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되는 부모
수잔 포워드 지음, 김형섭 외 옮김 / 푸른육아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이 되는 부모
수잔 포워드 외 지음 /
김형섭 외 옮김 / 푸른육아 출판

<독이 되는 부모>를 읽었습니다.

간간이 심리학 책을 읽고는 하는데
심리학 책은 어떤 경우도
끝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는 책은 아닌 것 같아요.
<독이 되는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나는 독이 되는 부모가 아닐까?"
하는 걱정과 직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이런 종류의 책을 접하는 이유는
이런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몰랐던 내 자신과 대면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건강한 성인으로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늘 철학적 사고를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고찰하는 어른들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성인이라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게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니까요.
저같은 타임푸어 워킹맘이 아니라 전업주부라고 해도
(사실 돌이켜 보면 저는 전업주부일 때 머리 속이 더 복잡하고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려했던 것 같거든요.)
아이를 양육하고, 집안 살림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란다고 느끼는 게 보통이 아닐까 싶거든요.

<독이 되는 부모>는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는 독이 되는 부모의 양상과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녀들의 행동 패턴들에 대해
저자의 구체적 상담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독이 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성인들에게
그런 부모로부터 야기된 그늘, 상처,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이 되는 부모의 양상은 참 다양합니다.
첵에서는 각 챕터별로 신처럼 군림하는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는 무능한 부모, 자식을 조종하는 부모, 술에 중독된 부모, 그리고 잔인한 말로 상처를 주는 부모,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부모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독이 되는 부모가 비단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를 하는 부모만이 아니라는 것을 주목해야 할 것 같아요.
강약의 정도가 있을 뿐 저희 부모님도 저에게 상처를 준 부분은 분명히 있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좀 권위적인 면이 많은 편이시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신처럼 군림하는 부모 유형에 속하지 않을까 속으로 생각해 봤는데요.

이 중에서 제게 가장 울림이 있었던 건

"여기에 있는 합리화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준다는 것이다."

라는 문구였는데요.
부모와의 관계가 왜곡되는 이유 중 큰 요소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어린 시절 세상의 전부와도 같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는
그것이 절대적이고 전능해 보이는 부모의 잘못이라고 직시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합리화를 통해 부모의 행동을 합리화시켜주어야
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수월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어린 시절은 어쩔 수 없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성인이 된 후에는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리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할 텐데요.
그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그 상처가 되물림된다는 사실!
이 책은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닌 척, 다 용서한 척, 잊은 척 외면만 하려고 하면
그 무엇보다 소중한 바로 내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처를 대물림 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이 책을 봐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접했는데요.
그 대화를 하던 그룹 안에서 굳이 따지자면 스펙이나 재력 면에서 
소위 말해 제법 잘나가는 지인이 있었는데,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고 몹시 괴로워하는 일이 있었어요.
소위 그녀의 엄마 친구 딸 애기를 하며
딸에게 은근히 압박을 가하는 어머님에 관한 얘기였어요.
마흔이 넘었고,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딸에게 아직도
엄친아 이야기를 하며 딸을 힘들게 하는 어머님의 태도도 참 그랬지만 ;;
제가 더 놀랐던 건 그 정도의 공격에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지인의 태도였는데요.
누가 봐도 괜찮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인데,
아직도 엄마의 말 한 마디에 아직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도 아마
부모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여태 아파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보게 됐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저희 부모님은 어떤지 생각해 봤는데
저희 부모님도 제게 가끔 그런 얘기를 했던 거 같은데,
저는 그냥 듣고 흘리거나,
혹은 그런 말을 하는 엄마에게 농담을 가미해
엄마를 조금 골려줄 때도 있고요.
그런 엄마의 말이 크게 제게 상처가 되거나
저를 심란하게 만들었던 경우는 없었던 것 같거든요.

심리 관련한 책을 읽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있는데요.
이번에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 것들은
'상호의존적인 사람'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매맞는 아내들은 때리는 남편과 이혼을 하더라도
다음에 또 그와 유사한 학대 성향의 남편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그녀들의 패턴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책을 읽고 나니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면서
계속 고통의 굴레를 챗바퀴 돌 듯 한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주변에서 혹시 그와 유사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학대하는 상대 뿐만이 아니라, 본인 자신도 반드시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꼭 일깨워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소위 부모를 잘못 만나 상처를 받은 성인은 도무지 해결 방법이 없는 걸까요?

 

그럴 리가 없죠.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경우도 부모로부터 받는 영향은 상당히 다른 게 현실이니까요.
2부에서는 그렇게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상처받아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8장의 "그들을 용서하자 마라"라는 말이 가장 와 닿았는데요.

자신의 상처가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병들었는지 직면하기 전에
자꾸 용서만 하려고 해서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얘기인데요.
피상적인 용서는 일시적으로 문제로부터 받는 고통을 덜어주거나
문제를 회피하게 해줄 순 있지만 근본적인 상처 해결 방법은 아닌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책은 11장에서 "가해자인 부모와 대면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부모님과 직접 대면을 해서 분노를 표출하거나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부모님이 자신이 자식에게 행한 잘못을 쉽게 받아들이실 분들이라면
자식이 성인이 돼서까지 극복하지 못할 만큼의 상처를 주시진 않았겠지요.

하지만 많은 심리학에서 얘기하듯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내가' 그간 받았던 상처를 표출을 해내느냐의 문제인 거죠.
그렇게 표출의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깊은 상처와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게 상처 치유의 첫번째 방법이니까요.

 

그리고 그 과정이 지치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자기 자신을 굳게 믿어라"라고 책은 조언하며 결말을 맺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의 자식이자, 두 아이의 부모입니다.
부모의 어떤 행동이 자식에게 치명적 상처가 될 수 있는지
하나하나 곱씹어 보고
나도 모르게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상처를 직시하는 일,
나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 뿐 아니라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중요한 과정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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