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시골로 남겨 둬야 해 - 자연을 그리고 가꾸고 지켜 낸 베아트릭스 포터 바위를 뚫는 물방울 12
린다 에볼비츠 마셜 지음, 일라리아 우르비나티 그림, 길상효 옮김 / 씨드북(주)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위를 뚫은 물방울 12.

시골은 시골로 남겨둬야 해

- 자연을 그리고 가꾸고 지켜 낸 베아트릭스 포터

 

린다 에볼비츠 마셜 글 / 일라리아 우르비나티 그림 /

길상효 옮김 / 씨드북 출판

 

<시골은 시골로 남겨둬야 해>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적어도 한 둘 정도는 갖고 있을 아이템, 바로 피터래빗 캐릭터를 탄생시킨 '베아트릭스 포터'에 관한 일종의 그림책 위인전입니다.


 

이 책은 또 씨드북에서 출판하고 있는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의 최신간이기도 한데요.

책을 읽고 나서 맘에 들어서 앞선 시리즈엔 어떤 내용들이 있었을까 궁금했는데, 책 맨 뒤쪽에 친절하게 지금까지 출간된 시리즈의 책들이 소개돼 있더라고요.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 시리즈는 '편견의 벽을 시원하게 뚫어버린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림책을 엮어낸 시리즈입니다. 

저도 다른 시리즈를 본 적은 없지만, 글밥이 아주 많은 편도 아니어서 본격 위인전을 읽히기 전, 창작 그림책에서 위인전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읽히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림 자체가 너무 아름답고, 또 그림의 분량이 많아서 아이들이 글밥에 대한 부담도 크게 안 느낄 것 같고,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내용을 제법 잘 정리해서 위인전을도 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구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자매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이런 유리벽을 허물어낸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좀 일부러 찾아 읽도록 해주는 편인데요. 남녀 평등시대라곤 하지만 아직 세상은 결코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아니니까요.

적어도 우리 아이들 머리 속에 "나는 여자니까 안 돼."라는 생각이나 "여자가 무슨~"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회의 편견에 현명하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어릴 때부터 심어주고 싶거든요.

저는 늦은 결혼으로 아이들 나이에 비해 제법 연식이 오래된 엄마인데, 제가 살았던 고향은 전국에서도 보수적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제가 대학에 갈 때조차도 여학생은 공부를 왠만큼 잘해도 서울 쪽으로 대학을 보내주지 않는 부모님들이 많은 편이었어요. 딸냄이는 함부로 밖으로 굴려선?! 안 된다며 지방 국립대에 보내시는 부모님들이 많았죠.

저희 부모님도 극강의 보수적 성향을 갖고 계셔서 여름에 민소매 금지(심지어 서울에서 입고 다녔을까봐 반팔 소매를 재쳐 보시기도 한;;), 염색 금지, 파마 금지는 기본에 제가 대학시절에 고향엘 내려가도 일몰 전 귀가가 원칙이었을 정도인데, 그래도 부모님이 배움에 관한한, 오로지 배움에 관한한 열린 마인드를 가져주신 덕분에 저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닐 수 있었는데요.

만약 제가 다른 친구들처럼 고향에 남았다면 지금의 저와는 180도 다른 가치관과 삶의 모습을 지녔을 거라 확신하기에 저는 부모님은 두고두고 후회하시지만 ;;  부모님의 교육에 대한 마인드와 지원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랍니다. ^^


이렇게 자녀들은 부모가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가 전혀 다르다는 걸 저는 직접 겪었기 때문에 제 안에도 남아 있는 행여 보수적 색채로 말 한 마디로라도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가두지 않을지 늘 조심하기도 하고, 이런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책들을 꾸준히 읽도록 해서 아이 스스로도 자신을 보이지 않는 한계에 가두지 않도록 해주고 싶어 이런 책들이 꾸준히 출판되는 것에 늘 감사하게 됩니다.

 

 

 

토끼를 쓰다듬으며 그림을 그리는 이 주인공이 바로 어린시절 베아트릭스 포터입니다.

