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도토리 작은숲 4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 고향옥 옮김 / 도토리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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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후지와라 고이치 지음

/ 고향옥 옮김 / 도토리나무 출판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진으로 보다 선명하게

남극의 면모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로

만나보게 됐습니다.

저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남극의 면모를 볼 수 있긴 하지만,

그건 아름다운 남극의 자연 생태계가 아니라,

인간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남극의 지극한 현재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널리스트다운 사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극의 모습은

이렇게 온통 새하얀 빙하 위를

뒤뚱뒤뚱 걸어 다니는 펭귄들뿐인 하얀 세상이죠.

저자가 1995년 처음 방문했던 남극도

이런 모습이었다고 해요.

그 모습에 전율을 느끼고

이후 수없이 남극을 방문하게 됐다고 합니다.

보이시나요? 보송보송한 아기 펭귄의 모습.

아델리 펭귄은 해마다 같은 곳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한 달을 품으면 부화하는 새끼 펭귄은

체온조절을 할 수 없어

부모가 교대로 새끼를 품고 먹이를 잡아다 먹이며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머문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새끼 펭귄을 노리는

남극도둑갈메기, 표범물개 등

자연의 천적들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상상했던 남극의 모습입니다.

남극에서도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풍경이

남극의 참혹한 현실을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바로,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가 무서운 속도로 녹아

땅바닥이 드러나고 거기에 푸른 식물들이 자라는 거죠.

그리고 녹은 빙하가 지하로 파고들면서

땅바닥이 갈라지고, 펭귄들의 서식지였던 땅들이

갈라지고, 쪼개져 바다로 떨어져 나가 버리는 겁니다. ㅜㅜ

그 갈라진 틈으로 ㅜㅜ 채 자라지 못한

새끼 펭귄들이 떨어져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요.

게다가 이렇게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남극에 살지 않던 새들이 날아와 서식을 하고,

그 새들의 깃털 등에 붙어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고

생태계가 바뀌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사진 오른쪽 아래 모습처럼

새들이 옮기는 병원균과 바이러스들로

병에 걸려 죽는 펭귄들도 있다고 합니다.

추워 얼어 죽을 것 같은 남극에 무슨 병원균이?

하실 수 있겠지만, 1998년 무렵부터

여름 최고 기온이 영상 15도에 이른다고 하니

안타깝게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지요.

얼마 전 유튜브에선가

최근 코로나19바이러스 사태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남극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대 지구에서 생존했던 바이러스들이

남극 빙하에 갇혀 있다가 해빙과 함께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런 고대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 인간은 당연히 무방비 상태겠죠.

그러니, 남극 밖의 병원균에 노출돼

펭귄이 죽어가듯,

남극이 녹아내리는 게 중단되지 않으면

남극에 갇혀 있던 병원균들이

이번엔 남극 밖으로 퍼져나갈 수도 있는 거죠.

사진 속 처참히 죽은 펭귄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는 거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간이 간접적으로 남극을 파괴하고 있는 게

지구 온난화 문제라면,

이번엔 보다 직접적으로 남극을 훼손하고 있는

현장의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생기는 건 당연한 결과겠죠.

원래 펭귄들이 살던 서식지는

떠 있는 빙하 위가 아니라

남극에서 지극히 적은 땅 위의 공간들입니다.

탄탄한 땅!

그건 인간에게도 꼭 필요한 환경이죠.

그곳에 수많은 과학기지들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지들이 폐쇄가 되면

고철더미가 돼 버리는 거죠.

최근 들어서는 이런 문제에 주목해 세계 각국은

과학기지에서 나온 생활 쓰레기들을

모두 본국으로 되가져가기로 협정을 맺긴 했다는데요.

뭔가 멋진 결과인 것만 같은데

현실은 문화재가 됐으니 이곳의 고철과 쓰레기들은

더 이상 손댈 수조차 없게 됐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에는 고래의 배를 뚫었던 엄니 같은 쇠가

지금은 남극의 자연을 뚫고 있구나.’

그리고 저자는 이런 말로 책을 마무리합니다.

“남극은 지구의 마지막 ‘낙원’이었습니다.

왜 낙원이었을까요.

인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이죠.

책을 덮고 나서도

고철 더미 위 쓰레기 산을 거니는

펭귄들의 모습이 오래 잔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극을 연구하고 관찰한다는 이유로

경쟁적으로 세워진 세계 각국의 과학기지.

과학기지들은 사실 남극 생태계 연구보다는

남극의 자원 가치를 연구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죠.

그리고 남극 개발에서 우리나라만 소외되지 않기 위해

일종의 말뚝 박기를 하는 계산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 과학기지들이

남극을 이토록 훼손하고 있는 지는

저도 미처 몰랐습니다.

인간이 다녀가는 모든 곳은

이렇게 훼손되고 파괴될 수밖에 없는지

참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류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발길을 닿지 않는 것이

지구 생태계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만 같습니다.

또 어쩌면 인간의 호기심이

재앙의 근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저희 아이가 책을 덮고는 말했습니다.

“왜 어른들은 우리보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말라면서 어른들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펭귄한테 내가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라고....

참 부끄러웠습니다.

대꾸할 말이 생각이 안 나더군요.

가볍게 펼쳐들었던 <남극이 파괴되고 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제법 오래 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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