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소원 ink books 2
조 사이플 지음, 이순영 옮김 / 써네스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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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가지 소원

조 사이플 지음 / 이순영 옮김

/ 써네스트 출판

<다섯 가지 소원>은 사실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아니었습니다.

충동적으로 만나봐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읽기 시작하기가 어려운 책..

사실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실 대충 읽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 읽어나갈수록

끝까지 읽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하나하나 스토리를 빠뜨리지 않고

고스란히 읽고 곱씹으며 기억해둬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가 받은 이 감동과 가슴 먹먹한 느낌을 제대로 글로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연하게라도 이 <다섯 가지 소원>을 읽게 된다면

책이 제법 두껍지만, 절대로 앞부분만 읽고 중단하지 마세요~!

책의 진짜 감동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은

최소한 중반 이후부터 제대로 살아나니까요.

 

책의 저자는 텔레비전 스포츠 방송 진행자였다가 작가가 됐다고 합니다.

보통 작가들이 그렇듯, 그 역시 전직이 있어

그토록 특정 분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구나 깨닫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진짜 머리 맥브라이드씨가 모델인 야구선수가

존재하거나 존재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기도 하더군요.

머리 맥브라이드씨가 누구냐고요?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책의 시작은 어느 마술사의 독백 같은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그의 이름은 제이슨입니다.

그가 만났던 어느 소녀와 노인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지요.

제이슨이 만난 노인인 머리 맥브라이드씨는

무려 100세가 넘은 미국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그는 이메일이 뭔지도 모르고,

심지어 스마트폰은커녕 무선전화의 가능성조차 머릿속에 담아 두지 않는,

옛날을 고스란히 살아가는 약간 고집불통 노인입니다.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기억과 아름다운 시절은 모두

제니에 관한 기억들뿐입니다.

80년을 함께 하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 여인, 그의 아내죠.

하지만 아내도, 아들들도 지극히 당연히 머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고,

그는 자살을 할 순 없어서 삶의 의욕 하나 없이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살아가는 늙은 노인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그를 변화시킨 건 충동적으로 찾아간

심장 병동에서 만난 버르장머리가 지독히도 없는 10살 꼬마 제이슨이었습니다.

아니,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그 아이가 흘리고 간

쪽지 한 장을 줍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겁니다.

 

아이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 환아입니다.

그래서 <심장이 죽어서 내가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다섯 가지>라는 목록을

항상 셔츠 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꼬마입니다.

그렇게 하기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긴 하지만,

그건 책을 통해 만나보시고요.

여튼 결론은 그 쪽지는 아이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었습니다.

마치 징크스를 없애주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지요.

머리는 100년을 산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의 작은 몸짓만으로도

그게 아이에게 무척 중요한 존재라는 걸 알아챘고,

아이에게 그 쪽지를 되돌려 주기 위해

실로 오랜만에 낯설고 불필요한 세상과 부딪쳐나가기 시작합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정말 그런 거 같아요.

삶은 계획대로 결심대로 이뤄지는 것보다,

어찌 보면 충동적으로, 다르게 말하면 강렬한 마음의 끌림으로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운명을 만들어가곤 하죠.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유사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느끼지 못할 만큼 숨 가쁘게 살아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머리는 작은 변화의 씨앗을 제대로 붙잡았습니다.

이번에는 말이죠.

그렇게 생각만 하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변화의 문을 두드린 덕분에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 제이슨과 머리의 모험!

10살 아이가 갖기엔 너무 안타까운,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하고 싶은 5가지 소원을 이루기 위한 모험이 시작되는 거죠.

 

하지만 모험 과정이 그리 감동적이거나, 사랑스럽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이죠.

아이와 할아버지는 90년이라는 세대 간의 차이가 있으니 당연하겠죠.

일단 머리는 무엇보다 아이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메일의 존재를 이해해야 합니다.

히지만, 사실 많은 것들이 일단 하다보면, 겪다보면 알아가게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머리에게 이메일도 그러합니다.

이메일을 주고받는 10살 꼬마와 100살이 넘은 노인은

늘 어투로 티격태격하곤 하는데요.

제이슨은 그렇게 모범적인 아이는 아니거든요. ;;

그런데 머리도 의외로 엉뚱합니다.

아니 때론 무모하기도 했지요.

첫번째 소원을 성공시키는 방법 역시 ㅎㅎ

100살 어른이 10살 아이에게 알려준 방법이라기엔 ;; 다소 황당하기도 했고요. ;;

엇보다 머리는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경찰서에까지 끌려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머리는 오래 전 놓아버렸던

삶의 의미, 젊음, 도전이라는 것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달아 갑니다.

 

머리와 제이슨의 우정 이야기엔

티어건 로즈 마리 애서튼이라는 여자 아이도 등장합니다.

제이슨의 소울 메이트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아이지요.

정말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아이도 아이 엄마도 정말로 더 뭐라고 말할 수 없게 S, B, K한 모녀입니다.

S, B, K!는 모녀가 서로 만날 때마다 매일매일

서로에게 외치는 격려이자 사랑의 표현이에요.

 

강하고(Strong), 용감하고(Brave), 친절하라!(Kind)

그건 두 모녀가 서로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향해 외치는 선전포고이기도 하지요.

 

티어건은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티어건처럼만 자라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배려심 깊고, 친절하고, 정직하고, 지혜로운 아이이지요.

그리고 오래~ 오래~ 아마 제이슨 평생 제이슨과 함께 할 테고요. ㅜㅜ

 

세대차이..

참 우리가 쉽게 쓰는 말입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끼리도 서로 세대차이가 느껴져

대화가 안 된다고 하는 얘기도 직접 들어본 적도 있고요. ;;

하지만 진짜 우정이란 건,

서로간의 교감이라는 건 세대 차이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나이 차이가 아무리 나도,

아무리 첫 만남이 엉망이었다고 해도,

결국 서로 마음의 문을 열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큰 삶의 이유와 가치를

안겨줄 수 있는지 이 책은 정말 잘 보여줍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 진부하고 식상한 말이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될 수 있다니

수없이 감탄을 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물론 수없이 울면서 책을 읽기도 해서..

아직도 가슴이 먹먹하고 아프고 시리고 울컥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나중에.. 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희생하는 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또 대화하지 않고 지레짐작만으로 서로를 오해하는 일이

얼마나 큰 시간낭비이고 얼마나 더 많은 오해를 만들어내는지 이 책은 알려줍니다.

스포일러를 하나 살짝 밝히자면 

열 살 꼬마 제이슨은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맨 처음 화자로 등장했던 그 마술사가

바로 어린 시절 머리를 만났던 그 꼬마였던 거죠.

하지만 이야기의 진짜 마술은 여러분이 책으로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다섯 가지 소원>은 맥시 어어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고도 하고,

캐나다 호주 청소년 문학 베스트셀러1위에 올랐다고도 합니다.

이 책이 청소년 도서라니!

행여라도 청소년 도서라고 결코 얕잡아보고 책을 읽으면 안 됩니다.

감수성이 좀 있는 분들이라면,

제법 울 각오를 하고,

심호흡 한 번 제대로 하고 책장을 펼치시길 바랍니다.

 

아직도 먹먹한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다섯 가지 소원>!

여러분도 이 감동을 느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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