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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친구가 왔어요
엘리즈 그라벨 지음, 박진숙 옮김 / 북뱅크 / 2020년 6월
평점 :
난민친구가 왔어요
엘리즈 그라벨 글, 그림 /
박진숙 옮김 / 북뱅크 출판
<난민 친구가 왔어요>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 취급을 받는
난민 문제에 대해 아이들도 고민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입니다.
우리나라도 몇 해 전,
흔치 않게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단언하며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생각은 없지만,
그 때 새삼 느낀 바는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많이 폐쇄적이구나 하는 것과 동시에
그래도 이렇게 난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아이들과 난민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볼 수 있어야겠구나!
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등장이 참 반가웠습니다.
책 날개에 보면 몇 가지 질문거리들이 등장합니다.
아이들이 이걸 먼저 읽고 책을 읽는다면
아마 좀 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이 말로 시작합니다.
"난민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야!"
그렇습니다.
달리 뭐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난민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심지어 우리도 한 때 난민신세였거나,
난민 혹은 망명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나라였습니다.
우리는 자꾸 그 사실을 잊지요.
그리고 과거형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종결되지 않는 '휴전'의 상태에 놓여 있지요.
우리는 언제라도 난민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인 거죠.
어떤 문제에 대해 가치 평가를 할 때 가장 좋은 평가 기준은
역지사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난민에게 대하는 처사를
우리, 아니 바로 나 자신이, 나의 보호를 떠난 내 아이가 겪는다면 어떨까?
이 생각을 하면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을 피해 떠난 난민들 속에 나쁜 테러리스트들이 숨어 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난민들 사이에 그들이 끼어 있을 확률은 관광객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 중
테러리스트들이 있을 확률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물론 난민들이 거대 규모로 밀려 들어와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회적 문제가 될만큼 난민을 받아들인 전례가 없습니다.
독일과 유럽으로 쏟아지는 난민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대입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우리나라의 난민 허용 기준은 엄격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 그게 난민에게만 국한되는 문제일까요?
이민족과의 교류와 이민족의 문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민족 중
오래 생존한 사례는 역사에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는 이미 난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다문화 국가로의 전환 과정에서 겪는 여러 문제점들을 겪고 있고,
나름의 노력으로 이를 헤쳐나가고 있지요.
이 역시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미국으로,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더라도
우리도 그 사회에 어느 정도 동화되고 적응하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 출신 사람들을 그 나라에서
억압하고, 벌레 취급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면 될 겁니다.
또 이민자보다 난민들이 더 절박하게 이 사회에 잘 적응하려 노력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이곳이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살 수 없으니까요.
그들에게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어쩌면 생존 그 자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추방당하면 갈 곳도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난민들이라고 머리에 뿔이 달린 괴물이 아닙니다.
국민의 국격이라는 것은
내로남불로 일관하는 것으로는 높아질 수 없는 문제일 겁니다.
책 맨 뒤에는 난민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을 미국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의 역사는 어찌 됐을까요?
제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는 많은 친구들이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읽고 눈물을 흘리고 감동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안네 프랑크도 그녀를 받아준 네덜란드의 배려가 없었다면
우리는 <안네 프랑크의 일기>라는 작품을 접해 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미국 최초의 국무부 장관인 <마들렌 울브라이트>도 체코의 난민 출신입니다.
대중음악 문외한인 저도 아는 <프레디 머큐리>도 마찬가지라고 하고요.
우리가 받아들이는 난민 중 전 세계를 구원할 인재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공평한 기회와 배려를 해주느냐에 따라 달린 문제인 거죠.
아이들이 <난민 친구가 왔어요>
한 편을 읽고 난민문제를 모두 이해할 순 없을 겁니다.
저 역시 난민 문제에 얽힌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모두 설명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적어도 하나는 알 수 있을 겁니다.
난민은
"너와 나, 우리처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거기에서부터 시작해 아이들이 난민문제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들 세대는 적어도 난민 문제를
불필요한 공포나 편견 없이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봐줄 수 있을 거라 생각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