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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박준석 지음, 이지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4월
평점 :
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
박준석 글 / 이지후 그림 /
주니어 김영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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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고 싶은 여덟 가지>는 아무래도 저자 때문에 관심이 먼저 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13살 어린이가 쓴 시집이거든요.
그것도 그냥 어린이가 아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당사자인 어린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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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준석 군은 2007년에 태어나 올해 영훈 국제중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중학생이라고 합니다.
SBS <영재발굴단>에 지식 영재로 출연할 정도로 영특한 아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폐질환을 앓게 돼 많은 시간을 힘겹게 보내온 아이라고 합니다.
그 고단했던 시간 동안 차곡차곡 적어왔던 글들을 엮어 책을 내게 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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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군은 책을 펴내면서 담담하게 자기에게 일어났던 일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글 말미에 "나는 절대로 엄마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에 그만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는데요.
엄마들이라면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질 상황 앞에서 준석 군의 어머님도 참 많이 아파했었던 모양이구나 짐작이 돼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럼요. 엄마 잘못이 아니죠.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산 제품으로 내 아이가 그리 될 줄 어느 부모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세월호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보면 자꾸 울컥울컥 마음이 요동을 쳐서 힘들어지는 건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도 일어났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결코 남의 일이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조금만 일찍 결혼을 해서 조금만 일찍 아이를 낳았어도 저도 역시 그 살균제를 썼을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제가 임신 전부터 제가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전성분에 목숨을 걸게 된 것도 어쩌면 준석 군 가족이 겪은 뼈아픈 사건들이 있었기에 많은 저 같은 평범한 아줌마도 경각심을 조금이라도 더 갖게 됐던 거겠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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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군은 자신이 겪은 아픔을 세상에 알리는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7월 국회의사당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여덟 가지'라는 글을 발표했습니다.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제대로된 조사와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런 준석 군의 용기 있는 실천 덕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최근 속속 사고 책임자들의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기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왜 이제서야.. 라고 해야 할 지..
어른으로서 그저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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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군의 글은 총 3개의 주제 아래 정리가 돼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첫 번째 주제는 <병원에 간 날>입니다.
한 살 때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입은 준석군인지라 내내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는 일 투성이였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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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기 시작했다.
한 살 때부터 먹었는데
지금은 여덟 살이니까 참 오랫동안 먹었다.
(중략)
아픈 것은 참 힘들다.
준석 군이 8살에 쓴 글입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상황을 글로 썼을 뿐인데..
8살 아이가 "참 오랫동안 먹었다."고 하고 "아픈 것은 참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다니..
준석 군의 살아온 나날이 짐작이 돼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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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첫 번째 장의 마지막 글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에게>
쓴 글입니다.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49.4%가 자살을 생각했고
실제로 11%가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오죽 힘들었으면.. 오죽 답답했으면...
그런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준석 군은 말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아프고 고통받는 것은 우리 탓이 아니야"
"우리는 함께 이 세상에 맞서야 한다. 우리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맞서야 한다."라고 말이죠.
아..... 참......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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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군의 글엔 이렇게 심각한 것들만 있는 건 결코 아닙니다.
아무리 아프고 힘겨운 시간을 보냈어도, 준석군도 어린이니까요!
2장 이후부터는 준석 군의 긍정 에너지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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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삽화로 실린 이 글은 봄을 만끽하는 시인데요.
귀 속에서 자라나는 새싹은 뭘까? 궁금했는데
새싹과 같은 봄을 알리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는 준석 군을 묘사한 삽화인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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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아픈 동안 1만권 이상의 책을 탐독했다는 준석 군!
정저지와, 백문불여일견 등 ;; 사자성어도 적재적소에 쉽게 쉽게 쓰는 준석 군의 지식을 엿볼 수 있는 글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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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3장에선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글들을 정리해 놓았는데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사회를 바라보는 준석 군의 가치관 등이 담긴 글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만 권의 책을 읽은 소년의 깊은 사고의 세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글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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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군은 끝으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어른들은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왜 실천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책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진상조사가 끝까지 철저하게 이뤄지는지 한 국민으로서 끝까지 제대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됩니다!
반듯하고 훌륭하게 자라고 있는 준석 군이지만
어른으로서 조금이라도 부끄럽지 않으려면 모든 어른들이 그래야 할 테지요.
그리고 준석 군이 앞으로 모든 꿈을 이루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길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