그리고 이 토끼가 바로 피터래빗의 탄생 배경이 된 벤자민이고요.


저희 아이도 책을 펼치자마자 "엄마 이 토끼가 벤자민이래! 나도 벤자민이란 토끼 알아! 피터래빗에도 벤자민이 나오거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벤자민이 이 벤자민이라고 얘기해주고 주인공인 베아트릭스가 피터래빗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라고 했더니 요즘 자신만의 스토리 만들기에 흠뻑 빠진 아이가 더욱 눈을 반짝이며 책을 읽더라고요. ;;

베아트릭스는 도시에 살았지만 여름이면 시골로 내려가 자연을 만끽하는 삶을 살았다고 하는데요.

아이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도도 방학 때라도 시골에 내려가서 이렇게 살면 좋겠다고 얘길해서 좀 안쓰러웠답니다. 안타깝게도 지방에 사시는 양가 할머니들도 모두 아파트에 거주하고 계시니 ;; 요즘 친구들에게 이런 시골 생활을 만끽하게 해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베아트릭스가 살았던 시대는 제가 겪었던 경험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남녀 불평등 시대였지요.

남자 아이는 학교를 갈 수 있지만 여자 아이는 학교는커녕 여행도, 직업도 허락되지 않았다고 하니까요.

그녀가 거기에 순응했었다면 우리는 지금 피터래빗을 만날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베아트릭스는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아빠를 따라 화가 작업실과 전시회, 미술관에도 가고, 그림 그리는 연습을 꾸준히 했지요.

 

그리고 그런 연습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애완 토끼인 벤자민을 그리기 시작했고~

벤자민을 의인화해 사람처럼 서 있는 모습, 예쁜 옷을 입은 토끼의 모습까지 그려나가게 된 거죠.

맨 오른쪽의 그림처럼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피터래빗 캐럭터가 이렇게 탄생을 하게 된 거죠.


저희 아이도 너무 신기해하며 유치원 때 쓰던 도시락 뚜껑에 있는 피터래빗 캐릭터를 찾아와 비교해보기도 하고, 이날 종일 토끼 그리기에 심취해 있기도 했답니다. ^^

 

 

 

베아트릭스는 그렇게 만들어낸 캐릭터를 먼저 출판사에 보내 캐릭터를 그려 팔아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웃의 아픈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기도 했는데요.

"장난꾸러기 토끼 피터가 심술궂은 맥그리거 영감님의 상추를 뜯어 먹다가 혼날 뻔한 이야기"였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로 책을 내려고 했지만 받아들여주는 출판사가 없자 자신이 번 돈으로 자비 출판을 시작한 것이 <피터래빗> 시리즈의 출발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시골 농장을 사들였답니다.

그 이후 농장을 사들이고, 사들이고, 또 사들였어요.

대체 왜 그랬을까요?

바로 자신의 책을 만들어 낸 시골의 정취를 그대로 지켜내기 위해 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시골 땅을 사들였던 거지요. 그리고 넓은 땅과 농장 열다섯 채를 내셔널 트러스트라는 환경보호단체에 기증했다고 합니다. 그 땅을 영원히 아끼고 지키고 돌보겠다는 약속을 받고 말이죠.

 

그런 베아트릭스의 노력 덕분에 오늘날에도 영국 레이크 드스트릭트라는 곳에는 아직도 옛 정취 그대로의 시골 풍경이 예전 모습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자는 직업을 가져서도 안 되고, 큰 일에 나서서도 안 되던 그 시절 편견을 극복한 베아트릭스의 노력에 의해 시골이 시골로 지켜질 수 있게 된 거죠.

 

아이가 책을 덮으며 대번에 영국의 레이크 드스트릭트라는 곳엘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저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니 레이크 드스트릭트라는 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정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는데요.

편견에 맞서 꿈을 개척하고 그렇게 해서 번 돈을 제대로 쓸 줄 알았던 몃진 여성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인 <시골은 시골로 남겨둬야 해>!

저도 미처 몰랐던 그녀의 삶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