인에 관한 이야기책들은

보이는대로 아이에게 접해보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위인이 나라를 구하고,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발명하고 발견하고

뭐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

 

빌 커닝햄은 패션 사진계의 거의 선구자, 혹은 대부와 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는 교통지옥으로도 유명한 뉴욕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누비며

수많은 패션리더들을 카메라에 담아냈다고 해요.

 

아이가 책을 보다가 말하더군요.

이 할아버지는 사진을 찍는 게 직업이야?”

 

, 아이는 아직 포토그래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더구나 포토그래퍼에도 다양한 분류가 있다는 건 더 모르죠.

하지만 직업이란! 하고 작정을 하고 가르쳐 주는 것보다

이렇게 멋진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본인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다양한 직업의 세계가 있음을

그리고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들을 해내고 있는지를

스스로 깨달아가는 게 더 멋진 공부 방법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가 질문을 했을 때 대답해 주었습니다.

포토그래퍼에 대해 엄마가 아는 데까지 최대한 자세히~!


 

빌은 단순히 옷 잘 입는 사람을 찍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그는 유행을 쫓기보다 유행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찍었다고 해요.

사실 ㅎㅎ 저는 이런 패션리더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뭔가 정형화되고 유행만 쫓는 패션리더들은 별로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거 같긴 하네요. ;;

 

빌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일하는 게 아니에요.

그저 종일 재미있게 지낼 뿐이죠.”

 

저는 이 책의 핵심 문장을 꼽으라면

이 문장을 선택할 거 같아요.

 

저도 직업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을 만나는 편인데요.

그 중에서도 항상 기억에 남고 빛나던 사람들은

높은 지위를 얻거나, 대단한 부를 얻은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빌 커닝햄처럼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그 일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인생의 성공 여부와 상관 없이 멋있어 보였거든요.


이를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도 소개돼 있는데요.

그토록 화려한 사람들을 쫓고,

그토록 명성이 자자했던 빌 커닝햄이지만

그의 집은 이토록 단촐했다고 합니다.

주방도, TV도 없고 좁은 침대와

셀 수 없이 많은 사진이 담긴 수십 개의 서랍장만 가득한

집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가끔 외모나 집의 위치, 혹은 크기로

혹은 차나 옷의 브랜드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고,

평가하진 않지만 그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낮은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

겉을 꾸미는데 애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게 우리 현실이지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진짜 빛나고 멋진 대가들도

존 커닝햄처럼 수수하고 소박한 경우가 많았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그런 쓸 데 없는데

인생의 시간을 허비할 틈이 없거든요.

지금 눈 앞에 주어진

내 일에, 내 관심사에 쏟아 부을 시간도 부족하니까요.

 

저 역시도 성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돌이켜 보면 혼자서 생활하던 젊은 시절에 비해

요즘은 정말 저의 외관을 가꾸고 꾸미는데

관심이 현격히 줄었어요.

왜냐하면 인간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유한하기 마련인데

싱글일 때와 달리 저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아내이기도 하고,

한 집안의 며느리(심지어 맏며느리죠. ;;)

또 한 분야에서 나름 프로정신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기도 하니,

제가 가지고 있던 유한한 시간에서

늘어난 제 역할만큼을 최소한이라도 하려니

제게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그런 제 모습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미 40대가 훌쩍 넘은 나이지만 제 주위엔

놀랍게도 아직도 싱글인 동료들이 무척 많은데요. ;;

그들은 물론 과거의 저와 비슷한 모습으로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걸 제가 못 가지게 된 만큼

그들에게 없는 게 제게 생겼으니

저는 그다지 그 삶이 부럽지 않습니다.

바로 가족, 그리고 세상 무엇을 줘도 바꾸지 못할

두 아이들이 있으니까요.

또 결혼과 육아를 통해 과거에 미처 몰랐던

수많은 인생 교훈을 얻었으니

그만한 대가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큰 불만이 없고요.


가장 화려한 사람들,

가장 빛나는 찰나의 순간을 쫓아

평생을 살았고 엄청난 명예를 얻은

빌 커닝햄!

하지만 그는 항상

누구에게도 관심받길 원하지 않았고

지극히 검소하게 생활했습니다.

 

이런 빌 커닝햄의 삶을 통해,

저도 다시 한 번

제 삶의 자세를 다잡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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